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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요셉의원, 故 선우경식 초대 원장 추모 행사 개최

무료 자선병원 요셉의원이 고(故) 선우경식(요셉) 초대 원장의 18주기(4월 18일)를 맞아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의 애덕을 기리는 음악회와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은 4월 13일 오후 7시30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선우경식 선종 18주기 추모 및 감사음악회’를, 16일 오후 1시30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의사 선우경식 선종 18주기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심포지엄은 “가난한 환자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고백했던 선우 원장의 삶과 영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며,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그를 닮아 살아갈 것인지 나누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승애 수녀(프란치스카·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김평만 신부(유스티노·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최현순 교수(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김선필 교수(베드로·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가 발표자로 나서 마태오복음에 드러난 성 요셉의 영성을 따라 가톨릭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의료 사각지대 소외된 이웃을 돌본 선우 원장에 대해 발표한다. 음악회는 선우 원장을 추모하는 의미와 함께 그와 한뜻으로 무료 봉사를 이어온 의료진과 봉사자, 6000여 명 정기 후원자를 향한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소프라노 송광선(안젤라)·구은경(루치아) 씨, 테너 강훈(시몬) 씨, 바리톤 김정석(요한) 씨 등 공연단이 4부로 구성된 무대를 펼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선우 원장은 1987년 8월 요셉의원 개원 이래 유일한 상근의사로서 2008년 4월 18일 63세 나이로 선종하기까지, 노숙·행려병자, 쪽방촌 주민 등 의료 사각지대 이웃들을 위해 21년을 헌신했다. 가난한 환자들의 병을 넘어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고, 동등한 사회인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자립·자활까지 지원했던 그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극복한 인간애를 실천한 ‘쪽방촌의 성자’로서 모든 의료·신앙인의 모범으로 존경받고 있다. ※문의 02-2634-1760 요셉나눔재단 요셉영성센터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4면

오직 고통받는 신만이

“아내가 살던 마을은 군부의 공습·방화로 잿더미가 됐고, 처남은 불길을 피하다 다리가 부러졌어요. 심장 질환 치료가 시급한 장인어른은 약도 못 구한 채 피난 다니고 계십니다. 군부는 제가 한국에서 시민군을 지지하는 걸 알고 본가를 급습해 형을 납치·고문했어요. 청년들은 강제 연행해 총알받이로 내몰고, 가족 등록부에 없는 사람은 시민군으로 몰아 박해하고 있습니다.” 3월 28일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별사랑이주민센터 수녀들의 이주민·난민 가정 방문에 동행하며 경기도 부천의 한 주택에서 만난 미얀마 난민 쿠알 응아이 망(37) 씨가 들려준 미얀마 내전의 참상이다. 수녀들 도움으로 난민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싸움을 이어가는 부부의 품에는 4살과 15개월 된 두 아들이, 고향에서 일어나는 학살과 가족 앞에 드리운 죽음을 전혀 모르는 얼굴로 안겨 있었다. 미얀마 내전은 인도차이나의 먼 땅에서 6년째 진행 중인 참상을 넘어, 바로 우리 곁에 숨어 지내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숨을 쉬는 비극이었다. 어떤 간절한 기도만이 힘이 될까. 개신교 목회자인 쿠알 씨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치 독일에 저항하던 끝에 감옥에서 순교한 그는 「옥중서간」에서 “오직 고통받는 신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남겼다. 빛이 아니라 오히려 어둠 속에서 완결된 그 믿음은 이데올로기화한 신에 대한 맹신도, 죄책감 따위가 동기가 된 종교적 집착도 아니었다. 똑같이 고통받는 인간과 하느님이 서로의 짓무른 상처를 닦고, 구원을 주고 받는 관계를 넘어, 경계 없이 동화된 사랑이었다. 그 순간, 부천시 어느 주택에서 네 사람의 모습으로 내 앞에 숨 쉬고 계신 하느님을 발견했다.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23면

“1인 고립가구 살리는 건 꾸준한 소통과 신뢰”

현행 1인 고립가구 발굴과 커뮤니티 조직 사업 상당수가 단기성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의 ‘세븐싱글즈’ 프로그램이 이를 극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가벼운 소통 활동을 매개로 7회기에 걸쳐 고립 대상자들의 자기효능감을 회복시키고, 정규 회기 이후에도 자발적 이웃 교류로 이어지며 지역사회 관계망 형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참여 문턱을 낮추고 관계 형성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도록 한 데 있다. 외부 활동과 관계 형성에 부담을 느끼는 고립 가구 특성을 고려해 과도한 자기 개방 대신 소통, 요리, 영화 관람, 식사 등 부담 없는 활동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요리 활동 ‘싱글벙글 테이블’은 건강한 식생활을 돕는 동시에 참여자들이 협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김은영 복지사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서 만든 음식을 이웃과 나누며 관계를 확장하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통 활동은 포토보이스(Photovoice, 사진을 매개로 소통하며 연대감을 맺는 활동), 칭찬 릴레이, ‘세 가지 진실·거짓 맞히기’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된다. 참여자 동의에 따라 자기 이야기와 일상을 나누는 대화 모임도 이어지고 있다. 정규 회기 이후에도 매월 한 차례 후속 모임을 열어 관계가 지속되도록 돕는다. 참여자들은 자발적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안부를 나누거나 모임을 이어가고, 복지관 다른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관계 형성은 집중 사례 관리 대상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공황 증상으로 외출이 어려웠던 한 참여자는 프로그램 참여 이후 야외 공간이나 일정 인원이 있는 장소에는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고 전했다. 2024년 복지관이 자리한 등촌7단지 1인 고립가구를 대상으로 시작된 세븐싱글즈 프로그램은 2025년부터는 1인 가구에 국한되지 않고 강서구 고립 가구 전체로 대상을 넓혀 진행되고 있다. 이철우(요한 보스코) 관장은 “잦은 거절과 참여 의사 번복에도 대상자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열고자 우리 복지사들이 누차 방문하고 기다리며 신뢰를 쌓아온 과정이 세븐싱글즈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며 “형성된 관계가 또 다른 관계를 낳는 이 같은 선순환이 앞으로도 이어지도록, 촘촘한 사회적 연결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은 홀몸노인, 장애인, 북향민 등 다양한 배경의 취약계층 주민이 많은 강서구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내 소재한 복지관으로 물질적 지원 이상의 전인적 돌봄에 주력하고 있다. 자기 이해 교실 ‘누림학교’,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 ‘아름다운 날들’, 주민 봉사대 등 주민 관계망 지원과 삶의 수용 감각, 자존감 향상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기관으로서 ‘CS(Caritas Seoul)생명존중문화만들기’ 사업을 전개해 자살 예방을 넘어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주력하며, 신체·심리·사회·영적 돌봄을 통합 제공하고 있다.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6면

[YOUTH] 사각지대 놓인 이주 배경 아동, 그들에게 필요한 손길은?

국내 다문화 가구 구성원은 2025년 기준 120만 명, 체류 외국인은 280만여 명(전체 인구의 5.5%)을 넘어섰다. 명실상부한 세계화 시대지만 이주민과 난민이 마주한 사회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2023년 입소스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53%가 난민 수용 시 ‘범죄 수준 악화’를 우려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25년 5월 한국 내 미등록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무력 동원과 혐오 확산, 인권침해 가능성에 공식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은 이주민·난민 아동들이다.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동반을 해야 하는지 짚어 본다. 단속과 추방 사이에 놓인 아이들 정부는 2023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추진하며 미등록 이주민들 단속을 강화해 왔다. 2025년에는 기습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대구와 경남 사천 등지 공장 이주노동자들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잇따랐고, 2024년에는 미등록 이주여성 단속·구금 과정에서 세 살 아동이 보호자 없이 방치당한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2%로, OECD 평균 약 23%에 크게 못 미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체포 기록이나 협박 증거 등 박해 사실을 난민 신청자 본인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입증 기준도 엄격하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인도적 체류 허가(G-1-6 비자)를 통해 한국에 머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본국의 위험 상황을 증명할 공식 문서와 증거를 갖추기 어려운 난민 신청자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심사 기준을 충족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 같은 높은 장벽은 이주민·난민 성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다. 미얀마 출신 쿠알 응아이 망(37)·칭 쏜 훙(36) 씨 부부는 6월 4일이면 출국기한 유예 기간이 만료된다. 그 전에 난민 자격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기한 연장에 실패할 경우, 두 영유아 자녀와 함께 미얀마로 송환될 위험에 놓여 있다. 두 사람은 학생 비자 등 합법적인 체류 자격으로 입국했으며, 2020년 1월 결혼 후 미얀마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편이 끊기고,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내전,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비자 연장에 실패해 미등록 체류 상태가 됐다. 자녀 도 시안 카이(4살)·친 쏨 투앙(15개월)은 여권도, 신분증도, 시민권도 없는 무국적 상태로 교육·의료 등 기초 아동권 보장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부는 한국에서 NUG(국민통합정부), PDF(미얀마 시민방위군) 등 미얀마의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는 시위와 모금 등 활동에 참여해 군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미얀마로 추방될 경우 온 가족이 처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쿠알 씨는 “난민 신청에 요구되는 공문서들을 준비하고 박해 사실을 입증하려면 모국의 공공 부문과 접촉해야 하는데, 모두 군부가 장악한 상황에 어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개신교 목회자인 그는 “어린이까지도 무차별 학살하는 사탄과 같은 군부로부터 카이와 투앙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한국의 호의와 형제, 자매들의 기도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눈물 흘렸다. 사각지대 비추는 사랑…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 3월 28일 경기 부천 소사동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본원 내 ‘성가공부방.’ 꽃 새순을 구경하던 이주 배경 아동 윤민우(초3·페루) 군은 쌍둥이 친구 정시혜·시은(초3·중국) 양이 “민우야, 놀자” 하고 부르자 원장 김미숙(석문 가롤로) 수녀의 손을 잡고 마당으로 달려갔다. 마당에는 몽골, 파키스탄 등 다양한 이주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봄볕 아래에서 함께 뛰놀고 있었다. 성가공부방은 성가소비녀회가 2004년부터 운영해 온 무상 아동 돌봄·교육 시설이다. 국적 제한은 없지만, 원아 10명 중 8명이 이주 배경 아동일 만큼 이주민 가정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가정은 맞벌이와 주말 근무가 잦아 방과 후나 주말에 돌봄 공백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공부방은 방과 후 수업과 주말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두 번째 집이 되어 주고 있다. 부모와의 접촉이 부족해 애정 표현에 서툴고 자존감이 낮던 아이들도 수녀와 교사들의 돌봄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언제든 나라 밖으로 쫓겨날 수 있는 카이와 투앙 같은 난민 아이들, 방과 후 늘봄학교 등 공적 돌봄 체계에서도 비켜난 이주민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 성가소비녀회 별사랑이주민센터 센터장이자 난민 담당인 고윤숙(그라시아) 수녀와 이주민 담당 이창숙(루미네) 수녀는 “절박할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집’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센터는 2010년 설립 이후 사각지대 이주민과 난민을 대상으로 상담과 법률 지원, 의료·교육·생계비 지원 등을 이어 오고 있다. 누구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기 위해 줄곧 비인가 시설 형태로 운영을 이어 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내 혈족 불화로 고향에 머물 수 없어 한국에 온 하라판(가명·중2) 양과 가족도 센터의 도움 속에서 살아왔다. 난민 신청이 기각돼 10년 가까이 미등록 체류자로 지내면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취학 아동 때 입국해 공공 복지·교육에서 소외됐던 하라판과 동생은 센터의 장학금 지원으로 무사히 초중등 교육을 받고 성가공부방에 다니며 안정된 성장기를 보낼 수 있었다. 올해 초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으로 가족과 함께 비자를 받은 하라판 양은 “늘 초조해하던 부모님이 언젠가부터 웃기 시작했고, 나도 이제 많이 웃는다”며 “온 가족이 쫓겨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악몽을 아직도 가끔 꾸지만, 그런 일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한국의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어려운 처지의 이주민과 난민을 위한 도움도 함께 부탁했다. ※ 후원 계좌 우리 1005-904-306165 (재)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 문의 032-342-3936 별사랑이주민센터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17면

[부활 특집] 부활 시기, 세계 각양각색 풍습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며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줄만 알았던 그리스도께서는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이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표징이 되어주셨다. 그래서 주님 부활 대축일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 나아가 세계시민 모두가 기뻐하는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지구촌 이웃들은 어떻게 개성 있게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있을까. 세계의 다양한 언어·문화권 별 부활절 풍습을 알아본다. ■ 영어권 - 19세기 상류층 옷차림에서 유래…'화려한 축제'로 발전 필리핀에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새벽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가 재회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살루봉(Salubong, 타갈로그어로 만남)’ 행렬이 펼쳐진다. 텔레노벨라(Telenovela, 극적 분위기와 연출을 극대화한 필리핀·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이별과 재회의 격정적인 서사로 부활의 신비를 묵상하는 전통이다. 스페인의 ‘엘 엔쿠엔트로(El Encuentro, 스페인어로 만남)’ 행렬에서 유래했다. 남자들은 예수상을, 여자들은 성모상을 들고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 서로를 향해 행진한다. 성모상에는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슬픔을 상징하는 검은 베일이 씌워져 있다. 두 행렬이 마주치면, 천사 분장을 한 어린아이가 공중에서 내려와 성모상의 베일을 걷어낸다. 주님을 잃은 슬픔을 거두고 그분을 되찾은 기쁨을 맞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어 환호 속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가 시작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화려하게 장식한 부활절 모자(Easter Bonnet)를 쓰거나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축제와 퍼레이드를 즐긴다. 1870년대 미국 뉴욕 상류층이 부활 미사 혹은 예배를 마친 뒤 거리를 걸으며 화려한 봄옷과 모자를 뽐내던 데서 유래한 풍습이다. 오늘날 퍼레이드는 소외된 이들의 영웅이었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대축일의 의미를 따라, 상류층의 전유물을 넘어 종교·인종·나이·성별 상관없이 모든 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축제로 발전했다. 중심지는 여전히 뉴욕 맨해튼 5번가와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앞이다. 19세기의 고풍스러운 옷차림부터 방금 룩북(look book)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급 맞춤 여성복까지, 길거리를 런웨이 삼은 인파로 넘쳐난다. ■ 프랑스어권 - 종 모양 초콜릿·초대형 오믈렛 만들기 등 눈길 ‘달걀 사냥(la Chasse aux Œufs)’은 곳곳에 어른들이 숨겨둔 알록달록하게 꾸민 달걀, 초콜릿 등이 들어있는 장난감 달걀을 아이들이 찾아내는 놀이다.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풍습이지만, 프랑스·벨기에식은 프랑스어권만의 개성이 깃들어 눈길을 끈다. 게르만 문화의 영향으로 ‘부활절 토끼(Easter Bunny)’가 아이들에게 달걀과 간식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유럽의 다른 지역과 달리, 프랑스어권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부활절 종(les Cloches de Pâques)’이 달걀과 간식을 떨어뜨린다고 믿는다. 사순 시기 동안 울리지 않아 이탈리아 로마로 날아갔던 성당의 종들이 대축일 아침 프랑스로 돌아오며, 하늘에서 기쁨의 선물을 떨어뜨린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부활 초콜릿도 토끼 모양보다 종 모양이 일반적이다. 프랑스 남서부 베시에르(Bessière)에서는 1973년부터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마다 지름 4m를 넘는 거대한 오믈렛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달걀만 1만5000개 이상, 약 6000인분에 달하며, 행사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부활의 상징인 달걀을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모두가 함께 목표를 이루고, 예수의 가르침처럼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누는 정신이 깃든 풍습이다.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벡에서는 대축일 당일 동트기 전 흐르는 시냇물이나 강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오랜 전통이 있다. 봄의 생기와 부활의 은총이 자연에 미쳐 특별한 정화의 힘을 지닌다는 믿음으로, 17~18세기 프랑스 북서부에서 이주한 초기 정착민들이 전한 풍습이다. 이렇게 떠온 물을 '부활절 물(l'Eau de Pâques)'이라고 부르는데, 물을 뜨러 갈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반드시 침묵을 유지해야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퀘벡을 흐르는 세인트로렌스강 연안 시골 마을에서는 지금도 이 풍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 스페인·포르투갈어권 - 악을 정화하는 의미로 유다 형상 만들어 불에 태워 스페인·포르투갈,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성토요일 밤이나 주님 부활 대축일에 ‘유다 태우기(Quema·Malhação de Judas)’를 한다. 짚이나 헝겊으로 유다 이스카리옷 형상의 인형을 만들어 태우는 풍습으로, 악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형 안에 폭죽을 넣어 화려하게 터뜨리거나, 논란이 되는 정치인이나 악인을 유다로 형상화해 태우거나 매질하기도 하는 등,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진 축제 분위기가 특징이다. 멕시코에서는 달걀껍데기로 만든 장식품 ‘카스카로네스(Cascarones, 스페인어로 달걀껍데기)’를 가족과 친구의 머리에 깨뜨리는 장난스러운 풍습이 있다. 카스카로네스는 달걀 윗부분에 구멍을 내 속을 비우고, 그 안에 콘페티(Confetti, 색종이 조각)를 채운 뒤 겉을 화려하게 색칠해 만든다. 멕시코 사람들은 카스카로네스가 깨지면서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짓궂은 장난을 주고받으면서도 그 안에 애정을 담아 서로를 축복하는, 부활의 기쁨을 색다르게 나누는 전통이다.

발행일 2026-04-05 제3485호 13면

“야, 너두 컴퓨터 할 수 있어”…인천교구 풍무동본당 컴퓨터 교실

“컴퓨터를 하나도 몰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교실이 성당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성경 쓰기로 신앙생활과 타자 연습 두 마리 토끼도 잡고요!” 3월 23일 오전 10시 인천교구 김포 풍무동성당(주임 윤자면 빈첸시오 신부) 1층 성물방 맞은편 ‘컴퓨터실’ 문구가 붙은 방. 칸막이로 구분된 자리마다 컴퓨터가 놓여 있고, 장·노년층 학생 12명이 앉아 실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수업은 ‘가톨릭 굿뉴스’를 통한 컴퓨터 성경 쓰기와 한글 프로그램 복사·붙여넣기, 서식 수정 등 기본 조작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강사의 일대일 지도와 직접 만든 강의 자료를 보며 차근차근 실습을 이어갔다. 매주 월요일 아침 성당은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무료 컴퓨터 교실로 변한다. 컴퓨터 성경 쓰기, 인공지능(AI), 한글 프로그램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운다. 그중에서도 성경 쓰기는 신앙생활과 타자 연습을 함께 할 수 있어 특히 호응이 좋다. 홈페이지 열기와 닫기, 클릭과 드래그 같은 기본 조작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당 컴퓨터 교실은 2017년 당시 본당 노인대학 학생들을 위해 시작된 스마트폰 교실에서 출발했다. 이어 강사 문석연(베드로·84) 씨의 제안으로 6개월 뒤에는 컴퓨터 교실로 확대됐다. 당시 70대였던 문 씨는 컴퓨터 관련 직업 경험은 없었지만 지역 커뮤니티 강좌와 독학으로 한글, 포토샵 등 여러 프로그램을 익혔다. “연세가 높으셔서 아무리 배워도 못 할 것”이라는 주변 젊은이들의 걱정 섞인 말이 노익장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배워서 나도 주고 남 줄 것”이라는 신념도 한몫했다. 그래서 “똑같이 나이 많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다그침보다 차근차근 함께하는 교실을 운영해 올 수 있었다”고. 응원하는 사목자와 뜻을 함께한 신자들의 도움도 컸다. 10여 대 넘는 중고 컴퓨터를 기증하거나, 설비 마련을 위해 기부한 이들도 있었다. 문 씨가 직접 새 컴퓨터 부품을 구입해 교체하는 수고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들조차 보람이었다. 컴퓨터 교실은 그렇게 ‘함께’ 만든 공간이 됐다. 문 씨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교실이라기보다 서로 다독이며 배우는 교실”이라며 “컴맹쯤은 전혀 문제 되지 않으니 누구든 환영한다”고 전했다. 첫해부터 수강해 온 김연아(아가타·63) 씨는 최근 AI로 만든 기도 영상을 선보이며, “전에는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도 겁났고, 자녀·손주가 알려주는 것들도 머릿속에서 꼬여 부끄러웠는데, 컴퓨터 교실 덕분에 이젠 뭐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4-05 제3485호 5면

[인터뷰]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 에세이 펴낸 이용현 신부

“뒤처지지 마, 이것도 못 참으면 다른 것도 못 참는 거야.” 이렇게 상대에게 불안만 안기는 조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힘을 불어넣는 기적의 한마디가 있다.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 끝까지 응원해 줄게.” 이용현 신부(베드로·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주임)가 최근 펴낸 에세이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를 꿰뚫는 말이다. 이 신부는 이를 “상대가 아파한다는 사실부터 그대로 인정해 주며,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온전하게 지지·공감하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삶과 맞닿은 복음 묵상으로 인기를 끌어온 「맛있는 복음밥」 시리즈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복음밥 신부의_마음곳간)으로도 삶과 신앙 이야기를 나눠온 그답게, 에세이 대목마다 깊은 이해심이 녹아들었다. “우리는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곤 한다. … 지난 나의 모습에 비추어보며 ‘참으면 돼’라는 아주 단순한 정답을 내던진다. … 하지만 그 참는 시간 동안 마음이 병들어가고, 그것이 이어져 몸까지 병들기에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들을 때 나만의 정답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내’ 정답이지 ‘그 사람’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76쪽) 기다려주지 않고 결과만을 요구하는 시대, “각자의 속도로 가도 괜찮다”는 이 신부의 위로는 그가 어머니 임주빈(안나) 씨로부터 받아왔던 위로이기도 하다. “안 되면 될 때까지”라며 압박감을 주는 말뿐이던 이들과 달리, 어머니는 “지금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릴 거야, 다른 방향으로 해보면 돼”라며 아들을 품었다. 재수생 시절에도,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만 커지던 신학생 시절 성소에 대한 회의감을 용기 내어 털어놓았을 때도. 진짜 위로는 미사여구보다 누군가의 숨결과 눈물에서만 나온다. 이 신부의 에세이도 그의 삶 속 구체적 현실과 맞닿은 내용들로 독자들을 웃게, 때론 울게 한다. 사과가 맛있어도 먹고 싶을 때 깎아 먹어야 맛있었다는 어린 시절 추억, 뜻밖의 타이어 공기압 문제처럼 일상적 일화에서 길어 올린 인간관계, 화해, 기다림 등 깊이감 있는 단상, 우울과 외로움에 압도됐던 해외 유학 시절 배운 인간을 향한 온전한 공감에 대한 통찰…. 소소함과 묵직함을 오가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막연한 낙관주의보다 몇 배는 따뜻하게 다가온다. 에세이 속 활자는 13포인트 크기로 돋보기 없이 보기 좋고, 사이즈도 다이어리 정도로 아담해 상쾌한 속도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도 있다. “저만의 속도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됐어요. 삶의 큰 짐과 압박을 느끼는 분들께, 제 책이 큰 힘이 되리라고 믿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모두를 위로하고자 2021년부터 꾸준히 써 온 에세이는, 최근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로하고픈 마음을 통해 완성됐다. “어머니의 암 치료 과정을 동반하며, 암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는 이 신부는 에세이 판매 수익금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마뗄암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발행일 2026-03-29 제348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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