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우스 미술관, ‘기후 위기의 경계 1.5℃’전

“우리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행동하는 것이다.”(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경기도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관장 구정순 아우구스티나)이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10인의 작가가 ‘기후 위기의 경계 1.5℃’전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예술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지구 생태계의 현주소를 알리고, 더 나아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표현했다. 김선우 작가는 멸종된 도도새를, 변대용 작가는 서식지를 잃어 가는 북극곰을, 김시하 작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의 흔적 등을 담아냈다.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 멸종된 생명체와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 해양 쓰레기로부터 태어난 괴생명체 등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으로 인해 생겨 난 자연의 변화를 직시하도록 한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은 연계 프로그램으로 특별 강연이 열린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현대 미술과 환경 문제의 접점을 소개하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 위기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 방안을 강의한다. 이어 권춘희 조경 전문가는 자연과 인간, 공간의 관계를 조경학 관점에서 풀어낸다. 김지운 학예연구원은 “기후 위기는 현재 우리의 삶에 깊이 침투해 있다”며 “이번 전시는 예술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보고서이자,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4면

9~18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시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의 특별전과 이도경·최민정 작가의 개인전이 5월 9~18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진슬기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에서 열린다.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회장 박정석 미카엘, 담당 정순오 미카엘 신부)는 제2전시실에서 ‘빛의 십자가’를 주제로 <그리스도와의 참 만남>, <길>, <기적> 등 45점을 전시한다. 회원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각자의 묵상과 신앙고백을 담아냈다. 박정석 회장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찬란한 빛은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에게 구원의 빛을 주신 주님의 십자가와 많이 닮았다”면서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빛이신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도경(젬마) 작가는 제1전시실에서 ‘그리움 거름되어’전을 연다. 행복했던 유년 시절 속의 엄마와 성당 사람들 등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반으로 가른 수녀님>, <보이는 기도>, <절대지존님> 등 13점의 점토 공예를 선보인다. 최민정(로사) 작가는 제3전시실에서 이콘전 ‘Lux, Icon’을 마련한다. 라틴어 빛(Lux)과 이콘을 결합한 의미로, 하느님의 거룩한 빛을 향해 나아가는 내면의 여정을 담아냈다. <성모영면>, <저승에 내려가심> 등 총 27점의 작품을 내보인 최 작가는 “이콘 앞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이 기도의 시작이자 영혼의 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4면

“좋은 그림이 주는 위로, 한 사람의 버팀목 될 수 있죠”

“좋은 미술 작품은 좋은 친구와 같다고 생각해요. 같은 작품이라도 하루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보여요. 작품을 바라보며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기쁨도, 위안도 얻을 수 있죠.” 예술전문기업 (주)헬리오컴퍼니 한혜욱 대표(헬레나·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는 미술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프랑스 파리 보자르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팡테옹 소르본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시간은 그를 자연히 전시 기획자의 길로 이끌었다. “파리에서 매일 같이 미술관과 성당을 오가며 몇 시간씩 그림을 구경했어요. 오후에는 거리와 공원을 다니며 사람들을 지켜봤죠. 당시 교수님께서 ‘그림을 그리려면 사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이방인으로서 외로운 날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한 발 떨어져 예술과 사람,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쌓인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파리에서 돌아온 한 대표는 약 20년 동안 크고 작은 전시회를 통해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어떤 그림을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렘브란트가 어둠에서 빛을 찾아 대상에 내재된 본질을 포착했고 뭉크가 자신의 고통을 대표작 <절규>로 승화해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그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이란 관객의 내면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캔버스에 까만 칠만 한 그림에서 감동을 얻기도 한다. 때문에 한 대표는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 그의 작품을 오래 걸어 두고 지켜본다. 한두 달의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은 작품일 때 전시를 결정한다고. 긴 고민 끝에 탄생한 전시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림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스한 위안으로 가닿는 순간을 지켜볼 때 어떤 작품을 전시하느냐가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작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항상 관심을 갖고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 대표는 내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기획 전시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찾고, 그림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하나다. 하나의 좋은 그림이 한 사람의 버팀목이 된다는 믿음을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은 것. “매일 같은 업무를 반복하듯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기쁨은 사라지곤 해요. 그럴 때면 컴퓨터 앞에 앉아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한 장씩 감상해요. 스트레스는 금세 사라지고 편안해져요. 지금은 미술관이 연인들의 흔한 데이트코스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직까지 미술관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미술은 전 세계 공통 언어라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전시 문화를 위해 새롭고 좋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어요.”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4면

[이준형의 클래식순례] 모차르트 <미사 C단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에 전 세계가 슬퍼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인간을 향한 연민과 사랑을 품은 분이었고, 음악과 문학, 영화 등 예술을 깊이 이해한 분이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삶의 진실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말씀하기도 했지요. 클래식 음악을 향한 그분의 사랑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교황님의 어머니는 토요일 오후 2시면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오페라 공연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예로 들면서 희망에 관해 말씀한 적이 있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로마에는 추기경 시절부터 자주 방문한 단골 음반점도 있는데, 교황이 되신 후에도 한 번 들러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이 가장 좋아한 작곡가는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바그너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를 가장 사랑했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를 가리켜 듣는 이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음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2014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 이스라엘 출신 소프라노 가수 첸 라이스를 초청해서 C단조 미사의 신앙 고백 중 ‘성령으로 인하여(Et incarnatus est)’를 부르도록 했습니다. 라이스는 며칠 전 SNS에 교황님의 선종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는데, 연주 후 교황님이 보낸 편지가 마치 지휘자가 쓴 것처럼 전문적인 내용으로 음악을 논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흔히 ‘대미사’로 불리는 미사 C단조는 모차르트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 콘스탄체의 건강한 출산을 빌고, 또 자기 뜻대로 고향을 떠나고 결혼하면서 생긴 아버지와의 앙금을 털고 가족과 화해하려는 뜻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1783년에 결혼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향 잘츠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성 베드로 수도원에서 초연했는데, 콘스탄체가 독창 소프라노를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음악적으로는 빈으로 이주한 뒤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 특히 바흐와 헨델에게서 받은 영향과 영감을 담은 작품입니다. 바흐와 헨델 음악을 연구하면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음악에 바로크적이고 대위법적인 음악 언어를 결합했고, 그 결과 단순한 인용이나 표현의 확장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가령 미사곡에서 폴리포니적이면서 중음역에서 중후한 음향을 내는 합창 파트는 명백히 헨델을 가리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미완성으로 그치기는 했지만, C단조 미사는 어린 시절 잘츠부르크에서 쓴 이탈리아풍의 교회 음악과 생애 마지막 해에 나온 레퀴엠과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이어주는 가교라고 할 수 있고, 더 넓게 보면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이어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4면

푸르른 5월, 신자 음악인들 연주회 가볼까요

만물이 생장하는 5월,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수놓는 가톨릭신자 연주자들의 활동도 어느 때보다 활발히 펼쳐진다. 클래식과 팝 등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다니엘)는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5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조윤성트리오, 가수 김태우가 함께 오른다. 제랄드 마크스·세이무어 시몬스의 <나의 모든 것>, 스팅의 <뉴욕의 영국인> 등 전통적인 재즈 넘버를 선보이며, 이번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린뿐 아니라 직접 보컬리스트로 변신해 자유롭고 신나는 재즈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율리안나)은 5월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모차르트&슈베르트 전곡 시리즈’를 개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이진상(안토니오)이 피아노를 맡는다. 두 연주자는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등 네 곡을 연주해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변화와 색채를 선보인다. 올해로 첼로 인생 50년을 맞은 첼리스트 양성원(요셉)은 5월 2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 중인 지휘자 윌슨 응,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1부에서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고, 2부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번 공연은 한 번에 연주하기 어려운 대곡 세 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50년간 걸어 온 음악 여정을 기념하는 무대로, 양성원은 깊이 있는 첼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4면

삶에 대한 사유의 기록…하삼두 화백 ‘옵스꿀따’展

여백의 미학이 돋보이는 명상그림으로 친숙한 하삼두 화백(스테파노·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외래교수)이 쿠바 해외 선교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옵스꿀따’(Obsculta)라는 주제로 경북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내 수도자 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하 화백의 전시는 5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주제 ‘옵스꿀따’는 ‘들어라’라는 뜻으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규칙」 머리말이기도 하다.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로 하루를 여는 하 화백은 거의 매일 작품 활동을 하며 일상과 삶에 대한 사유를 기록해왔다. 신앙으로 열고 신앙으로 만든 작품은 색다른 묵상의 기회를 선사한다. 왜관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옵스꿀따’라는 제목은 베네딕토 성인의 영성과 하느님 사랑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신앙 고백을 드러낸다”며 “관람하는 이들에게도 믿음의 울림을 전해 준다”고 말했다. 전시 수익금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진출해 있는 쿠바의 성 베네딕도회 주님공현수도원(원장 장경욱 아론 신부)의 건축과 선교사업 기금으로 쓰인다. 컨테이너에 양철지붕을 얹어 살면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주님공현수도원은 가끔 청원자들이 찾아오더라도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곤 한다. 수도원 건물이 완공되면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쿠바에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지만, 건축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시 문의 : 054-971-0722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자 쉼터 ※후원 문의 : 054-970-2203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선교총무국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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