1999년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열며 선포한 2000년 대희년은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 신비 안에서 새로운 천년기를 여는 특별한 은총의 해였다. 그해에 서품을 받은 사제들은 회개와 감사, 구원의 의미로 가득한 대희년의 해에 사제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25년이 흐른 2025년 희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망의 순례자들’을 표어로 선포한 뜻깊은 해에 그들은 다시 한번 희년의 문턱에 서게 됐다. 6월 27일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은경축을 맞은 사제들이 걸어온 25년 여정, 그 순례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 류달현 신부, “더 맛있는 빵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죠” “처음 본당 주임으로 나와보니 본당 신부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행복해하니, 본당 신자분들도 덩달아 행복해하십니다.” 4개월 전, 사제 생활 25년 만에 처음으로 본당 사목을 시작한 류달현(베드로·의정부교구 평내본당 주임) 신부의 첫마디다. 지난 몇 달 동안 본당에서의 생활은 류 신부에게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 나는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고 있다”며 “목자가 양과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살아야 양 냄새가 나는 것처럼, 신자들에게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 모임, 봉사, 청소, 설거지 등 모든 일을 함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제는 먹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우리 본당 신자들에게 맛있는 빵이 되고 있는지, 복음이 되고 있는지’를 자주 성찰하며 더 맛있는 빵으로 다가가려 한다”고 했다. ‘사제는 먹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프라도 사제회 창설자 앙트완느 슈브리에 신부가 사제직의 이상으로 제시한 ‘생퐁의 도표’에 나오는 말이다. 류 신부는 신학교 1학년 시절, 본당 주임 신부의 거실에서 이를 처음 접했다. 당시 본당 사제의 권위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이 표현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마음속에 오래 남아 프라도 사제회의 가난의 영성에 관심을 두게 했다. 서품을 받고 프라도 사제회에 함께 한 그는 프랑스 프라도 사제회에서 국제 연수 후 한국 프라도 사제회 책임도 맡았다. 류 신부는 일반대학을 다니다 성소의 길을 택했다.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하며 하늘에만 계신 줄 알았던 하느님이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박해받는 이들과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시는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나도 그런 하느님을 전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성소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대희년의 시작과 희망의 희년이 만나는 시점에서 은경축을 맞는 류 신부는 “사제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게 해주신 많은 신자분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런 만큼 올해 사제 성화의 날은 “사제의 삶이 주는 크나큰 보람과 행복, 즐거움을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제의 성화란 제2의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며, 그 길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며 따르는 길"이라 여긴다는 류 신부는 “또 사제직을 기쁘고 행복하며 보람 있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힘은 바로 ‘기도’”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성무일도의 모든 시간경을 하루도 빠짐없이 바친다”는 그는 “'시간을 성화시키는 시간경 기도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 것'이 분주한 매일의 삶 속에서 사제로 살아가는 중심축”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과분하게 받은 사랑과 관심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제라는 이유로 받았음을 기억합니다. 예수님 때문임을 새삼 깊이 깨닫습니다. 사제로 불러주시고 부족함에도 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 조현철 신부, “예수님처럼 살려는 첫 마음 여전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5) 조현철 신부(프란치스코·예수회)가 2000년 7월 4일, 다섯 명의 동기와 함께 사제품을 받으며 정한 서품 성구다. ‘예수님의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은 25년이 지나 은경축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사제로 살아가는 ‘초심’, ‘첫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사제 수품을 받을 당시의 마음은 세례를 받았을 때나 예수회에 입회할 때 가졌던 심정과 연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되돌아보면, 결국 ‘잘 살아보자’, ‘제대로 한 번 살아보자’는 다짐이었고, 그것은 곧 예수님처럼 살아가려는 결심이었습니다.” 조 신부는 그런 의미에서 올해 사제 성화의 날이 “예수님의 삶을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스스로를 성찰하고 격려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25년 사제 생활은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활동으로 점철돼 있다. 1970~1980년대 대학 시절 사회 정의에 대한 갈망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세례를 받았고, 이후 ‘세례 때 결심을 어떻게 지속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그를 예수회로 이끌었다. 수도회 입회 후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부들과 교류하며 생태적 관심이 넓어졌고, 생태와 사회 정의가 밀접히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문제의식은 석사·박사 논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여 년간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학자이자 활동가로 생태환경 현장에서 쉼 없이 걸어가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녹색연합 공동대표,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대표, 예수회 사회정의생태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JPIC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 신부는 “사목 생활에서 청년들과의 만남이 늘 기쁨이었다”며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복음의 가르침을 나눈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2014년 안식년 동안 쌍용자동차 등 해고 노동자들과의 만남, 탈핵 순례에 함께 한 경험도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된다.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설립과 9년간의 ‘JPIC 양성학교’ 운영을 통해 JPIC 활동을 구체화해 온 과정 역시 큰 보람으로 여긴다. 다만 “교회 안에서 JPIC 사목이 아직 중심보다는 주변의 관심을 받는 현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조 신부는 후배 사제들에게는 “복음 속 예수님의 삶에서 모델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예수님은 이웃을 위한 삶을 사셨고, 그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는 길을 걸으셨습니다. 오늘의 시대 안에서 남을 위한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제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은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며 “공부와 독서, 집필을 병행하며 현장의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배경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는 6월 1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조규만 주교 주례로 한국 카리타스 설립 50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1975년 ‘인성회’로 시작된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과 정신을 반세기 동안 이어온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과 한국카리타스협회, 전국 15개 교구 사회복지 종사자와 활동가들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해 온 50년 여정을 성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랑과 애덕,자선의 카리타스 정신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조규만 주교는 감사 미사에서 “그동안 묵묵히 헌신해 주신 모든 분의 공로로 한국교회는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외원조와 구호 활동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세계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듯, 이번 설립 50주년도 그런 숨은 노력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영화의 끝맺음자막(엔딩 크레디트)처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이 공로를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도 “한국 카리타스의 50년은 한국교회 성장과 함께한 나눔의 역사”라며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묵묵히 사랑을 실천해 온 한국 카리타스 가족 모두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함께 ‘카리타스’(Caritas, 라틴어로 사랑·애덕·자선)를 실천하는 이웃 종교에서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증경회장)은 축사에서 “불교의 자비행(慈悲行)처럼 종교를 넘어선 보편적 사랑의 언어인 카리타스를 실천해온 한국 카리타스의 역사는 종교를 뛰어넘어 이 땅의 사회복지가 어떻게 신앙 안에서 꽃피울 수 있는지 보여준 귀한 증거”라고 역설했다. 이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우리 재단도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한국 카리타스의 거룩한 사명에 발걸음을 맞춰 갈 수 있기를 발원한다”고 덧붙였다. 미사 후 열린 기념식에서는 한국 카리타스 발전에 공헌한 이들에게 공로상이 수여됐다. 특별 공로상은 ▲한국 카리타스 대북 지원 자문위원을 역임한 함제도(Gerard E. Hammond, 메리놀 외방 전교회) 신부 ▲28년간 한국 카리타스 사무국장으로 봉직한 최재선(폴리카르포) 전 사무국장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해 대북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카타리나 젤베거(Katharina Zellweger) 씨 ▲한국카리타스협회 서창원(요셉) 부장이 받았다. 한국 카리타스는 감사 미사를 전후해 18일부터 20일까지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제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18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 개막미사로 시작된 행사는 ▲카리타스 시설 종사자 영성 실태 연구 및 한국 교회 해외원조 현황 주제 세미나 ▲서울대교구 ‘희망의 길’ 도보성지순례 ▲음악회와 기념 전시회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20일 봉헌된 폐막미사에서는 한국 카리타스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추진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캠페인 선포식도 열렸다. 기념행사에 앞서 한국 카리타스는 3월부터 전국 교구 사회복지회, 본당 사회복지 활동가, 성직자·수도자, 일반 신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와 모금 캠페인도 전개했다. 1975년 주교회의 인성회(仁成會)로 출범한 한국 카리타스는 당시 만연한 국내 빈곤과 미비한 사회복지 체계 속에서도 해외 교회의 지원을 조정하며 구호와 자선, 개발 사업을 펼쳤다. 1993년부터는 해외 원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국제 카리타스 162개 회원 기구 중 긴급 구호 지원금 규모로 매년 상위 10위권에 드는 등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거듭나며 카리타스의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의 방향성을 실제 사목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례화한 본당 사제 모임을 중심으로 시노드 정신을 교회 안에 뿌리내리기 위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하 본당 사제 모임)을 개최했다. 작년 개최된 첫 본당 사제 모임이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의 권고에 따라 마련된 것에 비해, 올해는 202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정례화가 결정되면서 자발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결과가 한국교회 차원에서 필요에 맞게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본당 사제 모임은 주교회의 사무처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로 구성된 주교회의 시노드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이 공동으로 준비했으며, 1차 모임보다 실천적 내용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성체강복과 기도, 미사를 일과의 중심에 두고 주님 안에서 친교하고 일치하는 시간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본당 사제 모임은 ▲제1주제 ‘관계를 돌아보기–보다’ ▲제2주제 ‘소통으로 나아가기–듣다, 그리고 말하다’ ▲제3주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행동하다’ 등 공식적인 주제에 관한 대화와 나눔으로 진행됐다. 또 ‘신오두(Synodu) 신부의 고민, 시노드 스타일로 함께 풀어가기’에서는 공동체 내 갈등 등 본당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시노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함께한 박용욱 신부(미카엘·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지역 교회가 이행 과정에 들어서 시노드 교회로 향하는 과정을 부단히 밟고 있고, 3년 후에는 교황청에서 시노드 팀 모임이 열릴 예정"이라며 “이번 본당 사제 모임은 한국교회가 시노드를 이미 끝난 일회성 행사로 여기던 태도를 내려놓고, 교회 전체의 큰 흐름에 합류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강론에서 “시노드 교회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 사제들은 봉사하는 권위와 사목적 리더십을 시노드 교회 안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각자 사목지에 돌아가면, 출발 전과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겠지만, 그 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우리의 눈과 마음에서 변화는 시작됐다고 믿는다"며 “우리 공동체를 어떻게 시노드적으로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고 당부했다. 본당 사제 모임에는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옥현진 대주교(시몬·광주대교구장)와 주교회의 시노드 대표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해 전국 16개 교구 사제 50명,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 6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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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사제들, 사목 현장 ‘관계·소통’ 문제 성찰…“교회 체질 변화 필요성 체감”

‘동행’, ‘친교’, ‘변화의 시작’, ‘허심탄회’, ‘위로’, ‘희망’, '편견 없는 대화', ‘감사’, ‘함께하는 기쁨’, ‘보았습니다’ 주교와 사제, 봉사자에 이르기까지 6월 17일부터 사흘간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함께 한 50여 명은 2박3일의 여정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나누며 모임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고받은 단어와 문장에서는, 모임 동안 시노드 교회를 살기 위한 행동과 실천을 나누며 체험한 깊은 형제애가 묻어 나왔다. 이번 모임은 지난해 교황청 요청에 따라 열린 1차 모임과 달리,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공동 식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며 나눈 이 시간이 한국교회 성장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노드 이행 단계의 응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이번 모임의 의미를 키워드로 알아본다. 정례적·능동적 모임 지난해 열린 1차 모임은 교황청 주교대의원회(현 시노드 사무처)에서 공문을 통해 지역 교회 차원의 본당 사제 모임을 제안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2024년 5월 15일 공문을 통해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지역 교회에서 적어도 두 차례의 본당 사제들의 시노달리타스 모임을 제안하며 그 결과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공유하여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사제 6명의 건의도 모임 개최에 영향을 미쳤다. 시노드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체험한 이들은, 그 경험을 한국의 사제들과도 나누고자 주교회의에 모임 개최를 제안하며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성사된 1차 모임에서 참석 사제들은 본당 사제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공식적인 자리 마련을 요청했고, 이 건의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수용돼 매년 정례적인 모임을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올해 개최된 2차 모임은 그 첫 번째 열매로, 한국 주교단의 결정에 따라 정례적이고 자발적으로 실시된 본당 사제 모임의 시작이었다. 관계와 소통 이번 모임의 주제 ‘관계와 소통’은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 「최종문서」 50항에서 비롯된다.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관계로 초대하고, 구원은 그 관계로부터 오기에 시노드 교회가 되려면 관계의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이행하려는 뜻에서 정해졌다. 이런 차원에서 참석자들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관계들의 진정한 회심을 이뤄 시노드적인 교회를 이룩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성찰했다. 이 주제는 「최종문서」에 나타난 시노드 정신의 핵심을 보여주고, ‘사목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문제’로 적절했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6개 조로 진행된 주제별 대화와 나눔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고백하고, 그동안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진솔하게 밝혔다. 참석자들은 제1주제 ‘관계를 돌아보기-보다’에서 평신도·수도자·동료 사제 등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과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을 토로했다. 사제들은 대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제2주제 ’소통으로 나아가기-듣다, 그리고 말하다'에서는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자기 중심성에서 일어난 소통의 어려움을 나누고, 자신의 상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것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공감하는 소통 방식의 중요성도 이야기됐다. 제3주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행동하다’는 「최종문서」의 방향성을 사목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제들은 “머리로만 알던 시노달리타스를 몸으로 체득했고, 이는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교회의 체질 변화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노드 방식에 대한 혼란과 의심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인내와 희망을 품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함께 가는 길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참석한 사제 대부분은 “이런 모임이 상시로 열렸으면 좋겠다”,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함께 식별하는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202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모임의 지속적 개최를 결정한 만큼, 앞으로도 이 모임은 계속될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면 모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규모를 확대해 내년에 한 차례 더 열고, 후속(심화) 모임도 계획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 안에 더욱 깊이 확산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임을 동반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양성의 필요성도 제안됐다. 최문석 신부(안드레아·청주교구 배티 순교 성지 담임)는 “현재는 2024년 국제 모임에 다녀온 사제들이 대화 진행자(퍼실리테이터)로 함께 하고 있지만, 다양한 모임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양성 과정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옥현진 대주교 - “‘성령 안에서 대화’로 진정한 공감·유대 나눈 시간”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시몬,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동참했다. 첫 모임에는 격려 차원으로 찾아 일부 일정만 참석했지만, 올해는 조 모임을 포함한 2박3일 전 일정에 함께했다. 옥 대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동안, 사제단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공감과 유대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며 “교구와 본당을 뛰어넘는 만남 안에서 마음의 소리를 편안히 전할 수 있었던 점도 허심탄회한 나눔을 가능하게 한 큰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제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함께한 것이 위로와 격려가 됐다’는 반응을 들으며 서로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주교님이 함께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노드 정신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한 옥 대주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스며들어 삶이 되고, 그 삶이 문화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1차 모임에 참여했던 사제들의 체험과 성령 안에서의 마음 열림이 이번 모임을 여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옥 대주교는 “사제들을 통해 ‘기쁨’이라는 성령의 열매를 발견했고, 이를 더욱 넓고 깊게 확장해 많은 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직을 먼저 세우고 시작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스며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시노드를 단지 한 번 경험해 보는 수준으로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재삼 역설한 옥 대주교는 "이번 1·2차 본당 사제 모임 역시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체험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해 가는 여정이라 여긴다”고 전했다. “이러한 체험들이 재현되고, 새로운 만남을 계획하며 서로 연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하기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수도자 위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모임…“기쁨의 본질 재발견”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남녀 수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과의 깊은 관계 안에서 소명을 되새기며 고통마저 은총이 되는 ‘기쁨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함께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6월 21일부터 이틀간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종신서원 1~10년 차 수도자 30여 명은 워크숍에서 ‘과거’ 속 은총과 그 안의 고통과 기쁨, ‘현재’의 기쁨과 어려움, ‘미래’에 펼쳐질 여정을 하느님과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특히, 힘들었던 시간조차 하느님이 함께 계셨음을 깨달은 뒤 고통은 바로 은총을 체험한 진정한 기쁨이었음을 재발견한 시간이었다는 것과, 공동체 자체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큰 기쁨과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류지민(아녜스) 수녀는 “이곳에서 동료 수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가는 길이 교회와 수도 공동체, 내 개인의 삶 안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금 깨달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작은 형제회 이상학(힐라리오) 수사는 “‘미래 지도 그리기’를 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기쁨과 일상에서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인보 성체 수도회 노윤희(마리아) 수녀는 “세상에서 조금 지쳐있었는데 ‘고민 적어 물에 녹이기’를 통해 나의 어려움이 가벼워짐을 느꼈고, 생활 안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는 법을 일깨우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워크숍에는 유덕현 아빠스가 참석해 수도자들과 1박2일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유 아빠스는 “수도자들의 밝고 기쁜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많은 수도자가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기쁨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견 미사 강론에서 유 아빠스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처럼, 서원한 우리들은 겉모습은 그대로이지만 본질은 그리스도의 것으로 변화됐다”며 “모든 것을 그리스도께 의탁하며 기쁘게 살자”고 당부했다. 전지적 기쁨 시점은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필리 4,4)를 주제로, 전능하신 하느님의 기쁨 시점에서 수도자들에게 기쁨의 원천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를 주는 워크숍으로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9월 30일까지 총 여덟 차례 마련된다.

대구대교구 무학연수원 새 단장…‘신앙교육 거점으로 재도약’

대구대교구 무학연수원(원장 김동진 제멜로 신부)이 약 3년간의 재건축을 마치고 청소년·청년 신앙교육의 거점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무학연수원은 6월 21일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 성주로 684 현지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무학연수원을 운영하는 것은 청소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한 투자”라며 “한 사람의 청소년을 올바른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청소년 교육은 교회와 국가, 지방자치가 다 함께 나서서 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재단법인 대구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 산하 무학연수원은 과거 본당들이 산간학교 장소로 자주 찾았던 성주 무흘구곡에 자리해 있다. 간판에서부터 ‘하느님을 만나는 집’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무학연수원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복음화를 위한 사도로 양성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기존 건물의 노후화와 시대 변화에 따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무학연수원은 2020년부터 신축 논의를 시작하고, 철거와 설계, 시공 등을 거쳐 새 건물을 준공했다. 신축 무학연수원은 연면적 3691.45㎡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경당과 세미나실, 강당, 카페, 객실, 사제관, 샤워장, 식당 및 다양한 모임 공간이 들어섰으며, 모든 공간에 턱을 없애는 등 장애인 친화시설로 꾸몄다. 외부에는 순환 산책로, 광장, 야영장 등도 조성돼 자연 속에서 신앙과 치유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축복식에는 장신호 주교와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 등 교구 관계자들과 정희용 국회의원(스테파노·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이병환 성주군수, 정영길(소존) 경북도의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장신호 주교는 “무학연수원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신자들과 신자가 아닌 분들까지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오늘을 새로운 출발의 기점으로 삼아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귀한 배우자 주신 하느님께 감사”…서울 생명위, ‘부부의 희년’ 맞아 혼인성사 갱신식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부부의 희년을 맞아 6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금혼식, 은혼식 등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 15쌍의 혼인성사 갱신식을 열었다. 미사 중 열린 혼인성사 갱신식에서 참가 부부들은 다짐을 새로이 하고 하느님 앞에 서약했으며, 반지 축복도 함께 이뤄졌다. 이들은 5월부터 3주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번 갱신식을 준비해 왔다. 결혼 50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김윤진(요아킴)·고순애(엘리사벳) 씨 부부는 행사가 뜻깊고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혼인성사 갱신을 위한 교육을 받는 동안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겪어온 어려움과 기쁨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이라 생각하기에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씨도 “많이 참고 기다려주며, 나를 아이들의 좋은 엄마로 이끌어준 남편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매일 평일 미사를 다니는 지금처럼 신앙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배우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남은 생애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결혼 31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길음동본당 남상혁(율리아노)·진지원(율리아나) 씨 부부는 “부부의 의미를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며 신앙 안에서 잘 살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강론에서 “부부의 삶은 때로 용서나 희생을 동반하지만 서로를 하느님께 이끄는 통로가 돼야 하는 여정”이라며 “여러분은 가정이라는 작은 교회 안에서 사랑과 생명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사도직을 충실히 살아오셨다”고 격려했다.

종합

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 평화 위한 과제 모색…“美·日 교회와 협력 필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설립 30주년을 맞아 6월 2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하고, 30년 역사 속 남북 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모색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제1발표 ‘서울대교구 민화위 30년의 교회사적 의미’에서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화해위원회를 결성한 서울대교구는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나누고자 노력을 경주하는 등 남북 관계 악재 속에서도 기본적인 사업들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조 신부는 서울 민화위가 3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더욱 많은 사제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연구와 교육 분야에 있어 현대의 사회학·통계학적 연구와 병행해 과거의 생각과 옛 연구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역사적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태균(가브리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2발표 ‘지난 30년 남북 관계의 변화, 희망과 좌절: 교회의 고민과 과제’에서 “남북 관계는 국가적 차원과 민족적 차원이 공존하는 동시에 협력적·대결적 관계도 공존한다는 특징이 있어 진보와 보수 정부를 기준으로 남북 관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30년 동안 남북 관계가 변화하는 흐름에 작용한 동인과 관련해, “북한 내부 문제와 더불어 남한과 북한 사회가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면서 “북미 관계와 한중 관계 그리고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 정책에도 남북 관계는 영향을 받아 왔다”고 분석했다. 단절된 남북 교류에 대해 ‘조급할 필요 없다’는 견해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을 언급한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고 지적하면서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서는 학술 단체들의 역할과 스포츠 행사 개최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변진흥(야고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은 제3발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 교회의 역할과 과제’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먼저 개괄한 뒤, 남북한 ‘두 국가론’이라는 잠정적 현실 앞에서 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변 위원은 “2010년 5·24조치 이후 실질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은 중단됐고, 북한도 이제는 인도적 지원 방식을 거부하고 있어 한반도 두 국가론에 맞는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은 이어 “재북(在北) 교회의 교구장 서리 체제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한시적 조치이므로 한국교회는 긴 호흡으로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포함해 교구장 서리 체제를 진단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미국·일본 주교회의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라이프 유럽 방한…“피부색·언어 달라도 ‘생명 운동’ 펼치는 마음은 하나”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유럽 유일의 대학생 생명 운동 조직인 ‘프로라이프 유럽’(대표 마리아 체르닌)의 마누엘라 슈타이너는 “이 질문이 ‘태아는 생명입니다’라는 주장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며 “우리가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대 일로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질문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명 운동 노하우를 전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프로라이프 유럽과 인천가톨릭대학교 프로라이프 동아리 ‘라비타’, 서울 의과대학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등 청년 약 30명이 모여 ‘생명 운동’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국경을 뛰어 넘어 열정과 경험을 나눈 것이다. 이 자리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부대 행사로 마련한 ‘프로라이프 유럽과 한국 프로라이프 학생들과의 연계 워크숍’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유럽의 ‘대화 중심’ 생명운동 방식과 한국의 ‘체험 중심’ 캠페인 방식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자리였다. 프로라이프 유럽은 서울 생명위가 제정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본상 수상 팀이다. 2019년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로 공식 학생 봉사자 137명과 협력 봉사자 300명이 매주 생명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리아 체르닌 대표는 “유럽에서는 프로라이프 운동 참여자 대부분이 신자인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교적 배경 없이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도 우리나라만의 효과적인 생명 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라비타 송승표(알베르토)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부스를 열어 임부 체험복을 입어보거나 태아 퍼즐 맞추기 같은 활동으로 먼저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한다”며 “참가자들이 재미와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뒤, 우리가 설명을 보태 이해를 돕는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생명위는 6월 1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개최했다. 시상식에서는 프로라이프 유럽을 비롯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생명과학분야 본상) ▲포항공과대학교 장진아 교수(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이 각각 수상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서울대교구장 명의 상패와 상금 1억 원,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됐다.

서울 에파타본당, ‘청각장애인-비장애인’ 잇는 수어 봉사자 45명 양성

수어를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될 봉사자 45명이 배출됐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여서 더욱 뜻깊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인 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주임 김현덕 요한 사도 신부)은 6월 19일 성당에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상반기 수어 교실 수료식을 열었다. 본당 수어 교실은 청각장애인이 직접 교육에 참여해 비장애인 수어 통역 봉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비장애인들이 교육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장애인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본당은 1980년대 초 가톨릭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시작된 수어 교실을 이어 2018년 준본당 승격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수어 교실은 기초반·고급 회화반·가톨릭 수어반으로 구성되며, 각 교육은 6개월간 이뤄진다. 총 18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수어 통역 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기초반 21명, 고급 회화반 11명, 가톨릭 수어반 13명 등 총 4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기초반 수료자 홍미화(루치아) 씨는 “6개월 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반 친구생들과 함께 고급 과정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기회에 배운 수어를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처음 마음을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이어주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2019년 본당으로 승격된 에파타본당은 정기적으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익숙한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이해하고,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본당 수어봉사부에는 지금까지 수료한 교육생 중 약 10%에 해당하는 총 1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본당은 교구 내 다른 본당에서도 수어 통역과 자막 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자 양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봉사자들이 단순히 수어 실력뿐 아니라 교리와 신앙 교육 측면에서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각장애 신자들이 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깊은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힘쓸 방침이다.

대구 월성본당 자부회, 아빠 사랑 담긴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 열어

대구대교구 월성본당(주임 김용민 안드레아 신부) 주일학교 아버지들이 ‘아빠 셰프’가 되어 자녀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추억을 선사했다. 본당 주일학교 자부회(회장 김학동 노엘)는 6월 21일 성당 문화관에서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포장마차)’를 열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이날 행사에서 한 학기 동안 정성과 노력으로 모아온 ‘칭찬카드’를 일일 화폐로 이용해 음식을 구입하고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부회가 선보인 떡볶이, 튀김, 순대, 꼬치, 어묵, 솜사탕, 슬러시 등 다채로운 메뉴는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장준혁(미카엘·초6) 군은 “아빠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같이 놀아주셔서 늘 감사한 데, 맛있는 음식까지 만들어 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022년 결성한 본당 자부회는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시키는데 아버지들도 동참한다’는 취지로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놀면서 소통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전례력에 맞게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본당이 필요로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2년간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포차 행사를 열어 온 자부회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자녀들만을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김학동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먹거리 제공을 넘어, 신앙 공동체 속에서 칭찬과 배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어린이들도 본당 공동체의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