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머니가 쓰셨던 묵주라 제겐 너무 소중한 성물인데… 이렇게 망가진 묵주도 고칠 수 있을까요?” 3월 8일 수원교구 제1대리구 호매실동성당. 미사 후 성당 로비 한쪽에 마련된 ‘묵주 수리 서비스’ 코너에는 망가진 묵주를 손에 든 신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기도하며 손에서 놓지 않았던 묵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이 끊어지거나 알이 깨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곤 한다. 하지만 신앙의 기억이 담긴 묵주는 쉽게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성물이다. 호매실동본당 청년회는 이러한 묵주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순 시기 ‘묵주 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2월 22일 시작된 봉사에는 3주째인 3월 8일까지 20개가 넘는 묵주가 접수됐다. 수리를 맡기는 사연도 다양하다. 묵주로 기도하며 간절했던 꿈을 이뤘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거나, 해외에서 구입해 수리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지 못했던 신자들도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추억을 안고 수리 코너를 찾았다. “저희가 말끔하게 수리해서 문자 드릴게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접수창구에서 망가진 묵주를 받아 든 청년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부활을 앞두고 신자들을 위해 의미 있는 봉사를 하고자 머리를 맞댄 청년회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묵주 수리였다. 청년회장 박재형(시몬) 씨는 “사순 시기에 묵주기도를 많이 하시는데 묵주가 망가져 쓰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집에 보관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묵주를 수리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청년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난을 견디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수명을 다한 묵주를 다시 이어 주는 과정 자체가 사순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당 건물 옆 청년회 방은 주일이면 작은 수리 센터가 된다. 미사가 끝난 뒤 2~3시간 동안 대여섯 명의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 묵주를 고친다. 묵주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던 청년들은 몇 달 동안 유튜브를 보며 방법을 익혔고, 이제는 묵주 팔찌뿐 아니라 매듭법이 까다로운 5단 묵주도 한 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청년들의 봉사 소식을 들은 신자들 가운데는 집에 있던 비즈와 묵주알을 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망가진 묵주는 청년들과 신자들의 정성과 관심 속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 봉사를 시작한 초기에는 묵주를 복원하는 데만 집중했던 청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묵주를 다시 받게 될 신자들의 기쁜 얼굴을 떠올리게 됐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하는 봉사를 통해 보낸 사순 시기는 청년들이 부활을 더욱 기쁘게 기다리는 원동력이다. 청년회 이수연(미카엘라) 씨는 “묵주 수리 봉사를 하면서 단순히 물건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신앙의 도구를 다시 이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끊어진 묵주를 하나하나 정성껏 수리하면서 그 묵주로 기도할 누군가를 떠올리게 됐고, 작은 손길이 누군가의 기도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본당 주임 박석천(안드레아) 신부는 “망가져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묵주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부활 신앙과도 맞닿아 있는 의미 있는 봉사”라며 “적은 인원이지만 신자들을 위해 정성껏 봉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본당 신자들에게 기쁨이 되고 청년들에게도 신앙 안에서 보람을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움직인다. 알람을 끄고 카톡을 확인하고 뉴스 헤드라인을 훑는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미 수십 개의 메시지와 이미지 속에 잠겨 있다. 출퇴근길에서, 식탁에서도, 잠들기 직전 이부자리에서도 휴대폰 화면은 하루의 빈틈을 거의 남김없이 채운다. 2025년 기준 전 세계인은 하루 평균 약 6시간30분 이상을 인터넷 사용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디지털 통계 리포트 「디지털 2025: Global Overview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55억6000만 명,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52억400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주간 평균 이용 시간은 20.5시간, 하루 약 3시간 수준이다. 특히 10~40대는 평균보다 더 오래 사용해 실제로는 하루 4시간 안팎을 인터넷과 모바일에 쓰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미디어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에 “올해는 무엇을 끊을까”라는 사순의 물음에 ‘미디어 단식’은 오늘의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비추는 답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태의 금식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사순 담화에서 ‘욕망이 죄로 우리를 이끄는 여러 길들 중 하나’로 디지털 미디어 중독을 지적하며, “이것이 인간관계를 빈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SNS, 영상·게임 중독 등이 대면 관계와 진정한 만남을 해치는 요인이 됨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사순 시기를 “이러한 유혹들을 저지하고, 진정한 대면의 만남을 통해 더 온전한 인간적 소통을 키우는 시간”으로 초대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올해 사순 담화는 ‘단식’을 언급하며 ‘말’의 절제를 강조한다. 직접적으로 ‘미디어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이웃을 불쾌하게 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라”는 내용 속에서 소셜 미디어와 정치 담론 속 폭력적인 언어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필리핀 주교회의(CBCP)가 2026년 사순을 앞두고 내놓은 사목 서한 「음식을 넘어선 단식: 디지털 미디어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기(Fasting Beyond Food: Inviting Christ into Digital Media Use)」가 주목을 받는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디지털 기술은 선물이지만, 과도한 사용은 주의를 빼앗고 기도에 집중하는 능력을 약화하며, 침묵과 관계를 위축시킨다”며, 디지털 미디어 단식을 현대적 회개의 표현으로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기술을 주인 자리에서 끌어내려 도구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미디어 단식 실천의 목표다. 일상을 파고든 AI의 현실 속에서도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작게 시작하라 미디어 단식을 마음먹었다면, 먼저 자신의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National Catholic Register)」는 ▲미디어 사용 점검표 작성 ▲문제가 되는 앱과 기기 파악 ▲과도한 사용을 유발하는 계기 확인 ▲휴대전화·컴퓨터·태블릿의 스크린 타임 기능 확인 등을 통해 자신의 미디어 사용 패턴을 먼저 파악하라고 권한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와 잠자리에 들기 전, 스크린을 끄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용은 수녀(제오르지아·살레시오수녀회)는 “잠자기 전은 뇌가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며, 아침에 일어나 마주하는 것은 그날 하루의 정서를 움직일 수 있다”며, “5분이라도 잠시 멈춰서 성경 한 구절을 읽는다든지, 성호를 긋고 기도해 보는 노력을 한다면, 하루는 물론 사순 시기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필리핀 주교회의가 제시한 미디어 단식 실천 방식도 거창하지 않다. ▲아침·취침 직전 폰 사용 줄이기 ▲식사 시간에는 기기 내려놓기 ▲하루나 주말 동안 24시간 디지털 금식 ▲그 시간을 기도·성경·가족 대화·봉사에 쓰기 등이다. 미국 애링턴 교구는 2025년 3월 28일을 ‘교구 디지털 금식의 날(Diocesan Day of Unplugging)’로 공식 지정하고, 이날 하루 동안 디지털 화면과 기기를 끄고 기도와 가족·이웃과의 관계에 투자하는 단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교구·본당·단체 차원에서 함께 실천할 때 미디어 단식은 더 큰 효과를 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2020년 3대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스마트폰 쉼 운동’을 선정하고, 사순 시기를 기해 교구와 연계한 시범 본당 운영 계획을 밝히는 등 신앙 안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문화 조성에 앞장섰다. 김민수 신부(이냐시오·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는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디지털 시대에 구현하기 위해 본당에서 여러 차례 ‘사순 시기 디지털 금식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정하기’, ‘한 번에 20분 이상 SNS 금지’ 등을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 신부는 "본당 공동체가 디지털 금식 선서를 하고 캠페인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함께하는 과정에서 파급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미디어 단식은 기계에 종속되지 않고 주체성을 확보한다는 뜻에서 중요하고, 절제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신앙인들은 성체조배나 성경 필사 등을 통해 미디어에 쏟는 시간을 하느님을 향한 시간으로 돌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15주년을 맞아,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과 신자들이 광화문에 모여 핵 없는 사회를 촉구했다. 가톨릭기후행동과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교회 환경단체들은 3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 주례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스테파노·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 등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활동에 참여하는 사제 18명과 신자 700여 명이 참례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자연이 훼손되고 생명들이 사라지는 위기의 근원에는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이 있다”며 “특히 핵발전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들이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먼저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붕괴하면서 대규모 방사능 누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많은 주민이 삶의 터전을 떠났고 광범위한 환경 피해가 이어졌다. 사고 발생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1월 26일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사 후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노동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대회’를 열고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 해임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 ▲핵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중단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양기석 신부는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핵으로부터의 독립”이라며 “핵발전소와 핵무기가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핵발전소를 상징하는 복장을 입고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해 인간 띠 잇기와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이며 탈핵을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339개 단체와 3339명이 참여한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대회 요구안’을 청와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실에 전달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문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핵기술이 한 순간에 얼마나 거대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핵발전의 위험은 이미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사고는 핵발전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세대 최대 핵발전소 밀집국가인 대한민국이 다음 핵사고 국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감히 누가 할 수 있는가. 핵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공동체와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후발 세대의 삶까지 위협하는 장기적 재난이다. 끝나지 않은 재난, 후쿠시마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경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핵발전의 구조적 위험성과 비민주성을 외면한 채, 여전히 내란범 윤석열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3번째, 34번째 대형 핵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추진하겠다는 결정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거스르는 결정이다. 핵발전 확대는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핵발전은 구조적으로 경직된 전원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양립하기 어렵다. 핵발전이 탄력적으로 운전될 수 있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가정일 뿐이며,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 구축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핵발전 확대 정책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에너지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전력 수요는 AI 산업,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신규 핵발전소는 다시 비수도권 지역에 추진되고 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송전선로 건설을 동반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문제는 이미 송전망 포화와 재생에너지 접속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 밀양에서 확인했듯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전국 곳곳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송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핵폐기물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핵폐기물은 이미 포화상태로 저장중이며, 신규 핵발전소가 추가될 경우 처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수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하는 이 위험한 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의 책임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또한 현재 핵발전소가 중대사고 없이 가동되고 있다는 이유로 그 피해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국내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서는 이미 온배수 문제와 방사능 누출로 인한 건강 피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주 대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상 가동이라는 이름 아래 사고와 다름없는 수십년을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전소 추가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한편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과 규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발전의 위험은 사고가 난 직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온 국민의 삶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은 결국 위험과 책임을 국민과 다음 세대, 비수도권 지역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에너지 정책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중대한 에너지 정책이 시민의 충분한 정보 접근과 숙의, 동의 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공론화’라고 포장하는 방식은 민주적인 에너지 정책 결정과는 거리가 멀며, 소멸되어 가는 지역에 핵발전소를 밀어붙이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위험을 확대하는 정책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에 둔 에너지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수요 관리, 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핵발전을 확대하는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기다.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탈핵을 촉구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민주주의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탈핵 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해임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하라. 핵발전 확대 정책의 주요 쟁점에 대해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하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즉각 중단하라. 재생에너지 중심 정의로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라.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민주주의를 외친 이 광장에 다시 모인 우리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의 시대를 끝내고 탈핵 사회로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위험을 지역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핵발전 체제를 거부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민주주의를 통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전환할 것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연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핵발전 없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행동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2026년 3월 11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탈핵선언 참여 339개 단체 및 3,339명 개인 일동

주요뉴스

주교회의 2026년 춘계 정기총회…“세계 평화·생명 가치 수호해야”

주교회의는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026년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최근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한 한국 주교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나주 윤 율리아 문제 대응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번 총회의 주요 결정 사항을 살펴본다. 사순 시기 세계 평화 기도 요청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를 통해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분쟁과 갈등에 우려를 표하고, 사순 시기 동안 세계 평화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교단은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해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관련 주교단 성명 발표 주교회의는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가 제출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 관련 성명서’를 검토하고 이를 주교단 명의로 발표했다. 주교단은 성명을 통해 낙태 관련 입법 논의와 관련해 생명 존중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태아와 임산부 모두를 보호하는 법적·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지금은 입법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생명 말살, 죽음의 문화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의식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의미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주 문제 대응·FABC 총회 협력 주교회의는 나주 윤 율리아와 그 추종자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허위·조작 정보를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신자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현혹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에 관련 공지를 하고, FABC 정기총회에 나주 윤 율리아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올려 아시아 각국 교회에 관련 상황을 알리고 주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FABC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소통하고 있으며, 관련 교령을 마련해 전 세계 교회에 알릴 계획이다. 7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FABC 제12차 정기총회에는 의결권이 있는 한국 대표인 이용훈 주교,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손삼석(요셉) 주교,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를 비롯해 총 9명의 주교가 참여한다. 주교회의는 대표단 외에도 여러 주교가 함께 참석하는 것은 아시아교회 현안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과 협력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노달리타스 실천 위한 국내·아시아 협력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교회 안에서 실천하기 위한 연수와 사제 모임을 이어가고, 아시아교회와도 협력하는 등 주교회의 차원의 다양한 노력들도 이어질 방침이다. 주요 일정으로는 4월에는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 6월에는 제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교구 시노드 팀 연수’가 열린다. 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시노달리타스 위원회가 주최하는 ‘아시아 국가 시노드 팀 모임’에는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이 참여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점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교구별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구성과 발대식 현황,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국내 순례 상황, 순례자 신청 계획, 교구대회 홈페이지 개설, 서울 WYD 국제회의와 교구대회 엑스포(EXPO) 준비 상황 등을 확인했다. 또 청소년·청년 성가집 「일어나 비추어라」 증보판을 발행하고 각 교구 교육·청소년국장 추천곡과 WYD 공식 주제가를 추가해 2027 서울 WYD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교회 용어 정비·전국위원회 위원장 선임 주교회의는 천주교용어위원회가 제안한 ‘바실리카 미노르(Basilica Minor)’의 우리말 표현을 기존 ‘준대성전’에서 ‘대성전’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대성전(교황 직속)’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 전국위원회 일부 위원장을 새로 선임했다.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에는 곽진상(제르마노) 주교, 성서위원회 위원장에는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정의평화위원회·노동사목소위원회·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주영(시몬) 주교가 임명됐다. 또한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에는 신호철(베네딕토) 주교가 선임됐다. 이 밖에도 주교회의는 ‘병자(성사, 영성체) 신청서’, ‘병자성사 통지서’, 영문 세례성사·견진성사·혼인 증명서 등의 수정된 양식을 승인했다. 또한 주교들이 자율적으로 기부해 조성한 ‘착한 사마리아인 기금’의 2026년 사용처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라왈핀디교구 성모 성지 조성, 캄보디아 푸삿 자비의 성모 유치원, 군포 새싹들의 집을 지원하기로 했다.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한국 주교단의 성명서 한국 주교단이 3월 12일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한국 주교단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해 ‘낙태 자유화’를 조장하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생명 보호 입법을 촉구했다. 주교단은 성명에서 “태중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낙태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고귀한 생명, 가장 힘없는 생명을 해치는 ‘살인’ 행위”라며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선물로서 인간의 편의나 법률적 수사로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주교단은 특히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지적했다. 주교단은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모자보건법」의 일부 조항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형법을 올바르게 개정해 법적 원칙을 세우는 것”이라며 “임산부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데 올바른 형법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숙려 기간과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교단은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며 “최소 몇 주간의 숙려 기간을 동반한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교단은 의료인의 양심 보호와 낙태 약물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교단은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거부하는 병원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밝히고 “낙태 약물은 결코 간편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임산부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교단은 “여성과 남성은 임신·출산·양육에 공동 책임을 지닌 주체”라고 남성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고,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며 “국가는 안심하고 출산과 양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 “지뢰 폭발 사고 당한 미얀마 새 사제 도와주세요”

사제품을 받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미얀마 예수회 사제가 지뢰 폭발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 긴급 의료비 지원 캠페인에 나섰다. 기쁨나눔재단은 3월 3일 “34세의 미얀마 예수회 새 사제 한 조 신부(Nicholas Han Zaw Shing)가 2월 7일 미얀마 사가잉 지역 탄푸에서 이동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했다”며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한 조 신부는 지난해 12월 사제품을 받은 뒤 사가잉 지역의 한 시골 본당에 파견됐다. 그러나 본당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얀마 군부가 마을을 폭격했고, 마을 공동체와 함께 숲으로 피난하던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한 조 신부는 폭발로 튄 파편에 의해 다리와 엉덩이 등에 상처를 입었고, 특히 복부에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재단은 “한 조 신부의 완전한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상당한 의료비가 필요하다”며 “가장 소외되고 위험한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다 다친 젊은 사제가 하루빨리 회복해 다시 사목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조 신부가 사목하는 미얀마 사가잉 지역은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이 격화되면서 폭력 사태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군부와 민주 진영 무장조직 간 충돌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으며, 지뢰도 곳곳에 매설돼 민간인이 부상을 입는 일이 빈번한 상황이다. 한 조 신부의 사고 역시 이 같은 분쟁 상황 속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민간인 피해 사례로 전해진다. 예수회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지뢰 금지 운동을 꾸준히 이끌어 온 수도회 중 하나다. 캄보디아 예수회난민기구(JRS) 등을 중심으로 지뢰 피해자 지원과 지뢰 제거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30년 넘게 국제적인 지뢰 금지 캠페인에 연대해 왔다. 재단은 “지뢰 금지 운동이 시작된 이후 예수회 사제가 직접 지뢰 피해를 입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뢰가 여전히 아시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번 의료비 지원 캠페인을 통해 모인 후원금을 우선 한 조 신부의 수술비와 재활 치료비로 지원하고, 이후 모금액은 지뢰 사고가 빈번한 미얀마 접경 지역의 인도적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캄보디아 선교 책임자인 예수회 권오창(시몬) 신부는 “미얀마의 평화와 한 조 신부님의 빠른 회복을 위해 모두가 기도해 주길 청한다”며 “이 비극이 캄보디아와 미얀마, 그리고 한국을 잇는 그리스도인의 연대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 조 신부를 위한 긴급 의료비 후원은 재단 홈페이지 내 캠페인 페이지(https://www.gpnanum.or.kr/152)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후원 문의 02-6956-0008 예수회 기쁨나눔재단

주사위 던졌더니 평화가 굴러왔다

제주교구가 ‘평화의 주사위(Dice for Peace)’를 통해 일상에서 평화를 살아가는 여정에 나섰다. 본당 주일미사에서 주사위를 던져 그 주간의 실천 문장을 정하고, 신자들이 한 주 동안 이를 삶에서 실천하며 서로 나누도록 하는 방식이다. 평화의 주사위는 ▲서로 사랑하자 ▲잘못을 용서해 주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모든 이를 사랑하자 ▲먼저 사랑하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자 등 문장 6개가 숫자 대신 적힌 주사위다. 교구는 2월 말 사제 연수를 통해 각 본당에 주사위를 전달하고, 공동체가 이를 도구 삼아 일상에서 복음 정신을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주일미사 공지 시간에 사제나 대표자가 주사위를 던져 그 주의 실천 문장을 정하면, 신자들이 함께 합송하며 한 주간의 삶의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가정과 소공동체·구역 모임, 청년·학생 모임에서 해당 문장을 중심으로 실천 경험을 나누고 서로 격려한다. 다음 주 미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지난 한 주간의 실천 경험을 돌아본다. 사목 방문을 위해 3월 8일 서귀포 남원본당을 찾은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교중미사 중 직접 주사위를 던지며 신자들과 함께 실천 문장을 선정했다. 교구 관계자는 "실천 문장을 정하고 함께 합송하는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공동체가 같은 복음의 태도를 가지고 한 주간을 살겠다는 약속의 의미"라며 "실천 사항을 정하고 그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반복되면 평화는 점차 공동체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주사위는 국제 교육·실천 네트워크 ‘리빙 피스 인터내셔널(Living Peace International)’이 제안한 것으로, 포콜라레 운동 창립자 끼아라 루빅이 제안한 ‘사랑의 예술’ 곧 복음의 황금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현재 주사위를 도입한 본당들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신자들은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해 보았다”와 같은 체험을 나누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도 주사위라는 친근한 형식이 흥미를 끌며 복음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구는 이 실천을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 갈 계획이다. 주일미사에서 실천 문장을 함께 나누고, 소공동체와 구역 모임에서 체험을 나누며 일상 속 실천으로 확장해 나간다. 청년과 어린이·청소년 모임에서도 같은 실천을 통해 평화를 배우고 살아가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4·3의 아픈 역사와 화해의 여정을 품고 있는 제주라는 지역 특성에서 이 실천의 의미는 더욱 깊다. 교구는 젊은 세대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평화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책임을 강조하며, 평화의 주사위가 공동체 안에서 평화의 문화를 키우는 신앙적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는 “무엇보다 평화가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태도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교구민들이 복음의 사랑을 일상에서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실천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적 경험을 쌓아 평화를 생각하는 신앙에서 평화를 살아가는 신앙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하인리히 비버 〈성 요셉 호칭기도〉

성 요셉은 친숙하나, ‘요셉학(Josephology)’은 낯설다. 성 요셉에 관한 신학 연구를 가리키는 이 용어는 그리스도론(Christology)과 마리아론(Mariology)의 하위 범주에 자리한다. 논리는 간명하다. 요셉을 아는 일은 마리아를 비추는 길이고, 마리아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에 다가서는 일이다. 요셉학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등 중세 신학에 뿌리를 두지만, 본격적 토대를 갖춘 것은 19세기부터 이어온 교황 문헌 덕분이었다. 1870년 비오 9세 교황은 성 요셉을 ‘보편 교회의 수호자’로 명명했고, 레오 13세 교황은 1889년 회칙 「쾀쾀 플루리에스(Quamquam Pluries)」를 통해 요셉 신심을 권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2021년을 ‘성 요셉의 해’로 선포하고,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를 발표해, 요셉 성인이 갖는 현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바 있다. 요셉 연구자 필리페토(Joshua Francis Filipetto)는 요셉학이 마주한 세 가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교부적 근거의 희박함, 명시적 교의 선언의 부재, 과도한 신심이 초래하는 일탈 위험이다. 그는 성 아우구스티노, 성 예로니모, 성 에프렘 정도를 제외하면 교부 문헌에서 성 요셉은 거의 침묵 속에 머문다고 지적한다. 또한 왜곡된 마리아 신심이 경계 대상이듯, 요셉 공경도 비슷한 긴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요셉학의 역사는 150~200년 내외로 비교적 짧지만, 그 신학적 근거나 문화적 토양을 16~17세기 요셉 공경이 반영된 음악·미술·건축에서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하인리히 비버(H. I. F. Biber, 1644~1704)의 〈성 요셉 호칭기도(Litaniae de Sancto Josepho)〉는 그 대표 사례다. 작품은 당시 비버가 활동하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던 성 요셉 형제회의 후원을 배경으로 한다. 주목할 것은 가사에 담긴 호칭들이다. “할례 때에 흘리신 예수님의 피를 받으신 분(Jesu sanguinem in circumcisione excipiens)” 대목을 보자. 예수님이 처음 피를 흘리신 할례는 수난과 십자가형의 예표였으며, 요셉의 협조로 인한 구원사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인류 구원 사업의 지극히 충실한 협력자(in opere redemptionis humanae coadiutor fidelissime)” 구절은 이를 선명하게 요약한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봉사자이며 경탄할 만한 대리자(Sanctissimae Trinitatis minister et vicarie admirande)” 표현은 요셉을 삼위일체 구원 경륜(οἰκονομία)과 결부하는 대담함을 드러낸다. 그 과감한 어휘 선택은 당시 극치에 도달했던 요셉 신심을 보여준다. 음악적으로도 이는 비버 역량의 정점에 가깝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공간 음향을 전제한 입체적인 다중 합창, 텍스트와 음악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한 성부가 다른 성부를 따라잡듯 모방하는 푸가(fuga) 형식은 ‘도망가다’ 어원과 관련이 있는데, 비버는 “어린 예수와 아내 마리아와 함께 이집트로 ‘피신하신(profuge)’ 분이여” 부분을 푸가 기법으로 묘사한다. 역사적 맥락은 더욱 선명하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가톨릭 수호자로서의 정체성을 성인 공경과 연결했고, 성 요셉은 1654년 보헤미아 및 오스트리아 왕실의 공식 수호성인이 되었다. 〈성 요셉 호칭기도〉는 이러한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정치 신학과 잘츠부르크 대주교후국의 성음악이 성 요셉에서 만나는 지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버지의 마음으로」에서 요셉을 일곱 가지 얼굴로 그린다. 가장 인상적인 정의는 역시 마지막이다. ‘그늘 속의 아버지.’ 그는 땅 위의 아버지로서, 하느님 아버지의 그림자다.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을 맞아 생각한다. 우리에게 요셉 성인은 어떤 존재인가. 그는 가장 높은 역할을 맡았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문 인물이다. 비버 작품의 장엄한 신학적 수사가 전자를 드러낸다면, ‘그늘 속의 아버지’라는 조용한 정의는 후자를 비춘다. 성인을 간절히 부르는 비버의 음악을 들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모든 ‘그늘의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종합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군종교구 청룡세라핌본당

군종교구 청룡세라핌본당(주임 안영근 다니엘 신부)은 3월 14일 오전 10시30분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고려산로 18 현지에서 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의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새 성당은 연면적 588.50㎡ 규모의 단층 건물로, 내부에는 성당과 사무실, 교육관(식당), 사제집무실 등이 있다. 2020년 7월 본당으로 승격된 청룡세라핌본당은 인근 군부대들이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 본당에서 활동하는 신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군종 사제 한 명이 사실상 성당을 홀로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새 성당을 짓기 전까지 약 6년 동안 열악한 임시 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해야 했다. 장병들이 사용할 만한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여름철에는 건물 안팎에 벌레가 많아 미사 중 제대 위로 송충이가 떨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을 찾는 해병대 신자 장병들은 꾸준히 있었다. 이러한 사정이 반영돼 해병대 건축 중장기 계획에 성당 건립이 포함됐고, 2023년 7월 31일 착공해 2025년 10월 28일 공사를 마무리했다. 안영근 신부는 “성당 건축 외에 내·외부 인테리어는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의 군종후원회, 해군 사제단 등에서 큰 도움을 주셨다”며 “사제 한 명뿐인 본당이지만 교구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의 기도와 관심으로 큰 힘을 얻어 성당을 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회 울타리 넘어 전하는 안부, 마음의 허기 달래다

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주임 최광득 토마스 신부) 독거인지원위원회가 지역 독거 주민을 꾸준히 돌보는 본당 차원의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본당 사목회 산하 조직으로 공식 출범한 위원회는 매주 대상자를 방문해 말벗이 되고 상담하며 건강 상태와 생활 형편을 꾸준히 살폈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4개월 동안 이어진 방문은 740여 건으로, 월평균 약 31건에 이른다. 활동의 결실도 있었다. 관리 대상자 6명 가운데 2명이 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으며, 이후 본당 레지오 마리애와 연계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 출범은 2023년 본당의 ’지역사회 현안과 연대하는 교회‘라는 지향에서 비롯됐다. 당시 1인 가구 비율이 전국적으로 34.5%에 달하고, 홀로 임종을 맞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봉사와 희생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 30일 본당 총회장을 중심으로 첫 모임이 열렸고, ’(가칭)독거자지원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비신자 독거인을 직접 찾아가 말동무와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을 핵심 활동으로 정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총 7차례 회의를 거쳐 21명 가운데 심사를 통해 최종 6명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회의록, 독거인 실태조사표, 활동 카드, 개인별 상담 카드 등 각종 서식을 직접 만들고 조직도와 회칙도 갖췄다. 이후 ‘독거인지원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공식 활동을 시작했으며, 봉사자들은 매주 1회 대상자를 방문하고 활동 결과를 월 1회 취합해 회의에서 공유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2,18 참조)는 말씀을 활동 지침으로 삼은 위원회는 관계 맺기를 통한 동행을 활동 취지로 삼고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레지오 단원과 봉사자가 함께 방문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소공동체 구역장·반장을 통해 새로운 대상자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행복 꾸러미 선물’ 전달로 특별한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독거인지원위원회 손수택(마티아) 위원장은 “홀로 계신 어르신들은 찾아가 안부를 묻고 잠시라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신다”며 “이런 만남 속에서 봉사자들도 감사함을 새롭게 느끼는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방문을 통해 쌓인 신뢰가 독거인들의 고독과 우울을 줄이고, 나아가 선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대교구 원평본당, 자살예방 시화전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열어

삶의 희망을 찾는 이들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시가 그림과 함께 공개된다. 대구대교구 구미 원평본당(주임 이성억 타대오 신부)은 3월 21·22일과 24일 3일간 자살예방 시화 전시회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를 연다. 구미 미래로병원 환자들의 시 가운데 31편을 천연염색 명인인 상정 신계남(알비나) 선생이 직접 시화 작품으로 제작해 전시한다. 전시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7시30분에는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초청 강연이 마련된다. 공개되는 시들은 삶의 벼랑 끝에 선 경험을 했던 미래로병원 환자들이 써 내려간 글들로, 이들을 상담했던 이춘자 수녀(아녜스·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가 모아 정리한 작품들이다. 이 수녀는 모은 시들을 류동근 병원장과 함께 2023년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라는 제목의 시화집으로 펴낸 바 있다. 당시 류동근 병원장과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가 책 제작비용을 보탰고, 김경우(베드로) 작가는 삽화를 그려 후원했다. 고(故) 두봉(레나도) 주교와 정호승 시인, 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차바우나(바오로) 신부 등이 격려글을 보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발간 직후 시화집은 전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비매품임에도 개정판과 개정증보판이 잇달아 나올 수 있었다. 미래로병원 장기환자인 장미숙 씨는 이에 힘입어 2025년 시집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를 발표했다. 황종열(레오)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아파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그분들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며 자신의 강의에 책 내용을 활용하기도 했다.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개정증보판은 미래로병원 홈페이지(http://gumipsy.com/) 커뮤니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주민 지원 ‘논산 행복마을’, 100번째 나눔 개최

성당을 울타리 삼은 이주민 지원 공동체 ‘논산 행복마을’이 100번째 나눔의 자리를 연다. 행복마을은 3월 15일 오후 1시30분 대전교구 논산부창동성당에서 100회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중에는 이주민을 위한 향토음악 연주와 축하 연주, 봉사자 감사장 수여 등이 있을 예정이다. 2017년 11월부터 매월 셋째 주일 논산부창동성당에서 열리고 있는 행복마을은 대전교구 포콜라레와 대전교구 가톨릭 간호사회 주축으로 마련되고 있다. 포콜라레 창시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가르침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 말씀을 토대로 이주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복마을에서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내과·치과·물리치료·한방 진료와 이미용 봉사가 제공되며, 교구 사회복지국 산하 푸드뱅크·성심당·포콜라레 회원 등의 후원으로 조성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나눈다. 또한 전교 가르멜 수녀회가 운영하는 공부방 ‘꿈나무 배움터’와도 연대하고 있다. 조손가정과 이주 배경 어린이들이 함께 배우는 공부방에 식자재를 지원하고, 어린이를 위한 코딩 수업 등을 마련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돌봄과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행복마을은 “이곳에서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봉사자와 방문객이 서로를 예수님처럼 대하며 한 가족이 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며 “100회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앞으로도 가장 작은 이웃들과 함께하는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