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안중근의 시선으로 오늘의 평화를 고민하다

[중국 다롄·하얼빈 이형준 기자] 한국교회 청년들이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다롄과 하얼빈을 찾았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역과 투옥됐던 뤼순감옥 등을 직접 둘러보며, 그가 꿈꿨던 ‘동양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신앙인이었던 안 의사가 의거를 결심하기까지 겪었을 고뇌와 갈등을 돌아보고, 오늘날 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평화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처음 마련한 ‘2026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 1기 참가자들의 중국 연수 여정에 동행했다. 뤼순감옥,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시간을 따라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 묻어다오.” 31세 청년 안중근이 남긴 유언이다. 그러나 그의 유해는 1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다.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의 중국 연수는 안 의사의 의거 이후 행적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으로 시작됐다. 첫 방문지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투옥돼 사형을 당한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과 재판을 받았던 일본 관동법원이었다. 뤼순감옥에는 안 의사가 수감됐던 공간과 사형장이 남아 있다. 안 의사는 이곳에서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이 꿈꿨던 동양 평화의 구상을 「동양평화론」에 담아냈다. 끝내 완성하지 못한 「동양평화론」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와 동양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이 담겨 있다. 청년들은 안 의사가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수감실을 바라보며, 죽음을 앞두고도 평화를 고민했던 그의 삶을 되새겼다. 이어 찾은 일본 관동법원에서는 안 의사가 재판받기 위해 올랐던 좁은 계단을 직접 걸어 올랐다. 천장이 낮아 몸을 굽혀야만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이었다. 당시 피고인들이 허리를 굽히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이토 저격했던 하얼빈역·투옥됐던 뤼순감옥 등 방문 미완의 「동양평화론」 돌아보며 각자 자리에서 평화 이루기 위한 노력 다짐 저격 거리 7m 남짓한 하얼빈역 의거 현장 연수 참가자들은 다롄을 뒤로 하고 하얼빈까지 약 1000km를 기차로 이동했다. 지금은 고속철도가 두 도시를 잇고 있지만, 이 철길은 1909년 안 의사가 의거를 준비하며 여러 차례 오갔던 길이기도 하다. 하얼빈역에 도착한 청년들은 역 안에 조성된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았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현장이다. 역 1번 승강장에는 안 의사가 총을 겨누고 서 있던 자리와 이토 히로부미가 총탄을 맞은 자리가 각각 세모와 네모로 표시돼 있었다. 두 지점 사이 거리는 불과 7m 남짓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서 놀랐어요.” 현장을 바라본 청년들 사이에서 놀라움이 터져 나왔다. 연수에 동행한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무처장 임재근 박사는 “어떻게든 의거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한 손을 뻗어 저격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진 두 지점은 의거를 준비했던 안 의사의 치밀함과 결연한 의지를 짐작하게 했다. 안 의사는 옥중에서 고해성사를 받으려 했으나,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니콜라 빌렘 신부가 안 의사를 찾아가 순국 전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청년들은 안 의사가 의거를 앞두고 고뇌하며 자주 거닐었다고 알려진 자오린공원(옛 하얼빈공원)도 찾았다. 공원에는 2006년 세워진 ‘청초당’이라는 작은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념비에는 안 의사가 독립운동의 의지를 다지며 왼손 약지를 끊고 혈서를 썼던 단지동맹의 손도장도 새겨져 있었다. ‘청년’ 안중근에게 오늘의 평화를 묻다 “신자였던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살생’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괴로워했을까요? 존경스러우면서도 이런 상황을 만든 당시의 ‘시대’가 정말 슬프게 다가와요.” 안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일제의 침략과 전쟁이 남긴 상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청년들은 옛 남만주철도주식회사 본부와 일본군이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 유적지도 찾았다. 또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당하기 전 일본군이 점령한 뤼순항을 내려다보며 시를 읊었다는 203고지에도 올랐다. 일본 제국주의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자행된 폭력과 그 흔적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역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청년들은 안 의사가 살았던 시대와 그가 꿈꿨던 동양 평화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해 갔다. 하루 일정을 마친 뒤에는 조별 나눔을 통해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안 의사의 삶을 각자의 시선으로 되짚었다. 연수 마지막 날 봉헌한 주일미사에서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봉헌했다. 강연우(루치아·의정부교구 파주 금촌2동본당) 씨는 “역사책으로만 접했던 현장을 직접 보니 색다른 감동이 있었고,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느꼈을 감정과 떨림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며 “뤼순감옥에서는 안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하며 버텼는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지연(마르가리타·의정부교구 신곡1동본당) 씨는 “고국에 묻어 달라는 안 의사의 유언을 아직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며 “독립운동가들이 힘겹게 지켜 온 평화로운 나라에서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내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전했다.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 참가자들은 중국 연수에 앞서 4주간 안 의사의 삶과 동양평화론, 동북아 국제 정세 등을 배웠다. 중국 연수를 마친 청년들은 11월 7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리는 ‘국제 청년 안중근 평화 포럼’에 참석한다. 교육과 연수를 통해 마주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는 “안 의사가 의거했던 시대에는 나라를 빼앗긴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면, 지금 청년들이 사는 시대는 남북 분단과 위태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대”라며 “그래서 안 의사가 청년이었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배우고 나눠보고자 이번 연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앞으로도 매년 청년 안중근 평화학교 참가자를 모집해 교육과 연수를 이어갈 계획이다.

발행일 2026-10-18 제3511호 10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8)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들 - ⑤전환마을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는 데다, 석유 고갈을 의미하는 피크오일의 불안감은 세계 곳곳의 깨어있는 시민들을 움직이게 했다. 이대로 정부만 믿고 가다가는 심화하는 자연재해와 에너지 위기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 자신이라는 생각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시민들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그룹으로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전환마을(Transition Town)’의 시작이었다. 영국의 데본주 토트네스는 오래전부터 마을과 지역을 연구한 많은 사상가가 협업과 연대를 했던 곳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시인 타고르를 비롯해 엘름허스트, 간디, 사티시 쿠마르, 에른스트 슈마허 등이다. 슈마허의 이름을 딴 대안대학인 슈마허 칼리지는 토트네스 외곽에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쓰고, 이를 통해 적정기술을 주창했던 슈마허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문학적 생태교육을 수행한다. 슈마허 칼리지를 설립한 것은 1990년대 초인데, 첫 강의를 담당한 교수가 바로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이었다. 그만큼 토트네스는 영국 내에서도, 대안적 생활 양식을 개발하고 도전하려는 시도와 실험이 많은 곳으로 매우 유명하다. 토트네스의 이러한 토양 아래서 2006년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전환공동체 운동인 전환마을이 선언되었다. 전환마을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롭 홉킨스인데, 당시 그는 아일랜드 킨세일 교육대학에서 퍼머컬처를 강의하고 있었다. 자연 친화 농업인 퍼머컬처가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에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롭은 학생들과 함께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생활 계획서인 「킨세일 2021」 보고서를 만들었다. 에너지, 식품, 건강, 교육, 경제, 농업 등 다양한 영역들을 지역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계획은 킨세일 시의회에서 채택하여 2005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킨세일에서 전환 운동의 기초 이론과 성과를 이룬 롭 홉킨스는 토트네스로 옮겨와 주민들과 함께 전환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최초의 토트네스 전환마을을 선언했다. 킨세일 보고서를 발전시켜 2010년에 「행동하는 전환: 토트네스 및 주변 지역 2030(Transition in Action: Totnes & District 2030)」을 출간했다. 여기에는 석유 의존의 시대에 지역의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실용적인 방법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유럽과 북미로 확산된 전환마을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곧바로 전파되었다. 퍼머컬처를 실천하면서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전국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유기농 농사와 에너지자립은 물론 플라스틱 프리와 평화, 인권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전환공동체다. 제각기 이름은 달라도 지향점과 맥락이 같은 많은 공동체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은 이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10-18 제3511호 16면

“모든 생명 연결돼 있어”…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전국 곳곳에서 ‘녹색 순교’를 실천하며 생태적 회개에 앞장서 온 하늘땅물벗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활동을 나누고 하느님과 이웃,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되새기며 생태적 삶을 향한 연대를 다졌다. 하늘땅물벗 전국협의회는 10월 9일 인천교구청 보니파시오 대강당에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찬미받으소서」 91항)를 주제로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 5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에서는 각 교구와 본당의 하늘땅물벗이 그동안 펼쳐 온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 환경한마당에는 30개 단위벗이 참여해 일상에서 실천해 온 생태 활동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아 실로 팔찌를 만들어 손목에 묶으며 대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인천교구 영종본당 연합벗은 손수건과 채소로 만든 꽃다발을 전시하고, 사용이 끝난 「매일미사」를 재활용한 장식품을 선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직접 필사한 노트와 버려지는 천을 재활용해 만든 성경책 표지도 전시했다.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 어린이 하늘땅물벗 ‘탄소포집벗’은 직접 제작한 환경신문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태양광 에너지에 관한 OX 퀴즈를 진행하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생태적 실천을 소개했다. 인천교구 간석4동본당 하늘땅물벗 ‘돌틈벗’ 김영임(소피아) 씨는 “그동안 사용한 매일미사 책은 버려 왔는데, 그것이 예쁜 장식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감명 깊었다”며 “이런 사례를 본당에 돌아가서도 알리고 직접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대회에 참가한 30여 명의 어린이는 해양 쓰레기와 기후 변화가 일으키는 문제를 알아보고, 자신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체험했다. 서울대교구 명일동본당 하늘땅물벗 ‘푸른길벗’ 도움벗(협력회원) 최하늘(클라우디아)·배서윤(미카엘라) 양은 “평소 회원들과 명일역 근처에서 플로깅을 하면서 거리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특히 오늘은 다른 본당에서 온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원인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태적 삶을 보다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노틀담수녀회 조경자 수녀(마리 가르멜·노틀담생태영성의집 원장)는 ‘땅을 벗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하며 미래 세대에게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특히 생태적 문제를 개인이나 한 공동체만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가족과 교회, 지역사회를 넘어 땅을 통해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소소한 절약, 생태적인 삶의 선택, 피조물을 향한 기도와 연대가 과연 병든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력해질 때도 있다”며 “하지만 하느님 나라의 의로움을 찾는다는 것은 하느님과 피조물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며, 우리 모두를 생태적 회개로 초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 우리 주변에서 한국으로,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무리하며 「찬미받으소서」 246항의 내용을 담은 선서를 갱신했다. 하늘땅물벗은 현재 여러 교구와 본당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20개 본당에서 23개 하늘땅물벗 모임이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교구에서는 34개 본당에 81개 모임이 있다. 제주교구에서는 17개 본당에서 17개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의정부교구와 대전교구에서 각각 1개 벗, 수원교구에서 4개 벗이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과 함께 교구벗으로 활동하며 생태적 실천과 연대를 이어 가고 있다. 하늘땅물벗 전국협의회 최선호(이보) 회장은 “현재 하늘땅물벗이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인준돼 활동하는 곳은 3개 교구뿐인데, 다음 대회에서는 더 많은 교구로 확산돼 많은 벗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창조질서 보전과 생태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늘땅물벗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서로 연대하며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3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는 2028년 제주교구에서 열린다.

발행일 2026-10-18 제3511호 16면

[가톨릭 쉼터] 원주교구 정선본당 ‘열린마당’ 현장…“신앙과 정선 아리랑의 만남”

강원도 정선의 가을이 아리랑으로 물들었다.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열린 10월 1일부터 4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의 흥겨움은 원주교구 정선성당 마당으로도 이어졌다. 본당은 정선아리랑제에 발맞춰 처음으로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 아리랑, 생명을 품다’를 열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성당 문을 활짝 열었다. ‘한’의 고개를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는 아리랑과 수난을 지나 부활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 두 길이 만난 정선의 가을을 걸었다. 정선아리랑제가 개막한 1일, 주무대가 설치된 정선군 공설운동장 주변은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창공에는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한 공연팀들은 대형 무대에서 구성진 노래와 역동적인 춤사위를 펼쳐 보였다. 정선본당(주임 이동훈 프란치스코 신부)도 때를 맞춰 문을 활짝 열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과 가톨릭 신앙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 첫날, 최종삼(요셉) 전 본당 사도회장은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지역사회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본당의 역사를 들려줬다. 설명은 자연스럽게 본당을 ‘정선아리랑성당’으로 새롭게 각인시키고 있는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로 이어졌다. 올해 3월 8일 축복식을 갖고 선보인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은 본당과 정선아리랑제를 이어준 특별한 매개이기도 하다. 성당 외벽 세 면을 따라 조성된 14처에는 복음의 토착화를 추구해 온 본당의 고민이 담겼다. 정선아리랑과 그리스도의 십자가 여정이 지닌 닮은 점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축제 기간 성당을 찾은 이들의 눈길이 가장 먼저 머문 곳도 이 14처였다.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고 전통문화에도 남다른 애정을 지닌 이동훈 신부는 3년 전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뒤, 정선의 상징인 아리랑과 가톨릭 신앙의 만남을 고민해 왔다. 이 신부는 축제 기간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선아리랑에는 한국인의 전통적 정서인 한과 눈물이 담겨 있지만, 한으로 끝나지 않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 희망을 찾아갑니다. 십자가의 길도 고통과 수난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부활이라는 희망에 다다릅니다.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 14처 기도를 모두 바친 후 바로 성당 안에 들어가면 제대 뒤에 부활 십자가를 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설명을 듣고 다시 14처를 바라보니 조금 전과는 달라 보인다. 정선의 굽이진 산길과 아리랑에 서린 한의 정서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신앙의 언어로 새롭게 읽힌다. 본당 아리랑성가대 김정희(마틸다) 대장은 “매월 마지막 주일 교중미사 전 본당 신자들이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신앙의 토착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토박이인 이용식(토마스) 사도회장에게 올해 정선아리랑제는 더욱 각별하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지변이 있던 몇 해를 빼고 매년 10월경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정선아리랑제에는 동네 짐승을 빼고 사람이면 다 모였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본당이 축제에 참여했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지역과 하나 된다는 의미여서 뿌듯합니다.” 행사 실무를 맡은 신주선(마르첼리노) 본당 총무분과장 역시 “아무리 힘든 시절에도 정선아리랑제 기간만큼은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면서 “올해 본당이 개최한 행사에 참여한 분들은 정선아리랑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당 마당에서는 아리랑 가락도 울려 퍼졌다. 2일 오후 신자 가족과 소공동체 등이 참여한 ‘골고타 아리랑 경창대회’가 열렸고, 자연과 생명,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가수 ‘인디언 수니’의 초청 공연도 이어졌다. 인디언 수니는 무대에 오르기 전 “성당에서 열린 축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가수로서 가슴 따뜻하고 설레는 체험”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4일, 본당은 교중미사를 창조 시기 폐막미사로 봉헌했다. 오후에는 신자와 지역 주민 모두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생명과 희망을 묵상하고 첫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을 마무리했다. 정선 사람들의 삶과 함께 흘러온 아리랑, 그리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따라 걷는 십자가의 길. 서로 다른 듯했던 두 길은 ‘고개 너머의 희망’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11면

[YOUTH] ‘2026 부산교구 젊은이의 날’ 이모저모

10월 4일 ‘2026 부산교구 젊은이의 날(Busan Youth Day, 이하 BYD)’ 행사가 열린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가 5000여 명의 교구 청소년과 청년, 학부모 등 신자들이 신앙 열기로 가득 찼다. 행사 참가자들은 다양한 신앙 체험과 문화 공연을 즐기고 파견미사를 봉헌하며 교회의 미래 주체로 거듭나고자 하는 신앙 열정을 한데 모았다. BYD는 교구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청소년·청년 사목의 결실을 종합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푸른 신앙, 환대와 나눔으로 하나 되다 10월 4일 오전 9시경 BYD 행사 접수처에는 행사 시작을 1시간여 앞둔 이른 시간부터 학부모들의 손을 잡은 청소년과 청년 신자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 스포원파크 분수광장 일대에는 수도회·기관·단체 체험 부스가 다양하게 마련돼 신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나만의 묵주 만들기’, ‘세례명 키링 만들기’ 등 체험 부스에는 청소년 신자들이 대거 몰려 자신만의 신앙을 표현하는 다양한 묵주와 알록달록한 색깔로 자신의 세례명을 장식한 키링을 만들며 즐거워했다. 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등 수도회 부스에서도 수도복 입어보기 체험, 퀴즈 게임 등에 참가하는 청소년·청년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밖에도 청년성서모임, 학교법인 성모학원 등 기관·단체들도 주요 활동을 소개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체험 부스 안내를 맡으며 바쁘게 움직인 봉사자들도 청소년과 청년들의 행사 참여를 도우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교구 청년레지오연합회 체험 부스에서 봉사한 성재영(스테파노·개금본당) 씨는 “그동안 위축됐던 우리 젊은 신자들의 신앙을 다시금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봉사에 참여했다”며 “오늘 우리의 노력이 WYD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교구 청년연합회 정수빈 회장(안나·성가정본당)은 “행사 전반에 걸쳐 청년은 물론 중장년 신자분들도 기꺼이 도움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BYD를 통해 WYD를 준비하는 우리 청소년·청년 신자들이 각자 신앙을 더욱 깊게 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젊은 신앙, 찬양과 미사로 하늘에 닿다 청소년·청년 신자들의 신앙 열정은 행사 전반에 걸쳐 열린 문화 공연에서 더욱 빛났다. 야외에서 열린 공연에는 생활성가 밴드, 하늘씨앗 찬양단, 부산가톨릭챔버오케스트라 등이 다양한 운율로 성가를 부르고 연주하며 관람하는 신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명지파티마성모본당 생활성가 밴드 ‘카톨리카’ 멤버 김석근(프란치스코) 씨는 “성당에서 전례 봉사를 하면서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나의 탈렌트를 기꺼이 주님 사업에 쓰겠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다가올 WYD에서도 젊은 신자들이 성음악과 함께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풍성한 신앙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파견미사를 앞두고 스포원파크 내 금정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실내 공연에서도 젊은 신앙 열정으로 가득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국내 최초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신부인 레옹 신부의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 찬양 밴드 ‘나마스테’, 부산교구 수녀연합회, 부산교구 사제 악단 ‘살아있네!’ 등 공연이 이어지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신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절정을 이뤘다. 이어 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주례로 파견 미사가 봉헌됐다. 교구 수호자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로 진행된 이날 미사에는 지난 9월 30일부터 교구를 순례하고 있는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함께해 신자들의 기도 열기를 더했다. 미사 중에는 WYD 성체조배 부흥의 일환으로 특별히 제작된 교구 성광이 처음 현시됐다.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성시간을 바치며 기도의 깊이를 더했다. 성광은 앞으로 각 본당과 지구를 순회하며 신앙의 불씨를 지펴 나갈 예정이다. 교구는 이번 BYD 행사를 통해 지난 3년간 펼쳐온 ‘청소년·청년의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 WYD를 향한 새로운 신앙 여정을 펼쳐갈 계획이다. 손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교구가 청소년·청년의 해를 지낸 것은 우선 교회가 젊은 신앙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함이었다”며 “청소년·청년 신자 여러분들이 교회의 주역으로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내년 WYD를 비롯해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16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청주교구 멍에목성지

“제가 담당하는 조선 5도에는 매우 험준한 조선의 알프스산맥이 도처에 있습니다. 신자들은 깎아지른 듯이 높은 산들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깊은 골짜기마다 조금씩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1851년 10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는 스승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깊은 산속에 자리한 교우촌을 찾아다니는 사목 여정을 이렇게 소개한다. ‘충북의 알프스’라고도 불리는 충북 보은군 구병산 자락.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건물을 만났다. 최양업 신부는 같은 편지에서 이곳을 이렇게 전했다. “…멍에목이라는 한 산골에 천주교 신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찾는 ‘나그네’들의 거처 청주교구 멍에목성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성당이었다. 정팔각형의 벽면 위에 팔각뿔 형태로 지붕이 올라간 성당의 모습은 언뜻 유목민들의 천막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신앙 하나만을 보고 나그네살이를 자처했던 멍에목 교우촌의 신자들을 닮았다. 이 깊은 산골 멍에목에 정확히 언제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교회사 기록에 멍에목이 등장하는 것은 1827년 정해박해 때부터다. 당시 상주 포교는 멍에목에 살던 복자 박경화(바오로)·박사의(안드레아) 부자를 체포했고, 대구 감영으로 이송된 두 복자는 마지막까지 하느님을 증언하다 순교했다.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깊은 산속 멍에목까지 숨어 들어왔지만 이곳마저 발각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멍에목 교우촌의 신자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1866년 병인박해 때는 김종륜(루카) 복자가 이곳에서 생활하다 울산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하느님의 종 전 야고보가 체포됐고, 또 다음 해에는 하느님의 종 최용운(암브로시오)과 여 요한과 최조이 부부, 안 루카, 여규신, 최운흥 등이 붙잡혀 순교했다. 그렇게 멍에목에 박해자들이 들이닥치면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다시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깊은 산골짜기에 모여들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숨어들었고, 같은 이유로 흩어졌고, 또다시 같은 이유로 모여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루카 9,58)고 하신 예수님을 따라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나그네 살이 하던 신앙 선조들이 이곳에 살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께 의탁하다 “과연 우리는 천주교를 믿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극히 좋으신 하느님께 항상 의탁하며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안배를 칭송할 뿐입니다.” 최양업 신부는 편지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멍에목 신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멍에목 신자들의 신앙은 비신자들까지도 감복시켰다. 하느님께 대한 확신에 가득한 이 목소리에 지체 높은 양반 조 씨는 큰 기쁨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버리고 세례를 받았다. 조 씨가 멍에목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화재로 모든 것이 타 버린 마을의 이야기를 들은 조 씨는 그곳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려 했다. 그런데 마을의 누구 하나 근심하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기까지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조 씨는 마을 사람들을 붙들고 그 이유를 물었지만, 도무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집요한 물음 끝에 마침내 이 대답을 들은 조 씨는 비로소 만족하고 크게 기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만을 섬기기로 결심했다. 먼저 온 집안 식구들을 온갖 구실로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우연한 화재처럼 꾸며 집과 위패를 불태웠다. 그리고 실성한 것처럼 위장한 뒤 멍에목을 찾았고, 이곳에서 최양업 신부에게 세례를 받아 ‘바오로’가 됐다.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의 영성을 담아 최양업 신부가 집전한 세례성사는 수없이 많겠지만, 세례를 준 장소와 그 사연, 세례받은 이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것은 멍에목이 유일하다. 이런 세례의 영성을 담은 곳이 성지의 ‘세례성당’이다. 정팔각형 형태의 성당은 건축 자체로 세례의 영성을 표현하고 있다. 교회 전통에서 ‘8’은 ‘여덟째 날’, 그리스도의 부활로 시작된 ‘새 창조’와 새로운 생명을 상징한다. 그리고 팔각뿔의 꼭짓점으로 모이는 천장을 바라보면 삼위일체 하느님을 표현한 성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 바로 아래에 세례대가 자리하고 있다.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들이 하느님을 향하고 또 하느님의 은총이 모든 백성을 향해 내리는 모습이 성당의 형상과 성미술의 조화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례성당’ 바로 지하에는 ‘세례동굴’도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산자락에서 사시사철 흐르는 자연수로 세례갱신식을 할 수 있어, 세례의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또한 성지는 인근 펜션을 매입해 조성한 순례자의 집에서 순례자들이 세속을 떠나 하느님 안에서 깊이 머물던 신앙 선조들을 기억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지 담당 권상우(베드로) 신부는 “최양업 신부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양들만 바라보고 사목하신 것처럼, 멍에목성지도 화려하고 커다란 구조물이 아닌 소박한 건물로 조성돼 있다”면서 “신앙의 고민이 있거나 하느님을 온전히 만나고 싶은 분들이 조용히 와서 오래, 깊이 머물다 가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순례 길잡이 - 주소: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길 18 - 미사: 매주 화~주일 오전 11시 - 순례 문의: 043-543-0690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13면

“청소년들이 바라본 기후위기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 제2회 환경 영상·독후감 공모전 개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고민이 글과 영상 작품으로 이어졌다. 환경 문제를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6월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주제로 ‘제2회 대전교구 청소년 환경 영상·독후감 공모전’을 열었다. 환경 관련 공모전이나 시상식은 주로 본당이나 교구 차원에서 환경 사목활동에 참여하는 성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은 신앙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부터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생태환경위원장 김대건 신부(베드로·사회복음화국장)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체감하는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의 모습을 글과 영상으로 표현하며 환경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지난해 첫 공모전보다 더 많은 본당과 기관에서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9월 21일 천안쌍용3동성당에서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주례로 열렸다. 공모전 대상은 천안쌍용3동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4명이 제작한 <주님과 함께하는 한 달간 환경 챌린지> 영상이 차지했다. 본당 주일학교는 한 달 동안 교리 시간을 활용해 환경 피켓 만들기, 성모상 앞 환경 미술관 조성, 환경 관련 영상 시청 등 다양한 실천 활동을 이어가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독후감 부문에서는 환경 관련 도서를 읽고 느낀 점과 생활 속 실천, 주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출품됐다. 독후감 우수상을 받은 김주원 (이사야·도마동본당) 군은 “가끔 수녀님들이 보문산 개발을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곳에 사는 하늘다람쥐가 떠올랐다”며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현실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주신 세상을 아름답게 지키고 사랑하는 어린이가 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10-04 제3509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7)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들 - ④퍼머컬처

현대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하고 있다. 품종 개량, 화학 비료, 농약과 기계화 등 농업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하지만 ‘공짜점심 따위란 없다’라는 선지자의 지적은 이럴 때 필요한 말이다. 오염을 일으켰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화석연료와 화학 물질로 생태계와 토지는 회복이 불가할 정도로 황폐화했고 인류는 기후 변화, 사막화, 환경 오염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관행 농업을 벗어나 자연생태계의 순환 원리에 부응하는 농사법과 새로운 삶의 문화를 창출하려는 개념이 바로 ‘퍼머컬처(Permaculture)’다. 흔히 ‘지속가능한 농업’ 또는 ‘지속가능한 문화’로 번역한다. 이 개념은 1970년대 호주의 빌 몰리슨(Bill Mollison)과 데이비드 홈그렌(David Holmgren)이 창안하고 구체화했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30억 년 이상 생명체가 번성해 왔고, 토착민들이 수천 년 동안 자연환경과 비교적 조화롭게 살아온 것에 주목했다. 지금처럼 자연을 착취하거나 학대하지 않고도 토착민들이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한 것에 영감을 얻은 것이다. 퍼머컬처는 전통적 지혜와 과학적 지식을 결합하되 자연 생태계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게 설계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바람직한 농업 설계는 곧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단지 농업을 통한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동·식물, 에너지, 건축물, 물, 통신과 같은 사회 기반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퍼머컬처가 단지 유기농업과 같이, 농사 기술이나 식량 생산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아무리 관행 농업을 개선한다 하더라도, 사회 자체가 지속불가능하다면 지구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할 것이다. 따라서 퍼머컬처의 원칙은 자연의 지혜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를테면 유기농업, 재활용, 생태건축, 재생에너지 등 생태적인 삶에 필요한 지식과 도구들을 언제 사용할지 결정하고 조직할 수 있게 한다. 어느 곳에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를 정의하는 것이 퍼머컬처의 방식이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광범위한 기술들을 연계하여 응용하기 위한 디자인 접근법이라 불리는 것이 정확하다. 퍼머컬처는 세 가지 핵심 윤리와 12개의 원칙으로 정리된다. 퍼머컬처의 비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 가지 핵심 윤리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살림(Earthcare)으로 토양, 숲, 물, 동물 등 모든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순환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존중한다. 둘째, 사람살림(Peoplecare)으로 개인이 건강과 자립적인 삶을 위해 신체적·정신적 필요를 채우며 서로 돕는다. 셋째, 소비를 자제하고 남는 자원과 잉여 생산물을 지구와 이웃에게 다시 나눠 성장의 한계를 설정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퍼머컬처의 개념을 전파하고 학습하며 실천하는 공동체들을 만날 수 있다.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를 운영하는 교육활동가나 공동체들이 지역 곳곳에 퍼져 있고,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도 2023년 결성됐다. 내 밭이나 농장을 어떻게 하면 생태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를, 퍼머컬처 운동을 통해 만나고 접목하는 것은 더 늦출 수 없는 일 중의 하나이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10-04 제3509호 17면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AI 개발의 그늘 ‘기후 정의’를 묻다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기후와 자연 생태계,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고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후정의 운동의 역할과 방향, 연대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개최되고 있지만 국제정치의 후퇴, 회원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등 여러 요인으로 화석연료 퇴출과 기후 재정 확대에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이하 ICE네트워크)는 9월 18일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종교계 리더들과 사회 정의 운동가들은 어떤 물음을 던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인도의 연구단체 ‘IT for Change’의 아디티 필라이 연구원은 AI 생산 과정에서 서구적 규범을 기준으로 삼는 관행을 해체하고, 사회·경제·디지털 정책 측면에서 보다 통합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AI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필라이 연구원은 “반도체와 GPU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불법 자금 흐름, 아동 노동력 착취, 남반구 지역 원주민의 강제 이주 등 ‘AI 가치 사슬’ 전반에서 물질적·사회적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불투명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CE네트워크 상임대표 김종화 신부(알로이시오·작은형제회 JPIC)도 레오 14세 교황의 회칙 「고귀한 인류」의 내용을 통해, “불투명한 알고리즘으로 차별을 영속화하는 사회집단이 생겨날 수 있음”을 지적하며 “AI 문제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2021년부터 히말라야 지역 댐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사망하는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영향 평가가 미흡했고, 글로벌 은행들도 위험을 경시해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도 시민사회단체 ‘SANDRP’의 단테카르 부코디네이터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수력발전소 건설 노동자들이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특히 빙하 재해 위험이 큰 지역에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집중돼 있어 오래전부터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폭우와 집중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지만, 이런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글로벌 은행들도 충분한 위험 평가 없이 사업에 자금을 대면서 결국 노동자들이 재난에 가장 먼저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APMDD’의 리디 낙필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에너지 전환을 위해 각국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도 함께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10-04 제3509호 17면

[이웃종교] 개신교 청소년 10명 중 6명…“학교·교회 가르침 달라 혼란”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와 개신교회의 가르침 사이에서 ‘세계관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명 중 1명 이상이 신앙과 일상을 분리해 인식하는 ‘분리신앙’의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신뢰할 만한 목회자에게 신앙적 궁금증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8월 25일 발표한 「기독교 통계(347호) - 세계관의 충돌; 분리신앙」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59%)이 ‘학교에서 배운 것이 교회에서 배운 것과 모순된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신교회 가르침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 사이에 모순을 느끼는 분야로는 ‘과학’(진화와 우주 기원 등)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윤리·성(37%), 사회·정치(34%), 역사·문화 해석(32%) 순이었다. 또한 모순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학교 학습보다 교회 가르침을 우선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신앙을 일상에 얼마나 적용하는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현실 문제 앞에서는 믿음보다 현실적 방법을 먼저 택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신앙과 일상을 나눠 생각한다’는 응답이 38%였다. 이는 개신교 신자 학생들이 세속적 가치관과 개신교의 가르침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통계는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사)꿈이 있는 미래가 공동으로 펴낸 ‘2026 한국교회 다음세대 트렌드’에서 1월 22일부터 2월 6일까지 만 14세에서 19세까지의 개신교 신자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설문 결과에 대해 “이번 조사 결과는 ‘다음 세대’의 신앙적 위기가 단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신앙과 삶을 연결하는 ‘통합적 가치관’의 부재에서 비롯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특히 신앙과 일상을 분리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 3명 중 1명 이상이라는 점은 교회 교육이 실제 삶의 판단 기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 신앙과 관련해 생긴 의문들을 자유롭게 제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신앙적 혼란을 풀어낼 수 있는 ‘안전한 질문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시노달리타스’를 지향하는 가톨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5년 11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열린 ‘제29회 사목연구소 학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교구 정규현(마르티노) 신부는 “생명과 성, 가족의 가치 등에 관한 신앙의 진리를 교회 내 청년들과 허심탄회하게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노드적 울림과 공감, 능동적 진리 선포로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내부의 응집력이 확보돼야 교회 밖 비신자 청년들에게도 진리를 선포·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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