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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인혁당 사건’ 51년 만에 추모사 발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4월 9일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51년 만에 추모사를 발표, 교회가 “함께해야 할 고통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조 대주교의 추모사는 경북 칠곡 현대공원 열사묘역에서 열린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중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관홍(바오로) 신부의 대독으로 발표됐다. 추모사에서 조 대주교는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 생을 마감하신 그분들의 죽음은 단지 한 사건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깊이 새겨 놓았다”며 “우리는 이 일을 통해 ‘증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고 밝혔다. 거짓과 침묵이 진실을 가릴 때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것이 바로 ‘증거’라고 말한 조 대주교는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지켜온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 속에 기도가 있었고, 증거가 있었음을 저는 알고 있다”며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유가족과 증거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우리의 기도와 말이 여전히 부족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침묵이 아니라 기억으로, 외면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것으로 그 증거를 이어가겠다”며 “증거의 삶이 우리 교회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한번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유신 반대 투쟁을 벌였던 청년들을 “국가 전복을 꾀했다”며 조작하고, 이듬해 4월 이들 중 8명을 형확정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한 일을 말한다. 특히 희생자 중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법원은 사건 발생 32년만인 2007년 재심을 통해 사형 집행된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한 것과 별개로 대구대교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추모사를 한 것은 51년 만에 처음이다. 다음은 추모사 전문.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추모사 오늘 저는 4·9통일열사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한때의 기억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도 조용히 이어져야 할 우리의 기도입니다. 유신의 어두운 시간 속에서,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 생을 마감하신 그분들의 죽음은 단지 한 사건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깊이 새겨 놓았습니다. 세상은 이 일을 두고 법과 정의를 말하고, 인권을 논하며, 권력의 정당함을 묻습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교회는 이 기억 앞에 조금 더 근본적이고, 조금 더 무거운 질문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이 일을 통해 ‘증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습니다. 거짓이 진실의 자리를 대신할 때, 침묵이 진실을 가리는 방식이 될 때, 그 앞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증거입니다. 2007년, 우리 법원은 오랫동안 유죄로 묶여 있던 이름들을 풀어주었습니다. 그 판결의 문장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증거와 외침, 그리고 말해지지 못한 시간들이 함께 놓여 있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견디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붙들고 살아낸 이들의 증거가 마침내 하나의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오늘, 그 증거의 시간을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 교회 또한 이 세상 안에서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때로, 증거해야 할 자리에서 충분히 말하지 못했고, 함께해야 할 고통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습니다. 그 부족함을 오늘 이 자리에서 돌아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지켜온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 속에 기도가 있었고, 증거가 있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자리에서 이어진 그 기도와 증거가 인혁당의 기억을 오늘까지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유가족과 증거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우리의 기도와 말이 여전히 부족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와 우리 교구는 다시 다짐합니다.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침묵이 아니라 기억으로, 외면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것으로 그 증거를 이어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러한 증거의 삶이 우리 교회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한번 기억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속에서 이어져 온 여러분들의 증거 위에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별히 희생자 유가족분들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9일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입력일 2026-04-10

대구대교구 구미 구평본당 “부활 맞은 우리 본당 예쁘게 꾸며요”

대구대교구 구미 구평본당(주임 곽재진 베드로 신부)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쁘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4월 5일 ‘부활 본당 꾸미기’ 시간을 보냈다. 이날 신자들의 정성과 신앙이 담긴 다양한 부활 관련 작품들이 성당 곳곳에 전시됐다. 또 성당 마당에 예수님의 ‘빈 무덤’을 재해석한 작품을 정성껏 꾸몄다. 본당은 출품작 가운데 우수 작품을 선정해 ‘라우다따상’, ‘친교상’, ‘피조물상’, ‘구상나무상’ 등으로 시상했다. 작품들은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전시한다. 부활 본당 꾸미기 행사는 “나 자신과 이웃, 환경 나아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는 곽재진 신부의 사목지침에 의해 마련됐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느님과의 관계를 삶 속에서 깊이 체험하고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나누는 실천의 장으로 의미를 더한다. 본당은 또 이번 부활 대축일에 어르신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짧은 성경쓰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울러 신자들은 정해진 나비 문양을 각각 장식해 파스카 성야 미사 때 참례하는 ‘부활 플래시몹’에 참여했다. ※ 대구대교구 구미 구평본당 다음 카페 https://cafe.daum.net/gupyung1004

입력일 2026-04-07

[인터뷰] 미군부대 채플 반주자 이보희 씨

경북 왜관의 주한 미군 부대 ‘캠프 캐롤’에서 10년째 채플(chapel·경당) 반주를 맡고 있는 이보희(엘리사벳·대구대교구 왜관 석전본당) 씨. 가톨릭 미사와 개신교 예배가 모두 이뤄지는 이곳에서 이 씨는 공동체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사랑을 세상 밖 봉사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씨가 미군 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본당 신자의 소개로 시작한 이 씨의 반주 활동은 주일 오전 개신교 예배, 오후 가톨릭 미사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곳 공동체에는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 문화가 없어요. 처음 온 낯선 이가 있으면 누구나 먼저 다가가 환대하고, 조금의 불편함 없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도록 따뜻한 온기를 심어주죠. 전례 중에 아이가 울거나 어르신이 기침해도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아요. 오히려 신부님께서 아이를 전례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귀하게 대접하죠. 그 관대한 모습에 신자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다양한 인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목 현장이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에 있는 만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 봉사자도 있다. 이 씨는 이곳에서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고. 새 부임지로 이동하는 이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반주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제가 이 공동체에서 위로받고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물이 스며들 듯 공동체의 따뜻함이 제 안에 들어와 저를 더 열린 마음으로 변화시켰죠.” 그의 내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외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5년 전부터 그는 독거노인 빨래 봉사와 무료급식소 봉사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21명의 청년과 함께 봉사단체 ‘청온’을 조직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복지관 청소부터 오지마을 이미용 봉사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 씨는 비록 종교는 없어도 봉사활동을 통해 복음적인 삶을 실천하는 동료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표현했다. 예수회 카를 라너(Karl Rahner·1904~1984) 신부가 처음 언급한 개념인 ‘익명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양심에 따르는 복음적인 삶을 사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저는 말로 하는 선교가 아닌, 삶으로 전하는 선교를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성당 가자’고 권하기보다는 봉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다음 일은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신다고 믿습니다.”

발행일 2026-04-05 제3485호 25면

“꽃 같은 우리, 꽃 피우다”…대구청소년창의센터 꿈&꿈, 청소년 체험활동 펼쳐

대구청소년창의센터 꿈&꿈이 4월 2일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 프로그램 ‘꽃 같은 우리, 꽃 피우다’를 운영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플로리스트 직업을 소개하고, 꽃을 활용한 체험활동을 통해 창의적 표현과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에 대해 이해하고, 꽃의 특성과 관리 방법에 대해 배웠다. 이론 교육이 끝난 뒤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꽃을 다듬고 꽃바구니를 제작하는 체험활동이 이어졌다. 참여 청소년들은 정성껏 작품을 제작하고, 서로의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등 소통 시간을 가졌다. 김민준(가명) 군은 “꽃을 직접 다듬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새로운 직업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는 청소년이 안전하고 체계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균형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국가 인증 기준에 따라 운영됐다. 대구대교구 김태완(안드레아) 신부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대구청소년창의센터 꿈&꿈은 대구광역시가 설립하고 (재)대구가톨릭청소년회가 수탁 운영하는 청소년특화시설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취·창업 기회를 모색하며 ▲꿈꿈학교 ▲인턴십 ▲로드스콜라(진로캠프) ▲일일직업체험 ▲학업중단숙려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입력일 2026-04-03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청년 중심 복지 실천 운동 ‘영카리타스’ 출범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가 3월 28일 대구 남산동 꾸르실료교육관에서 ‘영카리타스(Young Caritas)’ 발대식을 개최하며 청년 중심 복지 실천 운동의 출범을 알렸다. 영카리타스는 대구대교구 내 복지시설과 기관에서 활동하는 청년 종사자 48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 운동이다. 기존의 봉사활동 참여 방식을 넘어,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가운데, 청년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단순한 참여를 넘어 ‘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영카리타스는 정기적인 봉사활동과 사각지대 지원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 나눔의 선순환을 확산시키고, 청년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이동식 급식 봉사인 ‘카리타스 밥차’ 운영 ▲수해·폭염·한파 등 기후 재난 시 취약계층 긴급 지원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주도 공익 캠페인 등 생활 밀착형 실천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쳐나가게 된다. 활동 기획부터 실행·평가까지 전 과정을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며 사회복지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복지 실천 모델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영카리타스를 이끌어갈 단장으로는 조우철 사회복지사(발렌티노·경산시어르신종합복지관)가 선출됐다. 조 단장은 “영카리타스는 누군가를 돕는 활동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심에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입력일 2026-03-30

대구가톨릭대, 제8회 정행돈 장학금 수여… 63명에게 각 100만 원 전달

대구가톨릭대학교는 3월 24일 ‘제8회 애국지사 정행돈 장학금 수여식’을 열고 장학생 63명에게 각각 100만 원의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애국지사 정행돈 장학금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고(故) 정행돈 선생(미카엘·1912~2003)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구가톨릭대와 정행돈 선생의 후손인 정은규 몬시뇰(시몬·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정신규(아우구스티노)·정오규(예로니모)·정완규(바울라) 선생이 뜻을 모아 조성했다. 정 몬시뇰은 2004년 시몬장학회를 설립해 2005년부터 2025년까지 대구가톨릭대 학생 61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으며, 올해 2학기에도 시몬장학금 장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는 정행돈 선생의 부인 고(故) 최재경 여사(바르바라·1912~1999)를 기리는 장학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정행돈 선생은 고교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농촌계몽과 한글 강습 등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힘썼다. 광복 후에는 순심교육재단 설립 당시 토지를 기부했고, 순심고등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을 맡는 등 교육 사업에도 헌신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대구가톨릭대 성한기(요셉) 총장은 “정행돈 선생의 애국‧교육 정신과 후손들의 나눔이 학생들의 배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장학금은 더욱 뜻깊다”며 “학생들이 그 뜻을 마음에 새기고 학업에 더욱 정진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입력일 2026-03-27

하삼두 화백, 스위스 수도원서 개인전 ‘창조주의 섭리’ 열어

한국 전통 수묵화와 문인화 기법의 ‘명상 그림’으로 영성을 심화해 온 하삼두 화백(스테파노·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외래교수)이 스위스 성 베네딕도회 마리아슈타인 수도원 인근 쿤스트라움라인(Kunst Raum Rhein) 갤러리에서 3월 21일부터 개인전 ‘창조주의 섭리(Die Vorsehung des Schöpfers)’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한국을 찾은 스위스 기획자들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등 방문 일정에서 하삼두 화백을 알게 된 인연으로 성사됐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열린다. 하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자아를 비우는 ‘몰자아(沒自我)’와 자연 상생의 철학을 담은 명상 그림 32점을 선보인다. 작품 속에 두드러지는 ‘여백’으로 수묵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생략된 공간이 주는 연장감을 주고, 감상자가 스스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영적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안아주는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하 화백은 이를 통해 ‘치유와 연대’라는 보편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국화의 아름다움과 영적 공감대를 나눌 예정이다. 3월 21일 오후 4시 열린 개막식에는 마리아슈타인 수도원 루드비히 지글러(Ludwig Rudolf Ziegerer) 아빠스와 수도자들, 현지인과 교포 관람객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또 마리아슈타인 수도원이 돌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도 함께했다. 이튿날인 22일에는 스위스 현지인과 함께하는 ‘문화 대화’ 시간이 열렸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와 지글러 아빠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언론인 박후남(젤만) 박사 등이 대담자로 나선 문화 대화에서는 ‘자연합일’의 동양 미학과 그리스도교 비움의 영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또 자연에 대한 사랑과 최첨단 기술 문명의 도전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스위스와 한국이 지닌 사회적 문제점과 긴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전시 수익금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는 목적으로 마리아슈타인 수도원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입력일 2026-03-23

[인터뷰] 레지오 주회합 50년 개근한 현순연 씨

1976년 대구대교구 노원본당(주임 김두찬 요한 신부) 설립과 함께 창단해 올해 50주년을 맞은 레지오 마리애 ‘결백하신 어머니’ 쁘레시디움이 최근 2500차 주회합을 개최했다. 이에 더해 쁘레시디움의 맏언니 단원인 현순연(소화 데레사·87) 씨가 ‘2500차 개근’이라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로 그 뜻을 다 답하겠습니까. 지금도 성모님의 군대로 성모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최선을 다해 회합에 참석하려고 노력합니다.” 현 씨도 삶에 여러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현 씨는 남편이 큰 수술을 앞두고 입원해 있을 때도, 자신이 심하게 아플 때조차 회합을 빠지지 않았다.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려면 순명은 당연한 자세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죽기 전에 참석하는 마지막 회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출석했습니다.” 현 씨는 1974년 대구대교구 고성본당에서 처음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시작해, 사실상 52년 동안 회합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그는 “당시 본당 신부님께서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아끼지 말고 봉사하자’라고 하시는 말씀에 큰 감명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활동하면서 기도 가운데 자신만의 특별한 은총을 경험한 뒤부터 기도와 봉사에 온전히 삶을 바쳐왔다. “집에만 계신다는 어느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집 앞에서 문을 열기도 전에 악취가 진동했어요. 동행한 다른 단원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죠. 저도 두려웠지만 ‘망설이는 내 모습을 예수님께서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예수님의 도구가 되겠다’고 결심한 현 씨는 무작정 삽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오물로 가득한 방을 치우고, 누워있던 어르신을 일으켜 세워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뒤에도 그의 열정적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몇 년 전에도 임종세례를 원하는 환자를 돕고, 그의 장례까지 힘을 보탠 일이 있었다. 어떤 인연도 없이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라는 사명 하나로 노구를 이끌고 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현 씨에게 유가족은 감동했고, 그중 5명이 세례를 받고 신앙의 길로 들어섰다. 현 씨는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점점 위축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5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단원들에게 ‘간절함’이 사라졌다고 현 씨는 밝혔다. “예전에는 레지오 단원이라고 하면 집안일도 뒤로 미루고 순명했습니다. 지금은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성모님의 높은 믿음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내가 예수님의 도구가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때는 성모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저 그 길을 따라갔을 뿐입니다.”

발행일 2026-03-22 제3483호 21면

대구대교구 제10회 여성의 날 행사 개최

대구대교구는 3월 16일 주교좌범어대성당 대성전에서 ‘함께 걷는 용기, 믿음으로 꽃피는 희망’을 주제로 ‘제10회 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교구 내 여성 신자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 기념미사와 사제밴드 ‘미노기’의 공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장명숙(안젤라 메리치) 씨 강연 등으로 진행됐다. 교구 문화홍보국장 박병규(요한 보스코) 신부와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장명숙 씨는 “60세 이후부터는 ‘내일 아침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아끼던 물건을 정리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면서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존재 중심에 살아계신 하느님, 숨과 숨 사이에 계신 분을 저는 언제나 숨 쉬듯이 만난다(기도한다)”며 “단순하고 가벼운 삶 속에서 하느님의 자리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 결과 건강을 되찾은 경험을 전하고, 이후부터 소외된 이웃들과 만나 나누는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장 씨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억지로 빨리 일어나려 하지 말고, 앉은 채로 기도하면 된다”면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을 제안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기념미사 강론에서 구약성경 「룻기」의 룻과 시어머니 나오미의 관계를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소개하며, 신자 여성들이 그들을 모범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 이어지고 있는 분쟁과 갈등을 안타까워하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데 여성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3-22 제3483호 2면

대구대교구 원평본당, 자살예방 시화전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열어

삶의 희망을 찾는 이들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시가 그림과 함께 공개된다. 대구대교구 구미 원평본당(주임 이성억 타대오 신부)은 3월 21·22일과 24일 3일간 자살예방 시화 전시회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를 연다. 구미 미래로병원 환자들의 시 가운데 31편을 천연염색 명인인 상정 신계남(알비나) 선생이 직접 시화 작품으로 제작해 전시한다. 전시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7시30분에는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초청 강연이 마련된다. 공개되는 시들은 삶의 벼랑 끝에 선 경험을 했던 미래로병원 환자들이 써 내려간 글들로, 이들을 상담했던 이춘자 수녀(아녜스·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가 모아 정리한 작품들이다. 이 수녀는 모은 시들을 류동근 병원장과 함께 2023년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라는 제목의 시화집으로 펴낸 바 있다. 당시 류동근 병원장과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가 책 제작비용을 보탰고, 김경우(베드로) 작가는 삽화를 그려 후원했다. 고(故) 두봉(레나도) 주교와 정호승 시인, 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차바우나(바오로) 신부 등이 격려글을 보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발간 직후 시화집은 전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비매품임에도 개정판과 개정증보판이 잇달아 나올 수 있었다. 미래로병원 장기환자인 장미숙 씨는 이에 힘입어 2025년 시집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를 발표했다. 황종열(레오)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아파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그분들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며 자신의 강의에 책 내용을 활용하기도 했다.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개정증보판은 미래로병원 홈페이지(http://gumipsy.com/) 커뮤니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발행일 2026-03-15 제348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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