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개신교, 생태 정의 실현 ‘녹색 교회’ 16곳 선정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후정의위원회, 녹색교회네트워크 등 개신교 환경단체가 생태 정의 실현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 온 올해의 ‘녹색교회’ 16곳을 선정했다. 개신교 환경단체는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칼을 쳐서 보습으로: 우리가 생명의 숲이 됩시다’ 주제로 제43회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예배 중 열린 녹색교회 시상식에서 광주고백교회, 남양주성생원교회, 낮은자리교회 등 16개 교회에 녹색교회 인증패를 수여했다. 개신교는 매년 6월 첫째 주를 환경주일로 지내며, 2006년부터 전국 각 교단에서 생태 보전에 모범을 보인 교회를 녹색교회로 선정해 왔다. 올해 16개 교회 신규 선정으로 전국의 녹색교회는 모두 162곳으로 늘었다. 녹색교회는 교회 안에서 예배와 교육, 선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태 정의 실현과 환경 보호에 얼마나 힘써 왔는지를 평가·심사해 선정된다. 올해 녹색교회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하늘품교회는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교회 옥상에 6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자급하고 있다. 또 시화호 보전 운동과 송전탑 지중화 요구 등 지역 환경 현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하늘품교회 담임 이성환 목사는 “기후위기와 폭력은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짓밟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며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의 가치를 우리 삶 가운데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회도 생명의 가치를 이 땅에 함께 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신교 환경단체들은 천주교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해 여러 종교 환경운동단체와 함께 기후위기와 탈핵 등 생태 현안에 대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송진순 목사는 “미래에서 빌려온 탄소 부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쌓여가고 창조 세계 신음은 절규로 바뀌었다”며 “거룩한 전환, 정의로운 전환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이웃종교]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 개최…“배타성 내려놓고 마음 열어야”

전쟁과 난민, 혐오, 한반도 긴장 등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폭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교의 평화적 책임을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종교가 오늘날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역사 속에서 전쟁과 국가주의의 논리에 어떻게 동원되어 왔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5월 30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전쟁의 시대, 월정사 세계종교학자들의 대화’를 주제로 ‘2026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을 열었다. 발표자들은 십자군전쟁과 30년 전쟁, 태평양전쟁, 로힝야 난민 문제 등을 언급하며 종교가 평화를 실현하기보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언어로 전쟁을 정당화해 온 역사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평화학자인 이찬수 박사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제국주의, 구조적 폭력이 얽힌 전쟁 속에서 종교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국가와 민족에 종속될 때 사랑과 자비는 사라지고 전쟁 수행 논리가 종교적 언어로 둔갑한다”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정교회와 독일 개신교, 프랑스 가톨릭은 모두 같은 그리스도교 전통에 속해 있었지만 각국은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한 전쟁’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이병성 교수는 유럽 30년 전쟁을 통해 종교 절대주의와 광신주의의 위험성을 조명했다. 이 교수는 “프랑스가 같은 가톨릭 세력인 합스부르크에 맞서 개신교 국가들과 손을 잡았다”며 “이는 전쟁의 성격이 종교에서 국가 이익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년 전쟁은 가톨릭과 개신교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국가 이익과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전쟁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종교가 집단 이데올로기와 결합할 때 배타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종교가 인간을 결속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 오기도 했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형성하거나 강화해 전쟁 수행을 정당화하고 대중을 결집하는 데 활용된 역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을 내려놓고 평등하게 바라보는 ‘열린 가슴’일 때 평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며 “종교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깊은 본질은 사랑과 자비, 생명의 마음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성훈(안셀모) 외교부 인권평화민주주의대사는 “기도가 평화의 언어가 아닌 전쟁의 언어로 전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얀마와 남수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폭탄이 터지고 수많은 생명이 쓰러지고 있다”며 “폭력과 살상이 종교적 상징과 언어, 의식과 전통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럼에 이어 열린 특별대담에서는 전쟁 시기 공영방송의 역할과 평화 저널리즘, 분쟁 지역의 현실, 전쟁이 미래 세대에 남기는 상처와 국제사회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AI 시대 ‘전력 수급’…“해답은 지역 균형발전”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용수 수요가 급증하며 사회적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AI 시대 전력 수급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와 생태적 한계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6월 8일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인공지능 시대, 전력 수급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2026년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인공지능 부상과 생태적 한계’를 주제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짚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그린 AI’ 활용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그린 AI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지구 생태계 한계 안에서 자원 사용을 줄이고, 기술 사용 과정에서 기득권을 규제하며, 기후 한계 안에서 AI 활용을 논의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인공지능법처럼 AI 기본법에 ‘환경 보호’를 포함해야 환경적 고려가 기본값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정부의 인공지능 기본계획에도 기후 환경 영향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AI 시대 전력 수급을 지역 주도의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물과 전기가 많이 필요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직접 내려와야 한다”며 “국가 전력망 체계와 산업 입지 정책의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산업단지를 분산 배치해 지역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AI 전력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후위기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은 지표로 확인됐다”며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안 하고, 줄이고, 분산하고, 자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위기”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인구든 시설이든 분산하고 공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 국가산단의 지방 이전 논의 자체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재각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이 생산 설비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 주민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험까지 포함한다. 한 위원장은 “반도체 산업, 나아가 AI 기술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그 속에서 누가 이득을 독차지하고 누가 희생을 강요받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수익은 전력과 물을 값싸게 사용하는 구조,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는 위험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해 온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7면

인천교구 영종본당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고, 환경 살리고!”

인천교구 영종본당(주임 정성일 요한 세례자 신부)이 본당 차원에서 염화칼슘을 구입해 플라스틱 제습제 용기를 신자들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습제 사용이 잦은 지역 환경을 고려해, 신자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생태환경 보전에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바다와 맞닿은 영종도는 해풍과 높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여름철에는 가정과 성당 시설에서 제습제 사용이 늘고,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도 많다.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본당은 제습제 용기 재사용을 공동체 차원의 생태 실천으로 이어 가고 있다. 본당은 5월 30일 주일미사 전후 신자들이 가져온 제습제 용기에 준비한 염화칼슘을 담아 제공했다. 신자들은 버려질 수 있는 제습제 용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고,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이들은 자녀들과 함께 자원순환의 의미를 나눴다. 이번 활동을 위해 본당은 500여 가구당 20개씩, 제습제 용기 1만 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의 염화칼슘을 준비했다.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별 용기 포장이 아닌 대용량 포대 형태로 염화칼슘을 납품받았다. 본당 생태환경분과 이정현(안젤라) 차장은 “많은 이가 자원순환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실천이라도 공동체가 함께하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정 신부는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며 “조금 덜 편리하고 덜 가지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 세계를 지키며,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살아 볼 줄 아는 신앙인의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당은 생태환경 실천의 하나로 올해 3월부터 매달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신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고, 다시 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수익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7면

[이웃종교] 대전교구 궁동본당, 부처님 오신 날 맞아 송불암 답방

대전교구 궁동본당(주임 김찬용 베드로 신부)은 5월 23일 충남 논산시 송불암을 방문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고 종교 간 화합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방문은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당시 송불암 주지 경봉 스님이 궁동본당 구유함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봉헌금을 전한 데 대한 답방으로 마련됐다. 본당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교 수녀인 마리 안셈 수녀와 사목위원들이 함께 송불암을 찾아 축하 화분을 전달했다. 경봉 스님은 외부 일정 중이었지만 소식을 듣고 곧장 사찰로 돌아와 본당 관계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참석자들은 정성스럽게 마련된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덕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경봉 스님은 자신의 출가 여정을 소개하며 종교의 본질과 수행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리 안셈 수녀는 “천주교처럼 체계적인 성소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출가해 수십 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오신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고행과 수행을 이어 온 스님의 삶에서 큰 힘과 품격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본당과 송불암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봉 스님은 송불암을 자주 찾던 궁동본당 신자와 종교와 인생관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교류를 이어 왔다. 이 만남을 계기로 경봉 스님은 해마다 성탄 시기에 익명으로 본당에 봉헌금을 전해 왔다. 지난해에는 종교 간 친교의 뜻을 더 분명히 전하고자 이름을 밝히고 봉헌했다. 경봉 스님은 평소 개신교계와도 왕래하며 찬송가를 즐겨 부를 정도로 이웃 종교에 열린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봉 스님은 “우리가 보는 산이 누구에게나 산이고, 하늘이 누구에게나 하늘인 것처럼 진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예수님의 진리와 부처님의 진리는 다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웃 종교와 상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에 함께한 본당 남성 부회장 김전태(아우구스티노) 씨는 “스님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자 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고, 돌아갈 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스님을 보고 마치 친정집에 온 것처럼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본당과 송불암은 앞으로도 이웃 종교로서 소통을 이어 가며 상호 존중과 화합의 관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송불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에 예속된 말사(末寺)다. 송불사의 터에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석불사(石佛寺)가 자리 잡고 있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전소되는 비극을 겪은 뒤, 1946년 현재의 모습과 이름으로 재건됐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83호에 등록된 5.5m 높이의 송불암 미륵불과 500년여 된 소나무가 어우러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1)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더 미룰 수 없다

5월 19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기후특위)의 임기 만료를 열흘 앞두고,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 기후특위에 계류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 연대 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서왕진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시민들과 함께 법률 개정 촉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올해 2월까지 관련 법률의 개정을 마무리해야 했으나, “법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5월 내 개정할 것을 약속했다. 300여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 대표단이 참여한 공론화 결과, 대표단은 글로벌 평균 수준 이상의 감축목표 설정, 감축 부담을 미래에 전가하지 않는 조기 감축 경로 설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축목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 공론화의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정치권의 무관심과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국회가 5월 말 약속했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은 결국 무산되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공론화가 편향되었다’, ‘산업계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공론화 결과의 의미를 훼손하고 법안 통과를 결사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히고, 정부 또한 “'제적 기준이 없어 탄소 예산 도입이 어렵다'거나 ‘아직 부처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관련 법률의 심사권을 가진 국회 기후특위가 5월 말 해산하면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는 하반기에 새롭게 구성될 국회 기후특위에 넘어갔다. 문제는 하반기 국회 기후특위에 참여할 위원들이 달라질 경우, 그동안 진행해 왔던 개정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반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반도의 우리 또한 이른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벌써 온열질환자가 네 배 이상 늘었다. 노동자와 농민, 고령층 인구와 취약한 주거 조건에 놓인 도시빈민들에게는 더 혹독한 여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빠르고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함으로써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를 골자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산업계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 때문에 지연된다면 경제적 피해와 함께 노동자, 농민, 빈민과 다음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공론화를 통한 시민들의 요구를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이유다. 글 _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7면

[YOUTH] 가톨릭계 공부방·지역아동센터 연대체 ‘사단법인 마을과아이들’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품어 온 작은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들이 있다. 대부분 20~30년 가까이, 길게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지역에서 아이들 곁을 지켜 온 가톨릭계 시설들이다. 현장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운영비 부족과 인력난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전국단체‘사단법인 마을과아이들(이하 ㈔마을과아이들)’은 전국 80여 개 회원 공부방·지역아동센터가 홀로 버티지 않도록 잇고 지원해 온 가톨릭계 아동복지 연대체다.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회원 시설과 종사자들을 함께 지원해 온 ㈔마을과아이들을 소개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한 기관의 선의나 종사자의 희생만으로 유지되지 않도록 교회와 사회가 함께 무엇을 나눠질 수 있을지 살펴본다. 작은 공부방에서 전국 연대로 ㈔마을과아이들은 1973년 서울 난곡동의 작은 공부방에서 출발한 가톨릭 공부방 운동에 뿌리를 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 맞벌이·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공적 돌봄 체계가 아직 촘촘하지 않았던 때, 본당과 수도회, 신앙인들은 돌봄 공백 속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부방을 열었다. 이 흐름은 1980년대 가톨릭계 공부방 운동으로 확산됐고, 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들이 ㈔마을과아이들의 전신인 전국가톨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로 이어지며 전국 단위의 연대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사단법인으로 체계를 갖춘 ㈔마을과아이들은 현재 전국 80여 개 회원 공부방·지역아동센터를 잇고 지원하는 가톨릭계 아동복지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연대의 의미는 기관들을 한데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홀로 자립하기 어려운 시설·종사자들이 아이들 곁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함께 지탱하는 데 있었다. 헌신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현장 ㈔마을과아이들의 회원 시설들은 오랜 세월 아이들 곁을 지켜왔으나 운영 여건은 여전히 풍족하지 못하다. 공적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고, 부족한 운영비는 후원이나 자체 재원으로 메워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돌봄 프로그램을 늘리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이 따라주지 않는 실정이다. 시설 환경도 과제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센터는 2809개소로 전체 센터의 71.5%로 나타났다. ㈔마을과아이들 회원 시설 중에도 일부는 노후 시설을 그때그때 임시로 보수하며 아이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력 부담도 크다. 종사자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행정 업무까지 함께 맡는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생활과 정서, 학습 상황을 살피는 일은 긴 호흡의 동반을 요구하지만, 업무가 누적될수록 피로와 정서적 부담도 커진다. 지속적인 돌봄과 업무 수행에 정작 종사자들이 재충전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2023년 7월 발행한 연구 자료에서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이 일 가치감 감소와 소진(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됐다. 이는 인력 유지와 신규 인력 유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을과아이들은 이런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복지시설 프로그램 지원, 복합기 등 학습 기자재 지원, 지부 지원, 종사자 역량 강화 연수, 스승의 날 종사자 쉼·회복 지원, 장학 및 긴급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설 간 연대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지역 격차를 줄이고 현장의 운영 안정성과 종사자의 회복을 돕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아이들 곁을 지켜줄 수 있도록 ㈔마을과아이들의 지원은 회원 시설 현장에서 구체적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초 한 회원 시설인 청소년커뮤니티센터에는 복합기가 지원됐다. 청소년 비중이 높은 이 기관에서는 학습뿐 아니라 놀이, 진로 탐색, 자아 표현 활동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자료 출력과 활동물 제작에 필요한 기자재 수요가 컸다. 종사자 지원도 현장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한 회원 시설은 올해 스승의 날 종사자 쉼·회복 지원사업을 통해 종사자들이 케이크 등 다과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이 우선이라 우리 스스로 챙길 틈도, 또 그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법인의 지원이 단순한 보조를 넘어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과제도 안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다. 회원 시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면 후원 기반이 더 넓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 인력의 참여, 자원봉사, 본당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절실하다. 이지민(레지나)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필요는 사람”이라며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아이들을 위한 돌봄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일부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사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 이숙경 수녀(필립바·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는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지속가능한 아동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라며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기 전에 하느님의 생명을 지닌 존엄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과아이들이 걸어온 길은 아이들을 향한 교회의 사랑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역사”라며 “지금도 조용히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을 교회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후원 국민은행 055201-04-197039 (사)마을과아이들 ※문의 02-723-1002, 010-6635-1709 사단법인 마을과아이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17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마산교구 명례성지

경상남도 밀양시 하남읍 남단. 굽이굽이 낙동강을 따라 비옥한 평야가 펼쳐진 지역이다. 푸른 강물을 보려 고개를 돌리면 넓은 강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계절 따라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곳. 옛 지명은 멱례 혹은 미례였고, ‘돌무더기 나루터’라는 뜻의 ‘뇌진(磊津)’으로도 불렸다. 옛사람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강 건너편 김해로 건너가 창원, 마산까지 다녀오곤 했다. 육상교통이 발달하며 나루터는 사라졌지만,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명례마을은 여전히 남아있고, 언덕마루에 있는 ‘성모승천성당’(전 명례성당) 역시 굳건한 모습으로 순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푸르름이 넘치는 5월, 명례성지(담당 박진우 아우구스티노 신부)를 찾았다. 복자 신석복과 강성삼 신부 ‘명례(明禮)’는 한국교회사에서 익숙한 지명이다. 1784년 하느님의 종 김범우(토마스)의 집에서 ‘한국 최초의 신앙 공동체’라 불리는 모임이 열렸다. 김범우의 집은 한성(서울) 명례방(明禮坊)에 있었다. ‘방(坊)’은 조선시대 행정구역을, ‘명례(明禮)’는 ‘예절을 밝힌다’는 의미로, 유교적 가치를 담아 마을에 붙인 이름이었다. 밀양의 명례는 옛 지명을 한자어로 바꾸면서 소리와 뜻을 고려해 이름 지은 것이라 알려져 있다. 한성과 밀양, 두 지역의 ‘명례’는 시대의 예법을 따르라는 이름을 붙여 관리할 만큼 중심지였다. 하지만 지명이 무색하게도, 그 예법을 따르지 않는 이들이 꾸준히 나왔고 조선은 그들을 박해했다. 1828년 밀양의 명례에서 복자 신석복(마르코)이 태어났다. 박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교우들이 명례에 닿았고, 양반가 자제인 신석복에게 신앙을 전한 것이라 추측된다. 신석복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교했고, 이후 장사를 시작했다. 미사 참여, 전교, 타 지역 교우들과의 만남 등 강을 건널 일이 많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받지 않으려 행상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신석복은 붙잡혔다. 짐 보따리에서 누룩, 소금과 함께 기도서와 성물이 나오면서 그는 대구로 압송됐고, 배교를 권하는 이들에게 “풀어준다 해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할 것”이라며 굳게 신앙을 고백하고, 39세 나이에 순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흐른 1887년, 마침내 명례에 공소가 생긴다. 공소는 1896년 명례본당으로 승격됐는데, 이는 마산교구 관할인 경남 지역 첫 본당이었다.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인물도 한국교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었다. 강성삼(라우렌시오) 신부. 강 신부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에 이어 세 번째로 서품받은 한국인이었고, ‘한국 땅’에서 품을 받은 첫 사제이기도 했다. 서품 당시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강 신부는 첫 사목지 명례본당을 마지막으로, 1903년 38세에 선종했다. 하나의 성지가 품은 두 성당 순례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라우렌시오의 집’이다. 너무 빨리 떠나버린 초대 주임 강성삼 신부를 기리는 흰색 단층 건물은 사무실과 성물방, 카페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확 트인 통창으로 고즈넉한 ‘강변 뷰’를 즐길 수 있다. 이 건물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나온다. 야트막한 길을 따라가면 왼쪽으로 성모동산이 펼쳐진다. 초록 잔디밭에 성모상과 함께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돼 있는데, 하나씩 각 처를 밟아가면서도 눈길은 자꾸만 저 멀리 강으로 향한다. 강물이 각 처의 배경처럼 반짝이는 곳. 인근에서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올랐기에, 시야를 가리는 건축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성지의 큰 장점이다. 유유히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기도인지 묵상인지 모를 망중한을 즐긴다. 성모동산 맞은 편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성모승천성당’이 보인다. 현재의 성당은 세 번째로 지어 올린 건물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성전 모두 태풍으로 완파됐다. 두 번째 태풍 피해를 입었을 때 파손된 성당 잔해 속에서 목각의 ‘승천성모상’이 손상 없는 상태로 발견됐고, 이를 본 당시 회장 김유인 씨는 사재를 털어 1938년 기존 성당을 축소 복원한 후 성전 제대 가장 위쪽에 승천성모상을 모셨다. 이후 지금까지 성전은 온전히 유지됐고, 남녀석이 구분돼 있는 옛 형태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한옥성당 옆으로 이어지는 너른 마당. 이곳에서부터 성지는 새로운 느낌으로 순례객을 이끈다. 고전미와 자연풍광을 즐기던 곳에서 현대 건축물을 통한 사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마산교구 이제민(에드워드) 신부가 수소문 끝에 신석복의 생가터를 찾은 건 2006년. 생가터는 교구 첫 본당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곳에 축사가 들어서 있었다. 신석복이 포함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가 이어지던 시기. 그럼에도 순교자 삶의 터전은 완전히 버려진 상태였다. 이 신부는 교구에 모든 내용을 전했고, 이 무렵부터 성지 개발을 위한 발걸음들이 시작됐다. 2009년부터 10년간 성지 담당 사제로 헌신한 이 신부는, 모든 재정비를 진두지휘하며 성지 조성을 위해 ‘녹는 소금 운동’을 펼치며 모금을 진행했다. 성지 계발이 한창이던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신석복은 복자로 선포됐고,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이 2018년 완공되면서 성지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너른 마당 커다란 제대가 놓인 자리가 바로 신석복 복자의 생가터다. 제대 맞은편으로는 계단 모양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야외 미사 봉헌 때에 신자들이 앉기도 하는 이 공간이 기념성당의 지붕을 겸한다. 경관을 방해하지 않고 언덕과 능선을 해치지 않으려 지면 아래에 성당을 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불규칙적으로 놓여있는 12개의 사각형 구조물들. 이는 녹아 없어지며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소금 영성’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각의 사각형에 창이 있어 지상에 닿은 빛이 지하 성전까지 이어진다. 소금을 통해 들어온 빛이 밝히고 있는 성전에 들어섰다. 잿빛의 공간은 절제‧침묵 등의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공간에 압도된 듯 숙연해진 마음으로 제대 쪽으로 나아가면 제대 왼편에서 ‘부활경당’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신석복 복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고향 땅에 돌아오기까지 걸린 세월은 150여 년. 대구에서 순교한 복자의 유해를 아들이 찾아왔지만 당시 마을 사람들이 반대해 명례에 들이지 못했고, 교우들이 머물던 장방리 노루목에 모셨다가 1975년 진영천주교공원묘지로 옮긴 후 2018년 이곳으로 다시 이장했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복자의 삶과 죽음을 기억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성지 담당 박진우 신부는 “미사도 봉헌되지 않던 한옥 성당이 지금까지도 온전히 남아있는 건 주변 신자들이 꾸준히 돌봤기 때문”이라며 “그런 정성들이 모여 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고, 그 시간들 끝에 순교자의 유해를 품고 성모님께 안긴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녹여내 세상을 돕는다는 ‘소금 영성’. 그 영성이 성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낡고 무너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임에도, 이곳 명례성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굳건히 위용을 갖춰가고 있었다.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시간과 정성을 녹여낸 것일까. 성지를 나서는 길. ‘명례성지 기도문’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녹아 사라지는 소금이 되겠습니다’하고 고백하며 살게 하소서.…’ ◆ 순례 길잡이 주소: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1 미사: 오전 11시(화·수·목·금요일), 토 오후 4시, 일 오전 11시 후원 계좌: 351-1067-2746-63 (재)마산교구천주교유지재단 문의: 055-391-1205 명례성지 사무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13면

‘찬미받으소서 주간’ 맞은 한국교회 “생태적 회심으로 공동의 집 돌볼 것”

한국교회가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1주년과 ‘2026년 찬미받으소서 주간’(5월 17~24일)을 맞아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의 의미를 되새겼다. 2021년 시작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이 후반부를 향해 가는 가운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교회 내 환경단체, 대구대교구와 대전교구,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등은 기념미사와 생태 순례, 현장 체험, 탄소중립 실천 사례 공유 등을 통해 공동의 집을 돌보는 신앙인의 책임을 성찰했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발달에 따른 전력 소비 증가, 세계 곳곳의 전쟁과 폭력, 기후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떤 자세로 응답해야 할지 묻고 연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가톨릭기후행동 등 단체들은 ‘희망에서 행동으로’를 주제로 영화 상영과 삼척 연대 방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5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주례로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박 아빠스는 강론에서 “오늘날 AI의 발달은 무분별한 전력 소비를 부추기고 있고, 기술 독점과 생태계 위기는 결국 같은 탐욕의 뿌리에서 자라는 문명의 위기”라며 “AI를 가동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등을 계속 증설해야 한다는 아우성을 듣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분별한 난개발과 기후위기, 인간을 기술에 종속시키는 왜곡 등 모든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며 “생태사도직은 현대사회의 고통을 복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실천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 100여 명이 “희망에서! 행동으로!”를 외치며 명동 일대를 행진했다. 이에 앞서 가톨릭기후행동은 5월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다큐멘터리 <내성천 하늘을 오르다>를 상영했다. 20일에는 강원도 삼척을 찾아 ‘탈탈탈(탈핵·탈석탄·탈송전탑)’ 미사와 도보 순례를 열었고, 22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금요기후행동’ 제318차 행사와 ‘신규 핵발전소 반대 광화문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 대구대교구는 교구청과 팔현습지에서 ‘공생공존(共生共存) - 팔현에서 함께 희망하다’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금호강 퇴적지 일대에 형성된 대구 유일의 습지인 팔현습지는 법정 보호종 20여 종 등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는 생명의 보금자리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보도교 건설을 놓고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행사는 5월 16일 교구청 성모당에서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봉헌된 개막미사로 막이 올랐다. 주간 동안 교구청에서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플로라) 박사의 생명 특강, 영화 <별과 모래> 감독·배우와의 ‘공생공존 영화 토크’, 각 본당 생태 활동을 소개한 ‘공생공존 전시회’ 등이 열렸다. 경주 근화여고 학생 180명은 21일 팔현습지를 찾아 현장 체험을 하며 피조물과의 친교를 도모했다. 23일 팔현습지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를 주례한 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장 성용규(도미니코) 신부는 강론에서 “오늘날 생태 파괴의 근본 원인은 인간만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듯 여기고, 인간 외 존재는 모두 인간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편협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라 지적하며 “베어지는 나무를 자기 자신처럼 느낄 수 있는 공생공존의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5월 18일 천안성정동성당에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천안성정동본당(주임 김인호 루카 신부)에 탄소중립 ‘SOL’ 인증서를 수여했다. 본당은 교구 세 번째로 탄소중립을 인증받았다. 2024년 에너지 자립에 해당하는 ‘LUNA’를 달성한 본당은 탄소중립 100%를 뜻하는 SOL에 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2021년부터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진단하고, 태양광발전소 설치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했다. 또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난방기 교체, 실링팬·폴딩도어 설치 등 성당 설비를 개선했다. 이러한 시도 덕분에 2025년 탄소 배출량은 2022년 대비 18.99% 감소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려는 공동체의 적극적인 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김 주교는 강론에서 “본당이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한 일은 단순히 시설을 바꾸고 전기를 절약한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한 아름다운 증거”라며 “생태적 삶은 생활 속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기에 일상에서 전기를 아끼고, 물을 절약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등 절제와 검소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사 중에는 교구에서 운영 중인 생태 실천 애플리케이션 ‘에코체크(ECCE)’를 모범적으로 활용한 4개 본당과 8명의 신자가 우수상을 받았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17면

[가톨릭 쉼터] 대를 이어 나눔 실천하는 ‘크웰브 베이커리’

“수녀님~, 빵 가지러 오세요.” 경쾌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이계자 수녀(소피아·성바오로딸수도회)가 베이커리 카페 크웰브(Cwellve)를 운영하는 송예원(크리스티나·수원교구 용인본당) 씨에게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받는 전화다. 약속한 날, 이 수녀가 경기도 용인의 베이커리에 들어서면 송 씨는 크루아상과 화이트롤, 캄파뉴, 케이크를 차곡차곡 담은 상자를 건넨다. 통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2층 베이커리 카페에서 수녀원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나눔. 이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익숙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몇 년째 이어지는 이 만남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송 씨의 할머니, 고(故) 배영숙(수산나) 씨가 있다. 할머니의 신앙 2005년 77세로 선종한 배영숙 씨는 생전에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성당에 나갔다. 가족 눈을 피해 화장실 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말릴까 봐 숨어서 했고, 장례를 치른 뒤에야 그 사실이 자세히 알려졌다. 배 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자처했다. 사실 넉넉한 형편이었음에도 물질로 충분히 돕지 못하는 아쉬움을 몸으로나마 채우고 싶어 했다. 받은 선물은 한 번도 쓰지 않고 새것 그대로 필요한 이들에게 내주었다. ‘좋은 것을 남한테 먼저 주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특히 수도자들에게 각별했다. 어린 손녀의 눈에도 그 모습은 선명했다. 길을 가다 수도자를 만나면 지갑을 다 비워 차비를 드리던 할머니였다. 그 정신은 가족에게도 스며들었다. 송 씨의 어머니 최점숙(루치아) 씨가 무료급식소 설거지와 도시락 배달에 나서는 등 봉사 활동에 열심인 것도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나눔의 한 면이다. 배 씨는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본인을 위한 기도를 가르멜 수녀회에 청하고 싶어 했다. 가족들이 유지를 받들어 알아보다가, 경기도 동두천에 신축될 의정부 가르멜 여자 수도원 소식을 접했다. 마침 건립 기금을 모으는 중이었다. 가족들은 기꺼이 후원금을 보탰다. 북방선교를 준비하다가 동두천에 자리잡은 수녀원과 연결된 것은 신비였다. 송 씨는 “이북 출신으로 평생 통일이 소원이었던 할머니의 뜻이 이어진 것 같아 섭리처럼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밤새 구운 빵, 그것이 시작이었다 2021년경, 수녀원에서 연락이 왔다. 건물이 완공됐으니 한번 다녀가라는 것이었다. 할머니로 맺어진 끈이 오랜 세월을 넘어 다시 살아난 순간이었다. 마침 크웰브 개장을 준비하던 시기여서, 방문을 앞두고 제빵 연습실에서 밤을 새워 빵을 구웠다. 수녀가 일곱 명 정도라는 것도 모르고, 마흔 명분은 될 재료로 크루아상 등을 잔뜩 만들었다. 인원보다 푸짐한 빵 선물에 수녀들은 “나눠 먹으면 된다”며 반겼다. 이후 빵을 구우면 보냈고, 수녀들은 “맛있다”며 용기를 북돋워 줬다. 개업 과정에서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기도로 응답했다. “어려울 때 기도를 굉장히 많이 해 주셨죠. 많이 의지했었고, 기도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어요.” 그렇게 나눔은 기도와 함께 익어가며 점차 퍼져나갔다. 성바오로딸수도회와도 손이 닿았고, 지금은 베이커리 인근 몇몇 수녀원과 무료급식소 등 복지시설에 빵을 전달하고 있다. 수도회들은 받은 빵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시 나누기도 했다. 인연은 인연을 낳고 나눔은 나눔을 낳았다. 나눔의 순환 수도자들이나 기관의 “빵 잘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 속에 서로 안부를 묻는 일 자체가 송씨에게는 보람이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빵뿐이라 가끔은 죄송하기도 해요. 그분들의 봉사와 희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갓 만든 빵을 바로 보내드리면 좋으련만, 냉동 보관했다가 전할 때면 아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수녀님들은 속 크림이 살짝 녹아 아이스크림처럼 됐다고 더 좋아하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장을 직접 찾기 어려운 복지시설 이용자들이 빵을 받아 행복해하는 모습도 뿌듯함을 더한다. 크웰브는 2022년 용인 유림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선정하는 나눔 실천 ‘착한 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협의체의 밑반찬 지원 사업에 동참해 매월 다양한 식재료를 기탁해온 덕분이었다. 이 모든 것 뒤에는 베푸는 삶이 결국 선한 것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자리한다. 이계자 수녀는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참 많이 닮았다”며 “받은 선물을 기꺼이 이웃과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있는 곳에 늘 섬김과 봉사가 함께함을 깨닫는다”고 했다. 송 씨는 “할머니의 정신을 따라가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의미를 느낀다”며, “직접 말씀드릴 수는 없어도, 할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내어주는 삶을 사셨기에 그 복으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봉사의 첫걸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내가 베풀 수 있는 것에서부터 감사하게 시작하면, 더 큰 가치와 기쁨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크웰브(Cwellve)는 카페(Café)·크루아상(Croissant)의 ‘C’와 웰빙(Well), 열둘(Twelve)을 합친 이름이다. 완전한 숫자 12처럼 언제나 모든 이에게 좋은 공간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할머니의 신앙적 헌신에서 비롯된 빵 나눔은 그 이름이 품은 ’완전함‘의 의미를 날마다 채워간다. 좋은 것을 아끼지 않고 다른 이와 나누는 일, 그것이 오늘도 이곳을 조금 더 깊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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