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잠비아 농장 사업 참여하는 이석래 전 평창군수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살지 않고 시야를 넓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삶이 멋있지 않습니까?” 이석래(이시도르) 전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수는 2010~2014년 군수 재임 시절, 평창군에서 성필립보생태마을을 운영하는 황창연(베네딕토) 신부의 사업에 협력하면서 아프리카 잠비아 농장 운영에도 동참하게 됐다. 이석래 전 군수가 황창연 신부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평창군수 취임 전 평창영월정선축협 조합장으로 재직할 때 황 신부가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펼치는 친환경, 생태계보전 사업들에 공감하면서부터다. 이 전 군수는 이후 황 신부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현지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진행 중이던 농장사업에도 2015년 2월 처음 동참한 이후 잠비아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잠비아는 우리나라 1960년 정도의 경제 수준으로 아주 가난한 나라입니다. 잠비아에 있는 농장은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수녀회 설립자인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님이 조성한 것인데 그곳에서 현지 주민들이 소와 닭 등을 사육하며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농업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전 군수는 축협 조합장와 군수 재임 경력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와 실제 농사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잠비아에서 키운 옥수수로 사료를 만들어 농장 경영에 활용하는 사업을 돕고 있다. 아직 농업 이외에는 주민들이 종사할 만한 산업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낙후된 잠비아 주민들에게 현지 농장 경영은 커다란 혜택이 되고 있다. “농장에서 농업 교육을 받고 일할 기회를 얻은 잠비아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해 지역 사회로 나갑니다. 농장 운영이 단지 경제적인 도움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가톨릭 신앙을 직간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선교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석래 전 군수는 “가톨릭신자로서 흙에서 사람의 생명이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잠비아에 생태환경을 살리고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는 농장이 추가로 설립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저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양의 날에 만난 사람]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황보현 회장

“입양된 아이들은 어른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진 생명이에요. 입양은 한 아이의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5월 11일 입양의 날을 앞두고 만난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산하 입양 가족 공동체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이하 모임) 회장 황보현(빈첸시아·인천교구 상3동본당) 씨는 입양의 의미를 말하며 입양 자녀를 위해 부부 공동체가 신앙 안에서 자녀와 함께 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 씨는 남편과 함께 입양으로 얻은 두 아들과 가정을 이루고 있다. 황 씨는 결혼 후 여러 차례 임신에 실패해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황 씨 부부의 입양 과정은 신앙 안에서 이뤄졌다. “두 아이 모두 쌘뽈수도원 유지재단에서 운영하는 해성보육원에서 만났어요. 첫째를 맞이하기 전에는 1년 동안 태교하듯이 남편과 매일 아이를 위해 기도했어요. 기도 덕분인지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며 잘 자라줬어요. 남편이 둘째를 데려오자고 제안했을 때 새로운 아이를 맞이하는 게 두려워 거절했어요. 그런데 그날 주일미사를 드리고 말씀 사탕을 뽑았는데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 20)고 적혀 있었어요. 그 말씀을 보니 하느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다 키워주신다고 데려오라고 하시는구나 생각했어요.” 황 씨는 두 자녀를 키우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입양이든 출산이든 방법은 상관없이 사랑하고, 같은 자리에 있을 뿐이다. 황 씨는 모든 게 하느님의 사랑 덕이라고 말하며, 자녀들의 신앙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 부부는 신앙 교육에는 타협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먼저 신앙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들이 그걸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요. 첫째는 성인이 된 뒤로 주일학교 중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고, 둘째는 학생으로 있어요. 중고등부 미사에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감사해요.“ 황 씨는 한국입양홍보회 부천지부 대표, 홍보대사 등을 맡고 있지만 모임이 다른 단체들과 달리 친정 같다고 전하며 그 이유를 신앙에서 찾았다. “모임이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에 10년 넘게 잘 이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달 같이 미사를 드리고, 성지순례와 봉사활동을 하면서 신앙 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지도 신부님과 모임 가족들이 아이들을 너무 예뻐해 주셔서 아이들도 만나는 시간만 기다려요.” 황 씨는 모임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술을 배워 전문 마술사로 활동하는 등 입양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황 씨는 입양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라며 더 많은 입양 가정이 신앙 안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입양 관련 단체에 다니다 입양 가정 중에 신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욱 많은 가정이 모임에 함께 하면서 신앙 안에서 서로가 든든한 방패가 돼줬으면 해요. 저희는 언제나 환영해요.”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1면

“이주여성이 이사장 되는 날까지…갈 길이 멀죠”

“잠시 하늘을 바라볼 시간조차 없는 바쁜 삶에 지쳐 무작정 과테말라에 갔던 경험이 저를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이렇게 이끄실 줄은 몰랐죠.” 결혼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알록달록 협동조합(공방)을 설립해 이주여성들에게 재봉 기술을 교육하고 이들이 직접 만든 생활용품 판매를 책임지는 신선화(마리아 막달레나) 이사장은 원래 봉제 공장을 20여 년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일하며 믿어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이 싫어져 사업을 정리하고 무작정 신부님,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스페인어를 배워 과테말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신 이사장은 “과테말라에서 중남미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다 보니 국내에 들어와서도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중남미 공동체에서 봉사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낮은 자존감 속 취업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도움으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되며 2017년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1층 한쪽에 재봉 교육을 위한 공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주여성들이 기술은 익혔지만 문화 적응, 한국인과의 소통 등의 문제로 전문 공장에 취업하기는 아직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그렇게 2021년 설립된 ‘알록달록 협동조합’은 자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친구들이 처음에는 공방 바로 앞에 나가 옷을 판매하는 것도 두려워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고, 지나가던 행인이 ‘외국인이 왜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하냐’며 윽박지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외부 행사, 플리마켓에 데리고 나가 한국 사람들과 부닥치게 했죠.” 신 이사장은 “공방이 지금보다도 알려지기 전에는 성북구와 구의회, 성당 등에서 주문을 해준 덕분에 일감이 생겼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홍보를 해 지금은 길상사에도 입점했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많아지자 이주여성들도 자신감을 되찾고 점차 한국인 고객 응대에 적응해 나갔다. 공방을 찾는 고객이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이 직접 매장을 관리하고, 외부 활동도 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가 영원히 이사장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혜화동에서 열릴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에도 부스를 열게 됐다. 나가는 행사가 많아져 바빠졌지만,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생활면에서 보면 당연히 사업할 때가 좋았죠. 하지만 지금도 먹고 자는 데 큰 문제 없이 그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지금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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