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단, 7일 오전 10시 새 교황 선출 위한 미사 봉헌

[외신종합] 콘클라베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단은 5월 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추기경단은 같은 날 오후 4시30분 바오로경당에서부터 시스티나경당까지 장엄행렬을 할 것이라고 4월 29일 교황청이 밝혔다. 첫 콘클라베는 장엄행렬 이후 곧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간으로 8일 0시 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4월 21일 사도좌 공석이 된 날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135명이다. 이 가운데 추기경 2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게 돼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은 133명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업무상 횡령 혐의로 2023년 바티칸 법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탈리아 출신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4월 29일 “나의 무고함을 확신하지만 콘클라베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추기경 수는 132명으로 줄어들었다. 베추 추기경은 당초 참가 의사를 드러냈지만 교황 선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자 서면 발표를 통해 참가 포기를 선언했다. 4월 29일 열린 추기경단 제6차 전체회의에도 베추 추기경의 콘클라베 불참 사실이 보고됐다. 추기경단은 콘클라베를 앞두고 매일 모임을 갖고 있다. 4월 29일에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4일째 추모미사를 봉헌하며 새 교황의 자격에 대해 묵상했다. 추모미사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진실한 제자의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외우는 신경이나 그들이 알고 있는 신학에 의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에 의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에 참여하는 것은 신앙이나 교리 지식을 말하거나 전례에 참여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형제자매 중 가장 작은 이들의 존재에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관심을 기울일 때에 보장된다”고 밝혔다. 감베티 추기경은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최후에 심판하실 때는 지식이나 지위가 아닌 배고픈 사람, 이방인, 병자 그리고 갇힌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신다”고 강조했다. 감베티 추기경이 다른 추기경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차기 교황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묵상하면서 나온 것이다. 콘클라베에 관한 영구적인 비밀 준수 서약은 투표권을 갖는 추기경들은 물론 콘클라베 진행에 관계하는 교황청 직원들도 하게 된다. 교황청은 4월 29일 발표에서 직원 서약식은 5월 5일 바오로경당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바오로경당은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경당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서약식에는 엘리베이터 작동 관리자, 의사, 운전사, 요리사, 세탁소 직원 등이 참여한다. 콘클라베 기간 중 추기경들이 시스티나경당과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을 오가는 동안 교황청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원들의 보조를 받는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7면

또 다시 검은 연기…콘클라베 2·3차 투표에서도 새 교황 선출 불발

[외신종합] 콘클라베 이틀째인 5월 8일 오전 추기경 133명이 두 차례 투표를 했지만 새 교황 선출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새 교황은 선출되지 않았다. 콘클라베 둘째 날 오전 두 차례 투표가 진행된 후 오전 11시51분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연기는 오전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흰 연기를 기대하며 광장에 모인 1만5000여 군중들은 검은 연기를 보며 실망했지만 이내 교황 선출을 기다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온 카일라와 모하메드 부부는 "역사상 전례 없는 시기에 로마에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로 누구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할 분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베드로의 후계자인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세 번째 투표가 끝난 후, 추기경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8일 오후 4시(한국시간 8일 밤 11시) 시스티나경당으로 돌아와 4차 투표를 할 예정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5년 콘클라베 4차 투표에서 선출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콘클라베 5차 투표에서 선출됐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첫 날인 5월 7일 시스티나 경당 문이 닫힌 후부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없이 외부와 격리됐다. 추기경들은 교황궁내원 전 강론 담당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으로부터 묵상을 듣고 콘클라베 첫 투표를 했다. 그러나 로마 현지 시간 오후 9시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시 약 4만5000명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었다. 콘클라베 역사상 가장 많은 추기경이 투표에 참여하고, 따라서 가장 많은 표가 집계되고 있어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굴뚝 연기는 당초 예상했던 오후 7시보다 두 시간 늦게 피어올랐다. 콘클라베 첫날에는 1차 투표가 이뤄졌고, 8일부터는 매일 최대 네 차례 투표가 이뤄진다. 3일 동안 투표를 진행한 후에도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추기경들은 기도와 격식 없는 토론을 위해 최대 하루 동안 휴식할 수 있다. 바티칸 공보실에 따르면, 4차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될 경우 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9일 0시 30분)에 흰 연기를 볼 수 있다. 만약 4차 투표에서도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5차 투표를 진행하며 그 결과는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새벽 2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력일 2025-05-08

추기경단 첫 콘클라베 투표…교황 선출은 못해

5월 7일 교황청 시스티나 경당에서 첫 콘클라베 투표가 진행됐지만 새 교황은 선출되지 않았다. 성 베드로 광장을 찾은 수많은 신자들은 아쉬움에 탄식했다. 콘클라베에 참여한 133명의 80세 미만 추기경은 이날 오전 10시 새 교황 선출을 청원하는 미사를 봉헌한 후 같은 날 오후 시스티나 경당에서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첫 콘클라베 선거를 진행했다. 선거 결과 누구도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해 새 교황 선출은 실패했다. 선거 결과는 밤 9시(한국시간 8일 새벽 4시) 시스티나 경당 지붕에 설치된 굴뚝의 검은 연기로 확인됐다. 추기경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 교황청 사도궁 바오로 경당에서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묵상을 한 후 성인호칭기도를 올리며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했다. 추기경들은 차례로 나와 ▲만약 자신이 선출되었을 때는 성좌의 자유를 수호할 것 ▲선거의 비밀을 지킬 것 ▲투표에 대해 외부 압력을 받지 않을 것 등을 서약했다. 이어 교황청 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Extra omnes”(외부인은 모두 밖으로)라고 외친 후 추기경단과 자신,교황궁내원 전 강론 담당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90)을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후 시스티나 경당의 문을 닫았다. 이날 첫 투표를 마친 추기경들은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8일 오전과 오후 각 두 차례씩 총 네 번 투표를 한다. 선거에 참가한 추기경 133명의 3분의 2인 89명의 지지를 얻은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다. 시스티나 경당 지붕 굴뚝의 흰 연기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소리로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입력일 2025-05-08

“온 세상과 교회 위한 목자 보내주소서”…서울대교구, 교황 선출 기원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는 5월 7일 오후 6시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교황 선출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단에 지혜와 화합의 은총을, 그리고 온 세상과 교회를 위한 목자를 보내주시기를 청하고자 마련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구요비(욥) 주교, 이경상(바오로) 주교와 사제단을 비롯해 수도자와 평신도 등 500여 명이 새 교황 선출을 염원하며 함께 기도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교황을 의미하는 라틴어 폰티펙스(Pontifex)의 어원은 ‘다리를 건설하는 사람’으로, 교황님은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피조물인 우리 인간을 연결하는 분이시고, 사람과 사람, 인류 공동의 집 지구와 인간을 연결하는 직무를 지닌 분”이라면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신 교황님을 중심으로 세계 교회가 하나돼 하느님께 함께 나아가는 시노드 교회의 모습으로 복음을 전파한다면 세상의 더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의 복음의 기쁨을 맛보고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새 교황 탄생을 향한 기대를 전했다. 또한 “새 교황님의 어깨에 지워질 무거운 십자가에 우리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목자를 기다리며 성령께서 함께하시기를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 교황 선출을 위한 기도 > ○ 오소서 창조주님 성령께서 찾아오사 창조하신 마음속에 천상은총 채우소서. ● 보호자신 성령님은 지존하신 주님선물 사랑의샘 불과사랑 우리영혼 축성기름 ○ 약속되신 성령님은 하느님의 손가락 일곱은혜 베푸시고 말씀능력 채우시네. ● 느낌생각 비추시고 마음속에 사랑부어 나약하온 저희육신 튼튼하게 고치소서. ○ 원수들을 멀리쫓아 참된평화 주옵소서. 성령님의 인도받아 모든해악 피하리다. ◎ 성령님은 아버지와 아드님을 알리시니 아버지와 아드님의 성령님을 믿나이다. ┼ 기도합시다. 주님, 교회를 다스리고 지켜 주시니 주님의 종들에게 지혜와 진리와 평화의 성령을 보내시어 주님의 뜻을 온전히 깨닫고 그 뜻을 온 힘을 다하여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입력일 2025-05-07

추기경단, “인류애 갖춘 새 교황 선출돼야”

[외신종합]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시작을 하루 앞둔 5월 6일 오전 마지막으로 열린 제12차 추기경 전체회의는 새 교황이 갖춰야 할 자질로서 목자, 중재자, 개혁 증진자 등의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130명을 포함해 총 173명의 추기경이 참석해 오전 9시 기도로 모임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 학대 사건에 대한 규율, 경제 현안, 교황청 조직, 시노달리타스, 평화를 위한 노력과 창조질서 보전 등이 논의됐다. 추기경들은 새 교황이 인류애의 지도자, 착한 사마리아인 교회의 얼굴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쟁과 폭력, 심각한 극단화의 시대에 자비와 시노달리타스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교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교회법과 교황의 권한, 추기경들의 역할 구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과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시기적으로 가까운 점, 추기경단의 만남 필요성 등도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이 외에도 제12차 추기경 전체회의에서는 선교사 직무의 동기 부여와 양성, 분쟁 지역,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지역에서 순교자 행적 추모, 긴급한 기후변화 이슈,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 등도 논의됐다. 교황청 마테오 부르니 공보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용하던 어부의 반지가 파쇄됐다는 사실과 추기경 전체회의 중 분쟁 당사국들에게 영구적인 무기사용 중단과 대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호소했다는 것도 설명했다. 제12차 추기경 전체회의는 이날 낮 12시30분에 종료됐으며, 향후 회의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교황청 공보실은 향후 콘클라베 일정도 상세히 밝혔다. 이에 따르면 5월 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7일 오후 5시) 추기경단은 새 교황 선출을 청원하는 미사를 봉헌하며, 이날 오후 3시45분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사도궁으로 이동해 콘클라베에 입장하게 된다. 목요일인 8일 추기경단은 오전 7시45분 성녀 마르타의 집을 나와 사도궁으로 이동한 뒤 오전 8시15분 성 바오로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이후 오전 9시15분 시스티나경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다시 새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 부르니 공보실장은 새 교황 선출을 의미하는 흰 연기는 대략 오전 10시30분 이후에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기경단은 낮 12시30분 점심 식사를 위해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이동하며, 오후 3시45분 사도궁으로 갔다가 오후 4시30분 다시 시스티나경당에서 교황 선출 투표를 하게 된다. 오후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는 경우 흰 연기는 오후 5시30분 이후에 피어오른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후 7시경에 검은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투표 종료 후 추기경들은 시스티나경당에서 저녁기도를 바치고 오후 7시30분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간다.

입력일 2025-05-07

시스티나 경당, 콘클라베 준비 완료

교황청의 시스티나 경당이 제267대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앞두고 추기경 선거인단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교황청 공보실은 콘클라베 개막을 앞두고 5월 3일 시스티나 경당의 내부 준비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콘클라베는 5월 7일 시작된다. 현지 시각 5월 2일에는 교황청 소방대가 시스티나 경당 지붕 위에서 굴뚝을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굴뚝에서는 교황 선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게 되며, 이는 최소 89명의 추기경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교황이 추기경단의 투표로 결정됐을 경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 전 세계에 새 교황 선출을 알리게 된다. 콘클라베는 5월 7일 오전 10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작된다.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를 통해 성령의 인도를 기원하며 교황 선출을 위한 여정에 나선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추기경들은 파올리나 경당에 모여 성인 호칭기도(Litany of the Saints)를 바친 뒤 시스티나 경당으로 엄숙히 행진한다. 행렬 후에는 모든 추기경이 ‘보편 교회의 목자로서 베드로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이 선서는 선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다는 다짐과 외부의 간섭을 거부하겠다는 서약도 포함된다. 이어 교황청 전례 담당 책임자는 콘클라베와 무관한 모든 사람에게 시스티나 성당을 떠날 것을 명령한다. 그 다음으로 교황궁내원 강론 담당이었던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90)이 추기경들에게 두 번째 묵상을 전한다. 이때 전례 담당 책임자가 함께 한다. 묵상이 끝나면, 칸탈라메사 추기경과 전례 담당 책임자가 시스티나 성당을 떠나고, 곧바로 첫 번째 투표가 시작된다. 한국시간으로는 8일 0시 이후에 첫 투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콘클라베는 매일 아침과 오후 두 차례씩, 하루 총 네 번의 투표를 이어간다. 모든 투표용지는 소각되며, 이때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통해 전 세계가 새 교황 선출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입력일 2025-05-05

‘콘클라베(Conclave)' 어떻게 진행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함에 따라 사도좌 공석(Sede vacante)이 된 교회는 추기경단의 주도 아래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황 선거 ‘콘클라베’는 어떻게 진행될까? ■ 추기경 선거인단 오늘날 콘클라베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6년 반포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라 이뤄진다. 교황령에 따르면 사도좌 공석이 된 시점에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전통적으로 교황 선출권 보유 추기경 수는 120명 이하로 제한돼 임명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80세 미만 추기경을 이 제한보다 더 임명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4월 21일 기준으로 135명의 추기경이 교황 선출권을 지니게 됐다. 135명의 추기경을 서임한 교황별로 살펴보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5명, 베네딕토 16세가 22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108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53명, 아시아가 23명, 북아메리카가 20명, 남아메리카가 18명, 아프리카가 18명, 오세아니아가 3명이다. 현재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전원이 참석하게 되면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한 콘클라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과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된 2005년 콘클라베에서는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이 115명이었고,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1978년 콘클라베에는 111명이 참석했다. 교황 선출권 지닌 추기경 현재 135명 교황청 공식 발표, 5월 7일 콘클라베 시작 5월 중순 새 교황 맞이할 듯 ■ 콘클라베 진행 과정 콘클라베가 개최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교황궁의 바오로 경당에 모여, ‘오소서, 성령님’(Veni Creator) 성가를 부르며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행렬을 지어 시스티나 경당으로 간다. 시스티나 경당에 도착하면 추기경들은 한 명씩 복음서에 손을 얹고 서약문에 따라 맹세한다. 마지막 추기경의 맹세가 끝나고 외부인이 모두 퇴장하고 나면 새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 시스티나 경당은 봉쇄된다. 투표는 ‘나는 교황으로 뽑는다’라는 문구가 쓰인 투표용지 하단에 피선자의 이름을 작성해 반으로 접어 집표함에 넣는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진다. 콘클라베의 비밀누설에는 파문 제재가 따를 정도로 엄격하게 비밀이 지켜진다. 추기경들은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선거합니다”라고 말하며 집표함 뚜껑 위에 투표용지를 올리고 뚜껑을 뒤집어 투표용지를 집표함에 넣는다. 선거인 추기경단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사람이 교황으로 선출된다. 만약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사람이 없으면 다시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투표를 마친 후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그 연기를 통해 외부에 결과를 알린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으면 검은 연기를, 교황이 선출됐으면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그래서 신자들은 시스티나 경당 굴뚝이 보이는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여 선한 목자의 탄생을 기도하며 흰 연기가 피워 오르길 고대한다. 콘클라베는 첫 날 한 차례 투표를 진행하고 다음 날부터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총 네 번까지 투표를 실시한다. 만약 이렇게 사흘 동안 투표가 이뤄졌는데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추기경들은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일곱 번의 투표 후에도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다시 하루 중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투표 끝에 교황이 뽑히면 선임 추기경이 피선자에게 교황직 수락 동의를 구하고, 피선자가 동의하면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콘클라베가 종료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새 교황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새 교황과 교황명을 발표하고 새 교황이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 ■ 언제 새 교황을 만날 수 있을까? 교황령 「주님의 양 떼」는 사도좌 공석이 된 순간부터 만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황청은 4월 28일 열린 추기경단 총회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5월 7일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콘클라베 기간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길어도 5일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시에는 각각 5차, 4차에 걸친 투표로 이틀 만에 교황이 선출됐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경우 8차 투표로 콘클라베 기간이 사흘이었다. 20세기 이후 가장 길었던 콘클라베는 비오 11세 교황을 선출했을 때다. 1922년 열린 이 콘클라베는 5일에 걸쳐 14번의 투표 끝에 교황을 선출했다. 5월 7일 콘클라베가 시작되고 5일 이내에 투표가 마무리 되는 경향을 생각하면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새 교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콘클라베는 콘클라베(Conclave)는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 ‘쿰 클라비스’(Cum Clavis)에서 온 말이다. 초창기 로마의 주교, 즉 교황은 지역 성직자와 신자들의 선거로 뽑혔다. 그러나 교황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보편 교회의 수장으로서 영향력이 커지자 교황 선출에 황제나 왕, 귀족들의 간섭이 커졌다. 이에 1059년 니콜라오 2세 교황은 선거권을 추기경들에게 국한시켰고, 1179년 제3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 3분의 2 다수결 선출 방식이 결정됐다. 그러나 다수결 선출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1268년 비테르보에서 열린 교황선거는 1271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긴 선거에 지친 비테르보 시당국과 시민들은 성당 문을 잠그고 빵과 물만 제공하며 빠른 결정을 촉구했고, 결국 2년 9개월 2일만에 교황이 선출됐다. 바로 첫 콘클라베다. 첫 콘클라베로 선출된 복자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은 1274년 콘클라베를 제도화했다. 이후 세부적인 규칙은 수정·보완돼왔지만, 추기경단이 문이 잠긴 성당에서 3분의 2 다수결로 교황을 선출하는 형태의 콘클라베는 계속 이어오고 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9면

차기 교황 선출 앞두고…추기경단 “성령의 뜻 따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콘클라베를 앞둔 추기경단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추기경들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교회의 미래를 이끌 새 교황을 선출하는 데 있어 신자들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4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추기경단은 교황 선출을 위한 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이 교회적 순간을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는 은총과 영적 식별의 시간으로 살아가길 초대한다”고 밝혔다. 추기경단은 “베드로의 후계자를 선출하는 중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는 추기경들은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모든 신자들의 기도에 의지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며 “기도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모든 지체들의 일치를 이끄는 진정한 힘”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대적으로 막중한 과제에 직면한 지금, 무엇보다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무한한 지혜와 섭리에 겸손히 자신을 맡기고 성령의 작용에 순종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기경단은 성령을 “하느님 백성의 삶을 이끄는 주인공”이라고 정의하며, 교회는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추기경들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어머니다운 전구로 우리의 기도를 동반해 주시길 기원한다”며 신자들의 지속적인 기도를 당부했다. 추기경단은 5월 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 바오로 경당에서부터 시스티나 경당까지 장엄행렬을 할 예정이다. 첫 콘클라베는 장엄행렬 이후 추기경단이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한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입력일 2025-05-02

콘클라베, 누가 참가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5월 7일 시작된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71개 나라 출신의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참가하게 된다. 135명 중 3/4가 넘는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22명,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5명이다. 유럽 중심성 탈피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의 재임 기간 추기경단을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세계적으로 재편했다. 이는 교황 본인의 ‘주변부’ 중심의 사목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자, 미래의 가톨릭교회가 점점 더 비유럽적 얼굴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흐름을 보여준다. 최초로 추기경 선거권자를 배출한 12개국 이번 콘클라베에는 처음으로 자국 출신 추기경 선거권자를 배출한 12개국이 포함된다. 이들은 아이티의 치블리 랑글루아 추기경, 카보베르데의 아를린두 푸르타두 고메스 추기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듀도네 자빨라잉가 추기경, 파푸아뉴기니의 존 리바트 추기경, 말레이시아의 세바스찬 프란시스 추기경, 스웨덴의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 룩셈부르크의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 동티모르의 비르질리오 실바 추기경, 싱가포르의 윌리엄 고 추기경, 파라과이의 아달베르토 마르티네스 플로레스 추기경, 남수단의 스테판 아메유 마르틴 물라 추기경, 세르비아의 라디슬라브 네메트 추기경 등이다. 유럽 출신 추기경 53명 그럼에도 유럽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출신 추기경 선거권자는 53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유럽 이외 지역 교구를 담당하거나 교황청 또는 교황청 대사로 봉직 중이다. 국별로는 이탈리아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프랑스(6명)와 스페인(5명)이 잇고 있다. 미주 37명, 아시아 23명, 아프리카 18명, 오세아니아 4명 미주 지역은 총 37명으로 북미 16명, 중앙아메리카 4명, 남미 17명으로 나뉜다. 아시아는 23명, 아프리카는 18명, 오세아니아는 4명이다. 따라서 유럽이 여전히 단일 대륙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이외 지역의 전체 숫자가 유럽을 능가하게 되었고, 미주 지역의 비중은 특히 더 커졌다. 교황 선출에 있어 지역 구성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교황이라는 직책의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지역 대표성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추기경 선거권자의 연령 추기경단 중 최연소는 우크라이나 태생인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미콜라 비초크 추기경으로 45세이다. 최고령은 스페인의 카를로스 오소로 시에라 추기경으로 79세이다. 1970년대 출생 추기경은 6명으로, 이탈리아의 발다사레 레이나 추기경, 캐나다의 프랭크 레오 추기경,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마크리카스 추기경, 인도의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포르투갈의 아메리쿠 마누엘 아기아르 추기경, 그리고 몽골 울란바토르 교구장으로서 처음으로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이다. 그 외에도 1940년대 출생 추기경이 50명, 1950년대 출생이 47명, 1960년대 출생이 31명이다. 1947년생 추기경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수도회 출신 추기경 33명 선거권자 중 33명은 수도회 출신이다. 살레시오회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으며,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출신이 4명, 예수회 출신 4명,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출신이 3명이다. 그 외에 도미니코회 2명, 구속주회 2명, 거룩한 말씀의 선교회 2명, 그리고 아우구스티노회, 카푸친회, 맨발가르멜회, 시토회, 끌라레띠노회, 비오 10세 재속회, 라자로회, 꼰솔라따 선교회, 성심선교회, 스칼라브리니회, 성령선교회가 각각 1명씩이다. 불참자 2명 135명의 추기경 선거권자 중 건강상의 이유로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확정된 인원이 2명이다. 따라서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은 총 133명이 될 예정이다.

입력일 2025-04-30

[글로벌칼럼] 아시아의 관점이 빠진 영화 <콘클라베>

영화 <콘클라베>는 주연 랄프 파인즈의 훌륭한 연기와 교황청 정치라는 신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흥행을 달리고 있다. 영화는 서스펜스와 경외감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며,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과 이 일의 중대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가 2025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영국 작품상을 포함해 주요 상을 휩쓸고,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것은 놀랍지도 않다. <콘클라베>의 진정한 매력은 교황청의 가장 비밀스러운 의식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이 없는 동안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궁금해했다. 이제 이 영화 덕분에 더 이상 상상할 필요 없이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영화는 가톨릭교회를 묘사한 영화 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교황 선출의 절차와 형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교황 선출이라는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과정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국 소설가 로버스 해리스의 201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랄프 파인즈는 추기경단 단장인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 역을 맡아 정치적 음모와 개인적 야망이 얽힌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인물로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화려한 시스티나 경당과 선거 과정의 엄숙함, 차가운 대리석 내부, 그리고 각 투표가 미치는 심오한 신학적 및 정치적 의미는 영화의 몰입도를 더하게 한다. 랄프 파인즈는 로렌스 추기경을 연기하며 비록 파벌을 지지하지만, 너무 냉담하거나 지나치게 편향되지 않게 선거를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진보적인’ 벨리니 추기경을 교황 후보로 지지하지만, 벨리니 추기경의 무절제한 야망과 도덕적 용기의 결여를 깨닫고 결국 지지를 철회한다. 조연들은 각기 다른 이념적 관점을 잘 표현하여, 콘클라베 내의 내부 갈등에 깊이를 더한다. 각 추기경들은 교회의 미래에 대한 전통주의와 진보적 개혁 사이에서 다양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 역동성은 신앙과 권력, 도덕성의 매혹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며, 관객은 각 투표에서 동맹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 <콘클라베>에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특정 후보들의 묘사는 특히 이탈리아의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의 경우처럼 캐리커처에 가까운 면이 있다.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연기한 테데스코 추기경은 가톨릭교회를 뿌리째 보수로 되돌리려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전통주의자로 묘사된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종종 과도하게 연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그의 연기는 캐릭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전통주의를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으로 그려낸 영화의 대본은 교회의 이념적 분열을 더 균형 있게 탐구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 기회를 놓친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미국 후보인 트렘블레이 추기경은 너무 교활하게 묘사되어 심각한 후보로 보이지 않는다. 한때 유력 후보였던 이 흑인 추기경은 과거의 잘못으로 빠르게 신뢰를 잃는다. 스캔들과 정치적 음모는 이런 이야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특정 이념적 관점을 점차 배제하며 결국 ‘진보적인’ 결과로 이끌려가는 패턴을 따른다. 너무 잘 짜여 있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큰 결점 중 하나는 아시아의 시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아프리카 후보가 잠시 후보로 오르기도 하지만, 선거 과정은 전적으로 서구 후보들 사이에서만 진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시작하며 아시아가 교회의 미래라고 선언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에서 아시아의 중요한 역할을 제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는 교회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콘클라베 과정에서 아시아 추기경의 역할을 제외한 것은 교회 안에서 커져 가는 아시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크게 아쉽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맥을 잇는 겸손하고 개혁적인 교황을 뽑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향후 교회의 방향에 아시아교회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교회의 미래를 다룬 이야기에서 아시아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특히 필리핀, 인도, 한국 등 가톨릭 인구가 많은 나라들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교회의 글로벌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것이며, 서구 중심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전쟁을 겪고 있는 가난한 지역에서 온 고빈 베니테즈 추기경의 등장이다. 이 예기치 않은 후보의 등장으로 콘클라베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의 계시적 순간으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오랫동안 고수해 온 가정들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만약 <콘클라베>가 20년 전 개봉되었다면, 이 전환점과 폭로는 혁신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영화적 및 문화적 환경에서는, 진보적인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가 영향을 미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그다지 강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대신 흔히 접할 수 있는 틀에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다. 글 _ 크리스티안 마르티니 그리말디 UCAN 기자로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교회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 기고하고 있다.

발행일 2025-03-16 제343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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