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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안동교구, ‘한국교회 최초 수덕자’ 홍유한 선생 영성 재조명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수덕자(修德者)’로 불리는 농은(隴隱) 홍유한(洪儒漢, 1726~1785) 선생 탄생 3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삶과 신앙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안동교구와 풍산홍씨대종회는 5월 30일 경북 영주시 영주시민회관에서 ‘농은 홍유한 선생 탄생 300주년 기념 학술대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 풍산홍씨대종회 및 후손 대표, 안동교회사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권 주교는 축사에서 “이 땅에 천주교가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홍유한 선생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선생의 깊은 신앙심을 본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주제 발표를 맡은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각종 사료 연구를 토대로 홍유한 선생의 수덕생활이 천주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농은 홍유한 선생의 한국천주교회 내 위상’에 대해 설명한 조 신부는 “선생은 칠극(七克)과 양명학에서 창조주를 발견했고, 이웃 사랑의 근거를 찾아냈다”며 “바로 유교의 내재적 윤리를 넘어서는 외재적 초월자를 찾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한 선생이 경상도로 남행을 결행한 것은, 학문의 공동체를 넘어 천주 신앙에 입각한 새로운 공동체로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안동교회사연구소장 신대원(요셉) 신부는 제2주제 ‘농은 홍유한 선생의 영남 이주와 남행공동체 구상’에 대해 발표하며 “선비이면서 동시에 선종할 때까지 수덕생활을 수행한 선생이야말로 참된 천주교인”이라고 강조했다. 홍유한 선생을 따르며 신앙을 실천하다 순교한 복자 홍낙민(루카)의 삶과 신앙도 조명됐다. 내포교회사연구소장 김성태(요셉) 신부는 제3주제 ‘풍산홍씨 복자 홍낙민의 삶과 신앙 전승’ 발표를 통해 “홍낙민은 충청도 예산에서 홍유한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가문 중 가장 먼저 세례를 받고 순교해 신앙을 증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일생을 통해 구현한 신앙과 삶의 태도는 한 가문의 유산을 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안동교구 우곡성지 담당 윤성규(바오로) 신부는 “우곡성지는 홍유한 선생과 후손들의 영성을 간직한 곳”이라며 “앞으로 성지 차원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선생의 영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6면

가톨릭상지대학교, 베트남 ‘경북학당’ 운영 본격화

가톨릭상지대학교는 5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전문대학(Hanoi College)에서 ‘경북학당’ 운영 설명회와 한국 유학 설명회를 개최하고, 경상북도 해외인재유치사업의 해외 거점 운영을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경북학당’은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해외인재유치사업의 핵심 플랫폼이다. 한국어 교육과 경북학 교육, 한국 문화 이해 교육, 유학 상담 등으로 해외 학생들의 한국 유학과 지역 정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는 경북학당 운영 계획을 소개하고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한국 유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총장 차호철(요한 세례자) 신부를 비롯한 대학 관계자와 하노이전문대학 재학생 및 교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가톨릭상지대학교는 올해부터 기존 경북학당 운영과 함께 ‘찾아가는 경북학당’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경북학당’은 하노이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베트남 북부 지역 대학 및 교육기관과 협력해 경북학당 교육과정을 현지 협력 대학 및 교육기관에 제공하는 지역 확산형 교육 모델이다. 이를 통해 경북학당의 주요 교육과정을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우수 학생을 발굴해 경북 지역 대학 진학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차호철 신부는 “경북학당은 단순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글로벌 인재 양성 플랫폼”이라며 “베트남의 우수한 학생들이 경북학당을 통해 경북 지역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입력일 2026-06-01

안동교구 강구본당 “기울어진 성당, 신앙의 힘으로 다시 세우고 싶어요”

“기울어진 우리 성당, 함께 하나로 뭉쳐 신앙의 힘으로 다시 세울 수 있길…” 안동교구 영덕 강구본당(주임 박효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이 지반 침하로 기울고 있는 성당 건물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나섰다. 구조 보강공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에 나선 본당 공동체는 이번 어려움을 신자들이 마음을 모으고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강구공소에서 승격돼 2002년 7월 3일 설립된 본당은 2005년 성당과 사제관(교육관) 등으로 이뤄진 현 건물을 봉헌했다. 그러나 최근 건물이 계속 기울어지면서 신자들은 신앙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당은 지반 침하로 인해 건물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성당 벽에는 균열이 생겼고, 사제관 등 건물 곳곳에서는 누수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15년 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도 건물 기울기는 시설물 안전 운영관리 기준상 불량 등급에 해당하는 1/55로 나타났으며, 거주 적합도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상태로는 거주와 활동에 위험이 따를 수 있고,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본당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박효재 신부를 중심으로 신자들이 함께하는 총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 구조 보강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박 신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뭉치는 모습을 보며 시노달리타스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공사 추진에는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특수 공법이 필요한 구조 보강공사에는 약 9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일미사 참례 신자가 50명 남짓한 소규모 본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그럼에도 본당은 모금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며 ‘함께 걷는 여정’을 완성할 수 있길 소망하고 있다. 본당 신자들은 20여 년 전 성당 건립 당시에도 지역 특산물인 영덕대게와 오징어 등 해산물을 판매하며 건립 기금 마련에 힘을 보탰다. 어촌 마을의 작은 시골 성당이지만, 신자들의 신앙심과 성당을 향한 애정만큼은 남다르다. 박 신부는 “설립 25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공동체가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후원 계좌 농협 715083-51-099036 (재)천주교안동교구유지재단 ※문의 054-733-4003 강구본당 사무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5면

안동교구, 앙드레 부통 신부 한국 활동 60주년 기념 전시 개최

1960~1970년대 한국에서 벽화를 제작해 설치하는 ‘예술 선교’를 펼친 앙드레 부통(André Bouton, 1914~1980) 신부의 한국 활동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안동교구는 5월 22일부터 6월 6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안동시 축제장길 66) 34갤러리에서 “선교의 열정, 한국 벽화 예술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사제이자 예술가 앙드레 부통 한국 활동 60주년 기념 전시회’를 개최한다. 안동시와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후원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경란(마리아) 인천가톨릭대 예술대학 초빙교수 기획으로 앙드레 부통 신부의 주요 벽화 작품 사진들이 전시된다. 김 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앙드레 부통 신부 유족과의 인터뷰, 프랑스 측 아카이브 자료 수집, 전국 현장 답사를 통해 흩어져 있던 작품과 기록들을 정리했다. 안동교구와 안동시는 지난 2025년 11월 14일 ‘앙드레 부통 신부 벽화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 2025년 1월 옛 안동 예식장(현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건물에서 발견된 앙드레 부통 신부 벽화를 계기로 벽화의 가치 조명과 보존 및 활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 같은 협력의 연장선에서 열리게 됐다.

입력일 2026-05-14

‘초강력 태풍 피해’ 사이판 한인본당…“기도·관심 절실”

지난 4월 14일부터 사흘간 사이판 전역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신라쿠’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이판 한인본당(주임 김종규 시몬 신부)이 간절한 기도와 관심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평균 시속 120km, 최대 시속 170km의 강한 돌풍 위력을 지닌 채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사이판 전역을 관통했다. 장시간 이어진 극한 강풍과 폭우는 사이판 한인성당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현재 확인된 피해 상황은 처참하다. 성당 내 공용 화장실과 관리실, 사제관 주방 등 총 5곳의 실내 천장이 붕괴됐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3분의 2가 파손돼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야외 경계 펜스 대부분이 무너졌고 식당 지붕과 외부 CCTV, 교육관 도어락 등 제반 시설이 전손 또는 파손됐다. 단수와 단전은 복구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이판 전체 제반 시설이 마비되면서 성당은 현재 빗물 저장 탱크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사 봉헌을 위해 매일 2~3시간씩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치솟는 유류비는 본당 재정에 큰 부담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임 김종규 신부와 사목회를 중심으로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파손 잔여물 정리와 성당 출입문 복구, 빗물 누수를 막기 위한 임시 지붕 수리 등 응급 복구는 이뤄졌다. 문제는 5월 중 또 다른 태풍이 예보되어 있다는 점이다. 추가 침수와 붕괴를 막기 위해 복구를 서두르고 있지만, 현지의 열악한 물자와 인력난으로 인해 완전 복구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항마저 폐쇄돼 적어도 6월까지는 사이판 전체가 사실상 고립 상태다. 특히 본당은 전체 미사 참례 인원이 70명 남짓한 소규모 공동체인데다, 대다수가 고령 신자라 자체적인 복구 인력과 재정 마련에 한계가 있다. 본당이 소속된 차란카노아교구 역시 재정 상태가 여의치 않다. 위기 속에서도 본당은 무엇보다 ‘기도의 힘’을 강조했다. 김 신부는 “태풍 피해는 우리 공동체뿐 아니라 사이판 전체의 아픔”이라며 “우리보다 더 어렵고 절실한 곳을 먼저 기억해 주시되, 작게나마 우리 본당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후원 계좌: 국민은행 571501-01-099302 김종규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5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안동교구 우곡성지

한국교회가 공식적으로 창립(1784년)되기도 전, 조선의 한 명문가 선비가 보장된 미래와 명예를 뒤로 하고 홀로 하느님 안에서 ‘진리’를 찾아 나섰다. 당시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이름 없는 산중에 은거하며 천주교 신앙을 고요함 속에 실천했다. 그가 바로 한국교회 최초의 수덕자(修德者)로 불리는 농은(隴隱) 홍유한(洪儒漢, 1726~1785) 선생이다. 선생과 그 후손들의 안식처인 안동교구 우곡성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에게 신앙의 맑은 샘물을 건네주는 영적 요람으로 빛나고 있다. 자발적으로 수용한 신앙을 실천한 신앙 선조의 고결함과 피와 땀이 깃들인 우곡성지를 찾았다. 칠극, 삶으로 몸소 증거한 신앙 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愚谷里),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중턱까지 걸어가니 해발 1206m에 달하는 문수산 자락에 안긴 우곡성지 입구가 보인다. 눈부시도록 빛나는 봄의 햇살과 푸른 하늘 아래, 저 멀리 십자가와 홍유한 선생의 동상이 순례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말끔하게 갓을 쓴 선비의 모습을 한 선생의 동상을 자세히 보니 책 한 권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있다. 바로 그의 평생 지침서였던 「칠극(七克)」이다. 「칠극」은 스페인 출신 예수회 회원 판토하 신부가 쓴 교리서다. 교만, 인색, 음욕, 탐욕, 질투, 분노, 나태 등 ‘칠죄종’을 극복하고 하느님 나라에 닿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다. 홍유한 선생은 당대 최고의 명문가인 풍산 홍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16세 나이에 당시 실학의 거성이었던 성호 이익(李瀷)의 문하에서 서학(西學)을 접하고 인간 영혼의 구원을 밝히는 절대적인 진리를 발견했다. 1750년경부터 자발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에게는 세례를 줄 신부도, 신앙을 함께할 신자 공동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세속의 일을 끊고 오직 기도에 전념했고, 육욕을 멀리하며 금식과 절제를 생활화했다. 자신의 삶을 엄격하게 규율한 그의 수덕생활은 충남 예산, 경북 영주를 거쳐 마지막 은거지인 우곡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겸손과 절제, 소박한 신앙의 향기 곳곳에 우곡성지 순례 여정의 시작은 ‘칠극의 길’이다. 안동교구는 1993년 홍유한 선생의 묘를 발견해 순차적으로 성지를 개발했고, 2015년 선생의 수덕생활을 기리기 위해 칠극의 길을 조성했다. 잔잔히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따라 고즈넉하게 마련된 길 위에는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을 이기는 덕목들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제1극 ‘복오(伏傲, 교만을 억누르다)’에서부터 제7극 ‘책태(策怠, 게으름을 채찍질하다)’에 이르기까지 선생이 스스로를 경계하며 닦았을 겸손과 절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곡성지 담당 윤성규(바오로) 신부는 “홍유한 선생은 세례를 받지 못했지만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분”이라며 “당시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대부였지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고 철저하게 복음적인 삶을 사셨다”고 설명했다. 칠극을 묵상하며 주모경과 영광송을 바치고 걷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 ‘칠극성당’이 보인다. 화려한 장식은 없어도, 주변 자연 경관과 잘 조화된 소박한 외관은 홍유한 선생의 곧고 굳은 신앙심과 평소의 성품을 그대로 닮았다. 1995년 세워진 성당 내부는 비둘기가 날갯짓하는 모양을 묘사한 파란 스테인드글라스가 부드럽게 빛을 내며 신앙 공동체를 감싸고 있다. 성당 옆에는 한복 차림을 한 흰색 성모상이 주변의 봄꽃과 수풀 사이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자태로 순례객에 인사를 건네고 있다. 한국교회는 유교적인 문화와 가톨릭 신앙이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역사가 있다. 선비의 절제와, 하느님의 자애로움이 만난 영성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신앙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후손들이 빚은 신앙의 열매 영원히 홍유한 선생의 고귀한 신앙은 후대에 이어졌다. 그의 뜻을 이어 신앙을 증거하다 13명의 후손이 순교한 것이다. 순교한 후손 중 홍병주 베드로와 홍영주 바오로 형제는 지난 198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 됐다. 홍낙민 루카 등 5명은 201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후손들은 삶의 끝까지 선생의 신앙을 따랐으며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칠극성당에서 다시 입구 방향으로 이동해 산기슭 쪽으로 가면 홍유한 선생 후손 순교자 13위의 가묘와 현양비가 보인다. 시복 시성된 후손들이지만, 그 유해를 찾지 못해 각 순교 터의 흙을 담아 묘를 조성했다. 비어 있는 묘이지만, 그 어떤 무덤보다도 소중하고 묵직한 신앙의 무게가 느껴진다. 가묘를 지나 홍유한 선생의 묘소로 올라가는 소나무 숲속 산길에는 십자가의 길 15처가 조성돼 있다. 신앙 선조들이 예수님 수난을 묵상하고 험한 산길을 오르며 바쳤을 기도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기면 중턱에 선생의 묘소가 나온다. 묘소는 소박한 모습이다. 작은 봉분에 간결한 비석은 평생 숨은 구도자로 살아간 생애를 보여주는 듯하다. 높은 산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그 누구보다도 맑은 신앙으로 예수님을 닮으려 했던 선생의 마음이 바로 이곳에 오롯이 머물고 있다. 우곡성지를 둘러 보는 순례길은 1~2시간 남짓 소요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순례자들은 수백 년 전 선조들이 평생에 걸쳐 지켜왔을 깊은 신앙과, 때로는 인간적으로 고민했을 삶의 본질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윤 신부는 “순례나 피정을 위해 성지를 찾는 분들은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지 않고 홍유한 선생의 삶에 감동하며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우곡성지 순교자 현양비에는 “우곡의 골짜기는 이곳을 찾는 신앙인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신앙의 골짜기, 거룩한 땅, 성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신앙은 단순히 ‘관성적인 믿음’이 아닌 ‘끝없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준 홍유한 선생과 그 후손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우곡성지는 고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숲길에서 진정한 평화와 신앙의 가치를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 선물하고 있다. ◆ 순례 길잡이 주소: 경북 봉화군 봉성면 시거리길 397(우곡리 151-2) 미사: 오전 11시(화요일~주일) 후원 계좌: 우체국 702266-01-001352 재단법인 천주교안동교구 문의: 054-673-4152 우곡성지 사무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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