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교회」…교황 특사가 바라본 이라크 교회의 역사와 현재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자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교황 특사로 이라크에 파견했다.당시, 현장은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그리스도교인들을 그들의 지역과 마을에서 강제로 추방하고 있던 때였으며, 상상할 수 없는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이 시간은 저자로 하여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희생된 이들과 만나보고 대화하고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며 연대하는 기회였다.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메소포타미아교회와 이라크교회의 역사는 오래되고 단단한 뿌리를 지니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 그 소속 신자들이 분포해 있고, 그들의 언어적, 전례적 전통은 교회 역사를 완성하는 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별히 메소포타미아의 그리스도교는 그 영광스러웠던 역사 속에서 실크로드라는 길을 통해 거대한 아시아 대륙의 중국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도달했다. 책은 메소포타미아에서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탄생과 성장, 발전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공동체가 처한 위기, 박해 상황에서 신앙의 증거와 매우 강한 저력을 정치 사회학적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초기 이라크교회부터 우리 시대까지, 교회의 역사와 발전 및 사명을 살펴보는 가운데 동방 가톨릭교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고통받는 교회 신자들을 기억하도록 한다. 1장에서는 ‘고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을 다루면서 복음화의 시작과 동방교회의 형성 및 이단, 동방교회의 분리와 고립에 관해 설명한다. 2장과 3장에서는 각각 ‘아랍, 몽골, 투르크메니’와 ‘메소포타미아의 라틴교회:사파비 왕조와 오스만 시대’를 이야기한다. 또 4장은 ‘20세기 인구학적 ·지리적 격변과 이라크의 탄생'을, 5장은 ‘교황청과 이라크’를 주제로 이라크 국가와 오늘날 이라크의 그리스도인 등을 거론한다. 현재 메소포타미아에서 그리스도인은 수적으로는 소수이지만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존재다. 여러 세대에 걸친 박해와 지난 세기의 시민 정책으로 신자 수가 줄기는 했으나, 그리스도교는 이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서 특별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동방교회는 이라크에 존재했던 최초의 그리스도교를 계승한 교회다. 저자는 “중동, 특히 메소포타미아(현재의 이라크)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개별적이고 극적인 상황들을 넘어서는 이유를 이해하는 한편 그리스도교인들의 삶과 문화 및 신앙에 대한 증거, 또한 그들의 고향에 대한 깊은 애착과 그들의 적들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고취하는 원동력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5면

「총과 십자가」…일본교회 순교사 중심 ‘키베 신부’, 소설로 만나다

17세기 일본은 신앙에 있어 암흑기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그리스도교를 철저히 금지하고, 신자들에게는 무자비한 박해가 이어졌다. 이 가혹한 시대에 한 일본인 청년이 마카오, 인도, 중동을 넘어 로마에 이르고, 사제가 되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순교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 같지만, 이는 일본 가톨릭 순교사에서 전설적 인물인 복자 베드로 키베 토마스 신부의 실제 행적이다. 「총과 십자가」는 이런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키베 신부의 삶을 따라가며 인간과 신앙,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색했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본당 선교활동과 함께 나가사키 순교성지를 안내한 이건숙 수녀(율리엣다·예수 성심 시녀회)의 번역에는 일본교회를 향한 깊은 시선이 녹아있어 작품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일본의 현대 그리스도교 문학을 대표하는 엔도 슈사쿠는 「침묵」 등에서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믿음과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설은 키베 신부의 삶을 전기적으로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강인한 믿음을 지녔으나 두려움과 의심, 죄책감과 절망에 흔들리는 '한 인간' 키베의 모습을 통해 종교적 헌신과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배교와 순교’라는 극한의 선택 앞에서, 믿음의 본질을 묻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1587년 무렵 신실한 신앙인 가정에서 태어난 베드로 키베는 아리마 신학교에서 사제 수업을 시작했으나, 금교령으로 일본 내 선교사들이 추방되자 마카오로 향했다. 신학 공부를 이어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다시 인도 고아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이곳에서도 사제 수업은 불가능했다. 마지막 희망은 로마였다. 그는 홀로 배를 타고 페르시아만을 건너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고, 지중해를 건너 천신만고 끝에 이탈리아에 입성한다. 사제품을 받는 그는 안락한 사목의 길을 뒤로한 채, 박해받는 일본 신자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1630년, 16년 만에 귀국한 그는 은둔 신자들이 많았던 센다이 지역에서 선교를 이어가다 1639년 체포된다. 이후 벌어지는 고문과 배교의 유혹, 동료 선교사와 신자들의 순교 장면은 ‘고통 앞에서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지’, ‘믿음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배교’라는 말이 튀어나올까봐 죽음보다 두려워했던 ‘아나즈리’ 매달리기 고문을 당하는 중에 그가 바치는 기도는 절절하다. “하느님은 어찌하여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지, 무엇 때문에, 왜? … 주님 용서하소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주님 어서 죽게 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고문에 넘어가고 맙니다.”(263쪽) 키베 신부는 엔도 슈사쿠의 다른 작품 속 인물들처럼 배교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견뎌내고, 마침내 순교로써 믿음을 완성한다. 그럼에도 두려워하고 고뇌하며, 때로는 외로운 침묵 속에 머무른다. 저자는 그 힘의 근원을 “예수의 고독과 자신의 고통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에서 찾는다. “홀로 죽음을 향한 예수의 존재를 키베는 자신의 고통 속에서 만났을 것이다.” (264쪽) 「총과 십자가」는 폭력과 세속 권력 앞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따르는 길을 묘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는 추천사에서 “무저항의 저항인 순교의 길, 곧 십자가의 죽음을 따르는 길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올바른 선교라는 것을 전한다”고 말했다. 복자 베드로 키베 토마스 신부는 2008년 11월 24일, 동료 순교자 187위와 함께 나가사키에서 시복됐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5면

[이달의 잡지] 2025년 5월

■ 경향잡지 이번호 ‘경향 돋보기’에서는 5월 성모 성월을 맞아 ‘다시 보는 성모 신심’ 주제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잘 모를 수도 있는 성모 신심 교리를 살폈다. ‘교구의 재발견’에서는 대구대교구 설정 120주년을 준비하는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를 만났다.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는 성모 호칭 기도의 유래와 변천사, 성모님의 호칭 54가지를 소개했다. ‘숨은 교회 찾기’는 춘천교구 화현이벽성지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의 자취를 찾았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묵시사회를 살아가는 신앙인’에서는 일곱째 나팔의 시간에서야 재앙의 의미가 드러나는 요한묵시록 11장 내용을 설명한다. ‘전례력 돋보기’에서는 많은 본당에서 매월 첫 토요일에 봉헌하는 성모 신심 미사에 대해 알아본다. 표정훈(요한 사도) 평론가는 우리나라 최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은총 가득한 성모 성월이 되기를 기도하며, 성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소중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했다. ‘폭싹 속았수다, 성모님’을 주제로 한 특집에서는 김석주 신부(베드로· 제주교구 주교좌중앙성당 주임)가 삶의 자리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하신 성모님의 감동적인 일화를 밝혔다. 또 성미술 복원가 고승용(루카) 작가는 평생을 성모님 바라기로 살아온 이야기를 전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한국적인 성모님을 화폭에 담아 온 심순화(가타리나) 화백을 만나, 주님의 부르심을 느끼며 작품 활동을 하는 그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소개했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강석진 신부(요셉·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가 ‘교회사의 숨겨진 한 페이지’에서 한센인의 몸으로 평생 참 사제의 길을 걸었던 장순도(바르나바) 신부의 삶을 묵상했다. ‘영성의 길’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 영성신학 이수완(로마노) 교수는 캔터베리의 대주교 토마스 베케트의 영성을 편지 형식으로 담았다. 소설가 안영(실비아)의 신앙수필은 ‘말씀의 힘’에 대한 체험을 나눴다. 박정배 신부(베네딕토·수원교구 용인본당 주임)가 ‘교회의 제사인 미사성제’에 대해 기고했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어린이와 함께’를 특집으로 했다. 조그만 것에도 기뻐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어린이의 모습들을 담았다. 서울대교구 수락산본당 강혁진(토마스 아퀴나스) 씨, 인천교구 서창2동본당 김은정(마리아) 씨, 수원교구 광교1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조윤정(스텔라) 씨의 이야기를 실었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아빠와 함께 찬양 사도로 활동 중인 제리아(안나) 양을 소개했다. 찬양 사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싱글 앨범 탄생 이야기, 아빠와 함께했던 찬양 공연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2025년 축성 생활의 해를 보내며’를 주제로,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야고보) 아빠스를 인터뷰했다. 2025년 현재 수도자들이 ‘축성 생활의 해’를 어떻게 지내고 있고 또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들었다. 특집에서는 나현오(현오 레지나) 수녀, 박주영(체칠리아) 수녀 등 축성 생활의 해 행사위원회의 글을 통해 축성 생활의 기쁨과 행복, 축성 생활의 해를 보내며 준비하는 다양한 행사와 움직임 등을 살폈다.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산불로 피해를 당한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5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저서에서 찾는 영적 유산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또 환경과 평화 등 인류 공동의 과제 앞에서 어떤 행동을 지녀야 할지 꾸준히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제 소중한 영적 유산으로 남은 교황의 주요 말들을 저서들 안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 희망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인류가 겪는 악의 비극을 외면하는 순진한 낙관론과는 다릅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입니다.” (「희망」 510쪽) 최근 출간한 자서전 「희망」(2025, 가톨릭출판사)에서 교황은 절망이 만연한 시대 속에서 끝까지 희망을 선택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의 생애 전체를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희망은 멈춰 서지 않는 것이다’는 신념이 삶 전체에서 증명되는 듯하다. 그는 희망을 막연한 낙관이나 위로의 말이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는 내면의 힘으로 보았다. 「그래도 희망」(2019, 가톨릭출판사)에서는 그리스도인이 바라고 지향해야 할 진정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한다”고 역설한 교황은 “이 희망은 현재를 위한 원대한 목표, 즉 인류를 위한 구원, 자비하신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맡기는 사람을 위한 지복을 제공해 준다”고 강조한다.(55쪽) 또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이미 이루어진 어떤 것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바로 거기에 문이 있고, 그 문에 이르는 것을 희망하며 문을 향해 걷는 것 즉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어떤 것을 향해 걷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 데 있다”고 풀이했다.(148~149쪽) ■ 자비·믿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2016년을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할 만큼 교황직에 머무는 동안, 이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자비의 마음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시대임을 수시로 상기시켰다.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자비의 삶을 호소한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지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찰」(2015, 생활성서사)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적 시간은 사랑의 시간이자, 사람들 사이를 결속하는 시간”이자 “그것은 또한 서로 간에 벽을 세우는 시간이 아니라 세대 간에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다리를 이어주는 시간”(149~150쪽)이라며 자비의 정신을 강조한다. 또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신다는 것은 빵을 나누는 행위를 모든 형제를 비롯한 삶의 모든 차원으로 넓혀가기 위해 책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빵을 나눌 준비를 당부한다.(163쪽) ‘믿음’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촉구한다. 「하느님과 다가올 세계」(2020, 가톨릭출판사)에서 “선포되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고 말하고 “믿음은 설득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보물을 전달하듯이 전해져야 하고, 교회는 ‘밖으로 나가는 공동체’이기에 우리는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신앙을 살아가자”고 밝힌다.(70쪽) 또 예수님이 하셨듯이 믿음을 전하자고 청한다.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는 이렇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합시다.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모든 이를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났듯이 말입니다. 선동하려는 목적이나 공격적으로 반박하려는 완고함을 버린 삶의 양식과 선포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148쪽)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5면

주교회의, 교황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발간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5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 160쪽/8000원)를 발행했다. 5개 장, 220항으로 이뤄진 회칙은 예수 그리스도 성심의 인간적이고 신적인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음(심장)’이라는 상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자주 사용됐다. 교황은 책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그 마음 안에서 건전하고 행복한 방법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이 세상에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는 법을 배우도록 전한다. 회칙은 또한 성경과 이전의 교도권 문서들, 성인과 예수회원 등의 저술에서 발췌한 묵상에 비춰 전통적인 예수 성심 신심을 교회 전체에 재차 제안하고 있다. 회칙 217항은 “새 회칙이 사회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의 가르침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다”며 “바로 그 사랑의 물을 마심으로써 우리는 형제애의 유대를 이루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공동의 집을 함께 돌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칙 220항은 “당신 성심에서 생수의 강들이 계속 흘러나오게 해 주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간청드린다”며 “생수의 강들은 우리가 입힌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우리의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며, 정의롭고 연대하며 형제적인 세상을 향한 여정에 우리가 함께 나아가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현재까지 「신앙의 빛」(Lumen Fidei, 2013),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020)에 이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2024) 까지 총 네 편의 회칙을 발표했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2면

교황청-평양 오간 은밀한 신호들…「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 나는 갈 것이다).” 2018년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자, 이에 대한 승낙으로 밝힌 교황의 일성(一聲)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황 발언 이후 바티칸 교황청 내부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황 방북을 성사하기 위한 은밀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황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노 딜’로 방북 프로젝트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왜 끝내 성공하지 못했을까. 트럼프 2기로 미-북 화해 모드가 조성된 지금, 교황 방북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인가?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가 펴낸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는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진실을 풀어놓은 책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를 지낸 이 대사는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을 때 ‘소노 디스포니빌레’의 배경과 전후 진행 과정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들려준다. 공직자로서의 의무감에서 기록을 정리했다는 이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바티칸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긴박했던 교황청과 평양, 그 사이를 오간 은밀한 신호들을 전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고, 북한 방문이 교회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사제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북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에 공식적인 가톨릭 사제가 없어 교황을 누가 맞이할 것인지도 문제가 됐지만, 교황은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갈 수 없다가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책은 바티칸에서 긴밀히 진행된 교황 방북 협상의 비화를 담은 한편, 잘 알 수 없었던 교황청과 주교황청 대사의 세계를 소개한다. 교황청 내부는 어떤 모습이며, 각국 주교황청 대사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이 대사가 지켜본 프란치스코 교황의 남다른 한국 사랑과 에피소드들을 사진과 함께 엿볼 수 있다. 이 대사는 책을 펴내는 말에서 “언젠가 교황 방북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때, 바티칸 3년을 기록한 이 책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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