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성명서 발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은 5월 6일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를 규탄했다. 사제단은 “이재명 허위사실유포 2심 무죄 판결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 7만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외면하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한 일은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사법쿠데타’”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제단은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며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상관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한 사제단은 “종종 악이 선을 죽일 때도 있었지만, 선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서 악에서 우리를 구원한다”며 “모두가 힘을 보태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을 욕심에서 구원하고, 사법부의 난동을 막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전문.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우리는 그날 대법관들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습니다.” 1. 내란수괴가 파면되고 가까스로 제21대 대선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민주주의 회복과 안정을 기대하게 된 주권자들 머리 위에 느닷없이 불화로가 쏟아졌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너무나 사소한 두 마디를 구실로 ‘허위사실유포’라는 희대의 죄를 씌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초유의 ‘사법쿠데타’라고 부른다.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다. 이로써 아무리 원통하고 억울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순순히 감옥으로 걸어가던 존중과 승복의 전통은 끝이 났다.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2. 1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의 항소이유서를 검토한 2심이 무죄로 판결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소부에 배정됐던 해당 건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서 무려 7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송 기록을 외면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상고기각’ 곧 무죄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식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먼저 ‘당선무효형’이란 말 그대로 당선자에게 해당하는 일인데 검찰과 법원은 낙선자에게, 그것도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중형을 뒤집어씌웠다. 사실 그 형벌은 숱한 감언이설로 세상을 속인 당선자의 차지여야 했다. 하지만 검찰과 대법원은 시종 엉뚱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인 진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고등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 기일을 잡았다. 후보등록이 끝나서 공식선거 캠페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5월 15일이다. 국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은 피고의 권리와 절차에 따르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최종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억지를 부려온 사법쿠데타 세력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을 따를 리 만무다. 사법농단에 이어 사법쿠데타를 저지른 세력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선이 거의 확실한 야권 후보를 낙마시켜 윤석열이 버튼을 누른 내란을 완결 짓겠다는 것이다. 3.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쿠데타 세력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선거권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누구도 동의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저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부리며 시대착오적인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들만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던 특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반미치광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오늘까지 배우고 익힌 것은 오로지 각자도생이니 그저 자신의 안위와 사익에만 골몰한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해서 너도나도 잘 살되 우리 모두 올바로 고르게 잘 사는 대동세상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모두는 하나에서 나온 하나이므로 서로 보살피는 ‘한살림’으로 대전환하는 것을 그들은 아주 끔찍하게 여긴다. 작년 12.3 비상계엄부터 최근 5.1 사법쿠데타에 이르기까지 판사 지귀연과 검찰총장 심우정,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 등이 온 국민을 기절초풍하게 만든 기괴한 일들은 그래서 벌어진 것이다. 4. 지금 수구기득권 카르텔은 이참에 민주주의 자체를 아예 멸절시키고자 일심단결,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역사적 반동에 반격하자면 민주시민들 또한 사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와서 내 혈육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도를 대화나 타협으로 구스를 수 없다. 사법부의 난동을 막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난겨울도 그랬지만 앞으로 한 달 우리의 수고에 우리와 자식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아울러 국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데 맹수처럼 날래고 대범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명령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감히 상관하려 들지 말라! 5.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는 것 같아보여도 그렇지 않다. 선과 악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종종 악이 선을 죽였지만 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은 반드시 다시 살아서 악을 구원해주었다. 이것이 역사요 어쩔 수 없는 선의 운명이다.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의 욕심을 구원하자.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29) 2025.5.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입력일 2025-05-07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체장애 가족 돌보는 장애인 박준채 씨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마음이 편해요. 가진 건 없지만, 작은 힘이라도 나누고 싶어요.” 광주대교구 월곡동본당의 박준채(베드로·58) 씨는 한 달 수입이 120여만 원뿐인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마저도 온전히 생활비로 쓰기 어렵다.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박 씨 자신,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아내,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 세 식구의 생계와 병수발을 모두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생계를 위해 스무 살에 광주로 왔다. 열 살 무렵, 병원의 잘못된 진료와 치료로 멀쩡하던 왼쪽 다리뼈를 억지로 맞추다가 염증이 생겼고, 이후 골수염으로 이어지면서 평생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가고 있다. 지체장애인인 그의 아내 공춘심 씨 또한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공 씨는 어릴 적 사고로 뇌병변을 앓게 됐다. 5년 전에는 무릎과 복숭아뼈에 물이 차면서 여러 차례 수술과 피부이식을 반복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고,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것 또한 힘겹다. 현재는 당뇨 합병증으로 피부가 곪아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막내아들 박종대(요한) 씨는 태어날 때 2시간 동안 숨을 못 쉬면서 뇌병변장애를 입었다. 보조장치 없이는 걷지 못하지만 종대 씨는 유쾌하고 따뜻하다. 그의 꿈은 발라드 가수다. 가수가 되기 위해 14kg을 감량하고,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종대박종대’에 올리고 있다. 박준채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의료비와 생계비다. 세 식구가 한 달에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박종대(요한·22) 씨가 다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받는 월급은 6만9000원이 전부다. 그나마 4월부터 정직원이 되어 시급 1만1000원을 받게 됐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 씨는 “막내아들의 꿈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조차 어렵다”며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9년 전 지인의 권유로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됐다.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이면 장애인과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가정에 반찬을 배달한다. 주일이면 교통·주차 봉사와 더불어 거동이 어려운 교우를 직접 차로 성당에 모시고 오고, 다시 모셔다 드린다. 월곡동본당 주임 이준한(토마스) 신부는 “박 씨는 성당에서 겨울엔 제설작업, 계절이 바뀌면 화단 정리처럼 남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장애와 배우자의 병환, 그리고 아들의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 그의 가정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 2025년 4월 30일(수)~2025년 5월 2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4면

서울·수원·의정부 정평위 등 14개 단체,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 봉헌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며 청하오니 우리에게 올곧은 정치 지도자를 다시 허락하시고 그이가 우리와 함께 상처 입은 이들을 싸매어 주고,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며, 평화로운 나라에 살게 하소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와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종관 펠릭스 신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재영 요한 세례자 신부),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사단법인 저스피스(이사장 김지현 유스티노), 함께 걷는 예수의 길 등 14개 단체와 시민들은 4월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주례로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이번 미사는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혼란과 갈등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극복하고,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세우며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마련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정의와 평화 등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광장에서 함께 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드리며 이제는 12·3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자”며 “신앙인이자 애국시민으로서 화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성찰하며 각자 삶의 터전에서 필요한 벽돌 하나씩이라도 쌓아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선진국이란 부유하고 강한 군대가 있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 특히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이자, 청소년들이 꿈을 꿀 수 있고 정직하게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며 “이러한 민주주의가 보장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단이기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훈기(안드레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한동수(요셉) 변호사 등 외빈도 참석해 민주주의 회복과 화합을 위해 기도했다. 2019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역임했던 한동수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대검찰청 시절 불의한 검찰 집단과 맞서 싸울 때 그들의 협박과 공격이 두려웠지만 이냐시오 영성의 두 깃발을 묵상하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며 “교회가 기득권이 아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저에게 맡겨진 길을 기쁘게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는 5월 한 달간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청·강원, 호남 등 전국을 순회하며 봉헌될 예정이다.

발행일 2025-04-30 제3441호 6면

“교회·시민 사회 연대해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4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제29회 가톨릭 ‘교회와 세상’ 강연회를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우리 모두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주제로 열린 강연회는 교회가 시민 사회와 연대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마련됐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의미’에 대해 강연한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 오지원(이보네) 변호사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피해자 권리 보장과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예방을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민들의 보호받을 권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국가의 책무와 독립조사기구 설치 의무를 명시해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되풀이되는 참사를 예방한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했다. 이어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대적 과제로 모든 시민의 존중받을 권리와 안전권을 위한 법”이라며 “법 제정과 더불어 재난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다운 사회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참사의 아픔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슬퍼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과 시민 참여’를 주제로 강연한 4·16재단 운영위원장 박래군 씨는 “한국은 부정부패로 인해 벌어지는 과거형 재난과 기술 발전, 기후 변화 등이 초래하는 미래형 재난이 결합한 재난이 발생하는 다중 위험사회”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생명안전기본법을 법제화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로 시민들이 재난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생명 존중 문화와 안전한 사회로 향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교회처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안전·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 등의 기본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법안은 ▲안전권의 법제화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 ▲피해자 권리 보장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안전 영향평가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제정 논의가 시작돼 2020년 11월 처음으로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3월 10일 제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상태다.

발행일 2025-04-30 제3441호 6면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미사와 북토크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둔 4월 9일 80여 명의 시민·신자가 인천교구 사회사목센터에 모여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오병수 스테파노 신부)이 마련한 추모미사와 북토크 자리였다. 북토크는 세월호참사 생존자들, 희생자의 형제자매들과 시민 연대자 등이 마음속에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주제로 열렸다.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이었던 생존자 김도연(28) 씨,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박지연(29) 씨가 초대돼 이야기를 나눴다. “생존자 감수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에는 그게 없다고 느낀 순간이 진짜 많았어요. 참사 초기에 하루 이틀 심리상담으로 내 상태를 판단하고는 전문가랍시고 임의로 보상금을 지정하는 것도 기괴했어요. 이 보상금이라는 게 뭘까? 국가가 사과한다는 의미인가? … 무엇 하나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채 자기들이 임의로 지정한 돈을 주고 나면 우리는 그저 괜찮아져야 하는 건가? 그걸로 사건이 끝났다고 보는 것도, 책임을 다한 게 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죠. 왜 우리가 아파도 되는 정도와 기간을, 애도하는 기간을 사회에서 정하고 그 기한을 넘어서면 유난을 떠는 것처럼 대하는 건지도.”(「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중 김도연 씨의 구술) 김도연 씨는 “우리(생존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사 트라우마에 노출됐다는 사회적 인지와 감수성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참사를 겪은 모든 이가 스스로 생존자임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들은 유가족들이 만든 거야.”(정세랑 「피프티피플」 중) 박지연 씨는 수많은 참사 피해자의 고군분투가 만들어온 변화들을 더 많이 조명하고 이야기 나누며, 동료 시민인 우리가 어떻게 서로 책임을 나눠질 수 있을지 숙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북토크 시작 전 국장 오병수 신부 등 사제단이 집전한 추모미사는 참례자 모두가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11년째 아파하는 유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다시는 같은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마음 모아 염원하는 시간이 됐다. 강론은 성소를 받기 전 원양선 기관사로 일했던 김상민 신부(요한 세례자·교구 사회사목국 병원사목 전담)가 맡았다. 김 신부는 “명확한 사고 원인도 밝히지 못했기에 희생자·유가족들의 억울함과, 생존자들의 또 다른 큰 고통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며 “같은 뱃사람 출신 사제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평생 기억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6면

천주교 등 3대 종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 해결 촉구 기도회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4월 9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거제통영고성(이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해결을 사측에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3대 종교 지도자들은 입장문에서 “노동자의 고통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과 다름없다”며 “인간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구조, 비용절감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의 태도가 더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 또한 조정자의 책임을 다해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도회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됐다. 천주교 대표로 참가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는 기도 후 발언에서 “거제, 통영 등 일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저 높은 고공에 올라가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라며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3대 종교의 요구를 담은 요청서를 사측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를 비롯한 한화오션 사내 협력업체 노조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성과급 회복, 상용직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월 300시간이 넘는 고위험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원청인 한화오션 측이 2016년 이후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정작 노조와의 협상은 협력업체에 미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이어온 노·사 간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부장은 지난 3월부터 본사 앞 높이 30m에 달하는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도회가 열린 날도 철탑에 올라 있던 김형수 지부장은 3대 종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 지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사측은 번번이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기도회에는 천주교 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6면

7대 종단, 5~6월 19일간 ‘2025 DMZ 생명평화순례’ 개최

천주교 등 7대 종단이 모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 최종수 성균관장)가 오는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 18박19일간의 ‘2025 DMZ 생명평화순례’를 개최한다. 지난해 참가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4개 종교에 더해 올해는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까지 7개 종교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함께 걷는다. 순례 코스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부터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DMZ 일대 385km로, 순례단은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춘천교구 양구 해안성당, 평화의 댐, 북한군묘지, 국경선 평화학교 등을 방문한다. 순례의 주제는 크게 ▲치유의 길 ▲화해의 길 ▲상생의 길이다. 순례참여는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부분 참여는 참가를 원하는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번 순례에서는 ‘종교별 집중 운영구간’을 지정해 각 구간에 해당하는 종교의 방식으로 위령제를 열 수 있게 했다. 천주교는 6월 1일부터 6일까지 마지막 구간인 철원국경선평화학교부터 파주 임진각으로 가는 순례 중에 ‘전쟁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는 “최근 한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황도 결국 민족 분단과 좌우 대결에서 비롯됐다”며 “종교인들이 남북 분단 이후 진영과 상관없이 그간 6·25 전쟁 등 첨예한 갈등 속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모은다는 점에서 순례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순례 신청 기간은 3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이다. ※ 문의 031-850-1503 2025 DMZ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

발행일 2025-04-13 제3437호 6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초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몽골인 아기 재원이

“두 명의 아기를 유산으로 떠나보낸 후 귀하게 얻은 재원이를, 제 건강 때문에 칠삭둥이로 태어나 아프게 해 미안할 뿐이에요.” 엄마 하즈드마(28·몽골) 씨는 보통 신생아 몸무게의 1/4인 790g으로 태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초극소저체중아 재원이(김재원·남·몽골명 에르헤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재원이는 미숙한 폐로 인해 호흡곤란증후군이 와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황달이 나타나는 과빌리루빈혈증도 있어 심한 경우 뇌 손상까지 걱정돼 집중 치료 중이다. 초극소저체중이기에 저체온이나 고체온증에 쉽게 빠지며, 무호흡도 발생할 위험이 커 재원이는 계속 인큐베이터에 있다. 장이 덜 발달 돼 입으로 무엇을 삼킬 수가 없어 위까지 연결된 튜브로 힘겹게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몸무게가 최소 2.0kg은 돼야 퇴원이 가능해 3개월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원이가 생후 50여 일 된 현재 병원비는 벌써 약 1억5000만 원이다. 임신 중 고혈압과 단백뇨로 인한 합병증인 심각한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엄마 하즈드마 씨는 2월 5일 임신 25주 4일 만에 응급 제왕절개로 재원이를 낳았다. 모유가 나오지 않아, 입으로 먹지 못하는 아기더라도 젖 물려보는 시늉 한 번 하지 못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엄마는 어떻게든 일해서 병원비를 보태고 싶지만, 당장 약 먹으며 검사도 받아야 하는 산모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가 응급 제왕절개를 할 때 엄마와 아기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줄 알고 정말 아찔했어요. 재원이가 이렇게 살아 있어 주는 것만도 감사해요.” 한국어가 유창한 아빠 촐몸(33·몽골) 씨는 2017년 몽골에서 만난 아내를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부르고 훗날 태어난 재원이의 한글 이름도 짓는 등 한국에 정들이고 희망을 뒀다. 지금은 이삿짐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지만, 한국을 오가며 일했던 부친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는 한국에서 2년간 유학도 했었다. 다시 몽골에서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왔다가 그만 비자 연장을 하지 못했다. 월수입 180만 원은 월세 53만 원에 여러 고정비와 재원이 병원비, 몽골에 있는 양가 가족들 부양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부부는 재원이를 가진 후 결혼식 없이 2024년 12월 25일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성스러운 날 혹은 로맨틱한 날이지만, 바쁜 부부에게는 ‘일이 없어 혼인 신고하러 갈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이었다. 두 번의 유산과 아픈 재원이 때문에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세 식구가 다 함께 모여 웃으며 살고 싶다. 다행히 아빠 촐몸 씨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사장의 도움으로 월세방 보증금과 병원비 일부인 360여만 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광주이주민지원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년에 더욱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사랑을 실천할 것을 권고하셨다”며 “그 희망이 재원이 가족 안에서도 피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4월 9일(수) ~ 2025년 4월 29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4-13 제3437호 4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국회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몰래 통과시킨 이 법안은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으며, 교묘한 수단으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애인 고려장법’입니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가 국회에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자립지원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하고 교회 안팎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부모회는 “자립지원법안은 ‘탈시설’을 ‘자립지원’으로 용어만 바꿨을 뿐 그 내용은 부모회가 결사반대해 온 거주시설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법”이라고 역설했다. 부모회는 지난 4년간 정부와 국회의 탈시설 정책·법안에 반대하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국회는 올해 2월 27일 공청회도 없이 자립지원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의 부모, 배우자, 그밖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5조)는 원칙을 어기는 행위다. 부모회 관계자들은 “장애인 자립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정도와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탈시설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현실을 외면한 채 거주시설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을 부추기고, 강제로 지원주택에 입주시키려는 시도는 ‘발달장애인법’이 보장하는 ‘발달장애인의 주거지 결정권을 비롯한 자기결정권’(제8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지원법안은 시설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탈시설시켜 이들의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각종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해 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심리·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대표는 “자립지원법안에서 말하는 ▲‘장애인주택의 제공’은 임의규정이므로 탈시설 장애인들은 주택에 들어갈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주거생활 서비스 비용 지원’도 임의규정이라 탈시설 장애인이 활동보조인 비용도 자부담해야 하고 ▲무연고 장애인 경우 재산 관리를 누가 담당할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많은 기구 인력 절차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키는 백해무익한 법”이라며 “그 비용을 신규 시설 설치와 시설 기능 보강에 사용하게 되면 수많은 입소 대기자의 염원도 이뤄지고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환경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동의 기간은 4월 9일까지며, 현재(3월 30일 오후 10시 기준)까지 동의 수 5만3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청원의 최소 요건은 달성했으나 소관위원회 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이라는 큰 산을 넘으려면 동의 종료일까지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하다”며 많은 동참을 부탁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링크: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2BDC08A40E3D0EBAE064B49691C6967B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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