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동본당, “덜 쓰고 덜 버리며 생태적 삶에 가까워져요”

대구대교구 상동본당(주임 신종호 베네딕토 신부)이 소비를 줄이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버리지 않고 재사용)를 실현하는 문화 정착에 힘을 쏟고 있다. 공동체의 생태적 회심을 토대로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실천을 하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 ‘덜 쓰고 덜 버리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다.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하거나 앞으로도 소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식재료가 필요한 신자나 지역주민, 또는 어려운 이웃들과 공유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본당 생태환경위원회 김진의(요셉) 위원장이 성당 계단 아래에 놓인 ‘공유냉장고’를 보며 이같이 설명했다. 공유냉장고는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에 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나눔공간이다. 김 위원장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만 목적이 있지 않다”며 “버려짐 없이 모두 소비될 수 있는 자원순환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공유냉장고 이외에도 본당은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자원순환센터’를 운영하며 상시로 재활용품을 모아 자원순환을 하고 있다. 연 2회 ‘생태바자’를 열어 사용하지 않은 양질의 제품들을 나눈다. 바자 후에는 남은 제품들을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를 통해 캄보디아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유치원 운영을 맡고 있는 김분선 수녀(마리아 도미니카·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는 최근 본당을 찾아 신자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알맹이 성물방’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본당 성물방 자리에 제로 웨이스트숍을 함께 설치한 것이다. 운영 봉사를 맡은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들은 기존 성물 판매도 하면서 친환경 제품들을 신자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알맹이 성물방에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세제나 식품, 생활용품 등 친환경 제품들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다. 손정화(마리아 막달레나) 위원은 “처음에는 신자들이 어색해하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성당 마당에서 두 번의 홍보활동을 펼친 뒤부터 이용이 늘고 있다”며 “사용을 하고 나서는 제품의 필요성을 느껴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은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환경미화를 하는 ‘우리동네 플로깅’을 매월 한 번씩 하고 있다. 지난가을 주민센터로부터 낙엽 정리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본당의 플로깅 활동은 지역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본당의 이 같은 실천 활동은 교육을 통한 ‘관찰’과 ‘판단’의 결과다. 2022년 10월 생태환경위원회를 조직한 본당은 이후 1년간 신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공부하고, 주일미사 때 생태 동영상을 보면서 생태적 회심과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다. 복음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생태 교육에 힘썼던 본당은 이제 실천 단계를 거치며 더 발전적인 생태적 회심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신종호 신부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본당 교우들의 일상 안에 정착되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 확산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생태 교육을 넘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단계들로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또 “무엇보다 공동의 집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리에게 좋은 곳인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체험하길 희망한다”며 “깊어진 체험들 속에서 실천에 대한 다짐들이 싹을 틔우면 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6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1) 밥상의 순환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쉐손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지구의 울부짖음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현실,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하지가 지나 감자를 캤다. 캐고 보니 알이 작다. 좀 늦게 심은 탓도 있겠지만, 퇴비 섞는 일을 게을리한 탓이다. 퇴비의 좋은 성분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렸다. 이러니 감자알이 커지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보통 작물의 크기를 키우고 생육 기간을 당기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편하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될 일인데 우리는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학비료의 원료가 석유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료를 만들 때,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요리하며 식생활 교육을 하던 나는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기후활동가가 되었다. 먹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알고 농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1년을 밭에서 매주 살았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김현숙 농부님 밭 한쪽에 작지만 내 밭이 생겼고, 공동 농사도 한다. 사계절을 지내고 밭에서 배운 것은 순환이다. 농사를 시작하며 시작된 변화는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밭 한쪽 퇴비간에 붓고 톱밥을 잘 섞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다. 식생활 교육이 있는 날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챙겨가면 모두 묻는다. ‘왜요?’라고, 당연히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이다. 쓰레기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 먹거리를 키우는 순환에 대해서. 벼농사를 하니 왕겨와 짚이 넉넉히 생겼다. 왕겨는 마늘과 양파밭에 뿌려두면 긴 겨울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고 수확 전까지 풀도 잡고, 햇빛도 가려주고 적당히 습도도 유지시키는 아주 훌륭한 ‘멀칭’(Mulching, 바닥덮기) 재료가 된다. 짚은 생강을 심고 덮어둔다. 땅에서 나온 것들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또 다른 순환은 우리 몸에서 시작된다. 우리 밭에는 생태화장실이 있다. 오줌을 따로 모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오줌은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비료다. 비료의 3대 성분인 질소와 인, 칼륨이 모두 들어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오줌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다. 미국의 비영리민간단체인 ‘풍요로운 지구연구소’는 ‘식물은 우리를 먹이고 우리는 그들을 먹인다’며 오줌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다시 땅으로 보내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농촌에서 흔하게 보던 장면이었다.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를 깊게 파 보면 식량 문제가 드러난다. 식량 수출국들이 생산량 축소로 수출을 막으면서 수입국들은 곡물 가격 폭등과 식량난, 비룟값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시리아 내전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난민·식량·비료 문제를 겪으며 석유 기반 농업의 문제를 다시 확인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땅을 살리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며 물도 절약하고 하천의 오염도 막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법이 바로 생태순환적인 유기농업이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농사짓는 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글 _ 성미선 엘리사벳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으로, 인류의 가장 심각한 위기인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기도하며 사랑하자고 당부한다. 우리 농업 기반 채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구여행자의 레시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 양평의 김현숙 농부와 함께 공동체 ‘팀화요’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6면

대전 문창동본당, 재생에너지로 ‘자립’ 성공…“작은 실천의 힘 느꼈죠”

대전교구 문창동본당(주임 김동훈 안토니오 신부)이 공동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자립,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로부터 탄소중립 ‘LUNA’(달) 인증을 받았다. 올해 교구 내 첫 탄소중립 인증이다. 성당 외부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주차장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정도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내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기도와 나눔, 실천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작은 변화와 실천은 공동체 전체의 인식과 참여로 확산됐고, 탄소중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하느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의 첫걸음 본당이 탄소중립을 위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서기 전, 문창동성당은 38년 전 건립 당시 사용하던 등유 보일러와 전기 설비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었다. 특히 사제관과 성당의 창문도 옛날 그대로여서 단열 성능이 낮고 에너지 손실이 큰 상태였다. 등유 연료에만 매년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본당은 내부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2022년 대전교구가 전 본당을 대상으로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본당의 리모델링도 단순한 유지 보수를 넘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약을 핵심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23년 본당은 전면적인 에너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먼저 사제관의 창틀을 이중창으로 교체했고, 건물 전체의 조명은 LED로 전환했다. 창틀 교체가 어려운 공간에는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커튼을 설치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기도 공간과 나눔 공간을 분리해 필요시 부분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성전 내부의 냉난방기도 앞쪽과 뒤쪽으로 구역을 나눠 미사 참석 인원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난방 설비의 전면 교체였다. 기존의 GHP(Gas Heat Pump) 방식의 화석연료 기반 난방기를 EHP(Electric Heat Pump) 방식으로 바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전기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101.4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며 본당은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에 나섰다. 이는 교구의 탄소중립 목표 용량(67.27kW)의 1.5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지구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탄소중립 실현의 원동력은 ‘소통’이었다.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절약과 생태 전환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신자들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본당 사회복음화분과는 신자들에게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시설 교체의 이유를 주기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다.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리모델링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필요한 기금이 모였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중요한 변화였지만, 본당이 더욱 집중한 것은 ‘성당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자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독려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150여 명이 활동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중심으로, 소통과 실천이 활발한 조직망을 활용했다. 매주 활동 과제로 환경 관련 실천 사항을 제안해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본당은 주보를 통해 매주 환경 실천 항목을 소개하며 전 신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천은 거창하지 않다. 일회용품 줄이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있다’는 공동체의 결속력이 실천을 꾸준히 가능하게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비닐 대신 장바구니,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 하루는 다른 내일을 만들었다. 특히 매주 찾는 성당에서 그 주에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을 확인하며 신앙 안의 생활 습관이 되고 있다. 문혜영(율리안나) 씨는 “잊고 있었거나 귀찮아서 미뤘던 실천들을 주보나 레지오 활동 과제로 상기시킬 수 있다”며 “막연하게 지구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하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쉬운 실천을 제안해 주니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16면

5대 종단 종교환경회의, “인간 중심 ‘법 체계’ 넘어 지구 전체 고려해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종교인들이, 개발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환경 파괴 앞에서 법적으로 자연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이 모인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원불교 오광선 교무)는 6월 20일 서울 용산구 원불교 서울교당에서 ‘지구법과 종교가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바꾸자’ 주제로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번 대화마당은 지구법, 야생생물법,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강연과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기조강연에서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지구법과 야생생물법’ 발표를 통해,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넘어 지구 전체를 고려하는 법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구법은 ‘인간은 더 넓은 존재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그 공동체에 속하는 각 성원의 안녕은 전체로서 지구의 안녕에 의지한다는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는 법과 인간 거버넌스에 관한 철학 또는 사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지구법은 지구공동체의 우선성에 기반한 관리 체계와 법률을 요구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인간 중심적 규범에서 생명 중심, 지구 중심 규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구법학의 핵심은 존재할 권리, 거주할 권리, 그리고 생태계 내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권리 등 인간 외 생명체 역시 기본적인 권리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 있다. 한국의 야생생물법이 이 같은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짚은 박 교수는 “현행법은 멸종위기종을 지정하더라도, 필수 보존 서식지 지정이 자동으로 수반되지 않는다”며, “이후 별도 행정 절차와 행정청의 재량에 따라 보호구역이 지정되기 때문에 생물 보호에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생생물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재 그 자체의 권리와 서식지에 대한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에서 종교인들은 “모든 종교는 생명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지만, 우리는 왜 그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는가, 종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동등한 관계를 회복하며 생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16면

“우리 땅이 만든 건강한 밥상으로 생태 보전해요”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맞아 가톨릭기후행동(공동대표 양두승 미카엘 신부·박신자 여호수아 수녀·오현화 안젤라)은 지난 5월 29일 서울 종로구 무료급식소 종로밥집에서 지구를 살리는 ‘지구밥상’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이자 우리 농업 기반 채식문화활동가인 성미선(엘리사벳) 씨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프로그램에는 16명의 생태사도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제철 쑥과 버섯이 들어간 쑥애탕, 유기농 딸기를 갈아 현미 소면에 말은 딸기 국수, 싱싱한 톳과 삼잎국화나물이 들어간 김밥 등을 손수 만들며 우리가 밥상을 차리면서 할 수 있는 ‘생태적 회개’ 방법을 제시했다. 이날 만든 음식의 재료는 모두 직접 채취하거나 국내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쌉싸름한 삼잎국화는 초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성 씨는 “봄이 제철인 쑥도 단오 전인 5월까지는 향긋함이 유지되기 때문에 미리 뜯어놓고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힘든 딸기도 한 바구니 가져와 붉은색 단맛이 나는 딸기 국수를 만들었다. 다소 생소한 음식임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딸기 국수가 가장 맛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미밥에 미나리와 톳, 삼잎국화나물, 단무지 대신 참외 장아찌를 넣은 비건 김밥은 한 끼 식사로 든든할 뿐 아니라 자극적이지 않아 속도 편하다.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와 쑥, 버섯을 다져서 만든 완자를 국산콩 된장을 푼 국물에 끓인 쑥애탕은 된장으로만 맛을 냈음에도 풍미가 가득했다. 환경과 동물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육식을 줄이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소비하는 채식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는 ‘환경을 지키는 식생활’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우리 땅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았다. 성 씨는 “현재의 채식문화는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간편식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형태로 정착된 상황”이라며 “진정으로 환경을 살리는 식생활을 위해서는 우리 논과 밭에서 나온 농작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된 농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40%에 육박한다. 또한 다량의 농약 사용은 수질오염과 토양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성 씨는 지구밥상을 차리며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으며 어떻게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성 씨는 “2050년에 우리에게 다가올 기후위기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채소 섭취를 두 배로 늘리고 육류 소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며 “이때 우리가 소비하는 채소는 탄소 발자국이 덜 발생하는 지역의 먹거리와 소농의 건강한 생산물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톳과 삼잎국화, 쑥, 딸기 등 이날 사용한 식재료들은 바다와 땅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풍성하게 머금고 있었다. 제철 식재료를 손으로 다듬고 요리하고, 먹어보는 시간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행위가 아닌 지구와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배워 나가는 시간이었다. 지구밥상에 참가한 최희영(요안나) 씨는 “두부에 강황을 넣거나 완두콩으로 소스를 만드는 조리법을 배우며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다양한 채식 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 알게 돼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육식을 자제하는 밥상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정은지(마리아) 씨는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채식을 시작했는데 오늘 지구밥상에 함께하면서 기후위기와 채식이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다양한 제철 음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 지구와 나의 건강을 위해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6면

주교회의 생태위, “자연 한계 존중하며 해수 유통 늘려야”

새만금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바뀌려면 자연의 한계를 존중하고 그 한계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5월 30일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에서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 심포지엄을 열고 새만금 생명 공동체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했다. 문규현(바오로·전주교구 원로사목) 신부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의 관점에서 새만금 문제를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전망했다. 문 신부는 “환경, 경제, 사회 문제는 서로 분리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의 여러 측면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이윤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틀 안에서는 사물들의 실제적 가치, 인간과 문화에 주는 의미, 가난한 이들의 이익과 욕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사업은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그 곳에서 삶을 일궈온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을 빼앗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 신부는 “환경 착취와 파괴는 지역 공동체의 생계 수단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과 더불어 고유한 공동체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적 자원도 망가뜨린다”며 “새만금 사업은 정부 측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이 아니라 새만금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협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새만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인간은 자연의 한계 안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며 상시 해수유통과 수라갯벌 보전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문 신부는 “해수 유통을 늘려야 담수호의 수질이 개선될 수 있고 아울러 새만금 내부 갯벌을 보전했을 때 해양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며 “시화호의 사례와 같이, 해수 유통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수력발전을 추진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보와 수질 개선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개발을 이유로 2007년 12월 27일 ‘새만금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에 걸쳐 33.9km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됐다. 1991년 착공 당시에는 수자원 확보와 침수 피해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재생 에너지 단지, 스마트 수변 도시 등 각종 경제개발 계획이 가속화되면서 새만금호의 해수 유통이 제한됐다. 이후 해수와 담수가 층을 이뤄 산소가 이동할 수 없는 염분 성층화 현상으로 새만금은 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2024년 6월 새만금상시해수유통서명운동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3년까지 새만금 사업에 따른 전라북도 어업 손실액은 16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새만금 지역의 부안군 인구는 1990년 약 10만 3000명에서 2019년 5만 4000명으로 줄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6면

「찬미받으소서」 반포 10년…한국교회, ‘생태적 삶’으로 전환 다짐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포럼과 영화 상영, 기후 행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환경 보호의 사명을 성찰하고 하느님 보시기 좋은 지구촌을 만들어 가는 생태 사도가 될 것을 다짐했다. 2025년 찬미받으소서 주간(5월 24일~31일)을 시작하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와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등은 24일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를 각각 봉헌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박현동 아빠스 주례로 미사를 거행했다. 박 아빠스는 강론에서 “주교회의는 2020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따른 특별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했고 이듬해 5월 24일부터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제시하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살아가고 있다”며 “찬미받으소서 주간과 9월 창조시기를 맞아 한국교회는 매년 기도와 실천, 기후행동 캠페인, 생태환경 교육을 마련할 뿐 아니라 생태환경 사도직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아빠스는 이어 “기후위기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환경과 생명을 위한 정책은 더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권을 위한 중심 가치가 되고 있으며 지금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분별의 시간”이라고 전했다. 미사에 앞서 130여 명의 신자와 수도자들은 오후 6시부터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일대를 행진하는 기후캠페인을 열었다. 대구대교구는 24일 오전 11시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주교 주례로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그리스도인의 생태적 사명에 대해 성찰했다. 조 대주교는 강론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더 빠르고 편리하게 자신의 삶을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지구는 더욱더 뜨거워지고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거나 가야 할 길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 ‘새로운 사태’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당부했다. 대구대교구는 미사에 앞서 23일 오후 7시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대강당에서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 주최로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이자 생태신학 박사인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포럼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마다의 한계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 생명을 보듬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이 역사적 과제에 열정적으로 응답하는 신앙인, 그런 ‘희망의 순례자’로서의 소명에 충실한 이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성호 신부는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구대교구의 「찬미받으소서」 10년 여정을 되짚어 보며 더 많은 이의 동참을 당부했다. 임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위기가 단순하게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영적 위기라고 하시며, 생태적 회심을 통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온 인류에게 선포하셨다”며 “생태적 회심을 통해 생태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구는 26일 오후 7시30분 문창동성당에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문창동본당에 탄소중립 인증서 ‘LUNA’를 수여했다. 문창동본당은 생태영성 교육 및 실천활동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100%(RE100)를 달성했다. 한편 가톨릭기후행동,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등은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보내며 기후영화 ‘알바트로스’ 상영회(27일), 삼척 연대 방문(28~29일), 지구밥상(29일), 금요기후행동(30일),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 심포지움(30일)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발행일 2025-06-01 제3444호 16면

기후위기비상행동, 제21대 대선 앞두고 ‘기후의제’ 제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환경·시민·종교단체들이 2030년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의제를 제안했다. 가톨릭기후행동 등이 포함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5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장주의를 넘어서 정의로운 전환, 생태, 돌봄사회로 가자”고 차기 정부에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대통령 후보들이 개발·성장주의 정책만을 강조하고 신공항 건설, 핵발전소 계획 등 기후 부정의한 계획만을 발표하는 것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기후의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2030년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기후정의사회: 녹색전환, 정의로운 전환, 생태적 삶 전환 ▲생태사회: 기후·생태 국가 비전 ▲돌봄사회: 기후위기 방재·피해구제·돌봄확대 등을 꼽았다. 기후정의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탄소중립·녹색성장법 전면 개정과 공공성 중심 대중교통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채식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공공급식에서 채식 선택권 강화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생태사회를 위한 정책으로는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국회기후특위 상설화가 제안됐다.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단계적 목표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돌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복지기금 마련,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 에너지 피크 폭염 대응을 위한 기후·에너지 휴업제 도입 방안도 제시됐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거대 양당 후보들은 기후목표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더 많은 토건·개발 공사, 끊임없는 성장 지표 향상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며 “말로는 기후위기·생태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지만 현실에서는 거대한 그린워싱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정의 관점에서 지구위험 한계선을 고려한 21대 대선정책 평가를 진행하고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정책적 경향에 경종을 울리며 새로운 사회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기후의제를 강력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01 제3444호 16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 되새기며 생태적 회개의 삶 실천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과 개혁을 상징하는 가톨릭교회 수장이었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강조했던 교황은 2016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고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태 위기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회칙이 「찬미받으소서」다. 즉위한 지 2년 만인 2015년, 이 회칙을 발표한 교황은 공동의 집을 보호하는 일이 긴급한 과제라는 것을 역설한다.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지 10년이 된 2025년,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를 되새기고 생태적 회개를 위해 노력했던 한국교회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 2015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가 발표됐다. 회칙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Cantico delle creature)에 나오는 후렴구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이 찬가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집인 지구가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1항)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6장 246항으로 구성된 이 회칙을 통해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온전한 발전을 위한 접근법으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회칙의 핵심 개념은 온전한 생태학이다. 환경의 문제와 인간 사회의 문제는 서로 깊이 연관되므로 인간, 사회, 자연이 모두 온전히 하느님의 창조 세계로서 훌륭하게 보존될 수 있는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회칙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했던 교황의 의지는 회칙에서도 드러난다. 교황은 생태계의 파괴가 철저하게 가난한 이들, 남반구의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과 희생을 불러일으켰고, 기술의 발전은 지식과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편중돼 왔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피조물에 대한 무자비한 지배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과 나라들에 대한 억압과 지배로 나타났다. 그래서 생태의 위기는 곧 인간 생태의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배신하는 악덕이라고 강조한다. 환경에 관한 국제적 정치 안에서의 대화뿐 아니라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통해 “생태위기 앞에서 우리 모두 공동선을 생각하고 언제나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기억하며 인내와 절제와 관용을 필요로 하는 대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201항)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태적 회개, 즉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우리의 행위와 방관으로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해를 끼쳐 왔는지 깨달아야 한다(218항)고 전한다. 또한 회개를 통해 깨달은 것을 실천해 새로운 생활습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생태 위기는 곧 인간 생태의 위기” 생태적 회개·다양한 생태 교육 촉구 교구 차원 통독·정기 교육 등 진행 수도회, 생태 회칙 의미 전달에 집중 ■ 한국교회의 「찬미받으소서」 10년 여정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아 회칙 관련 교육 실시현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과 대구, 광주 등 15개 교구를 비롯해 거룩한 말씀의 회,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 노틀담 수녀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사랑의 씨튼 수녀회 등 16개 여자수도회가 설문에 응답했다. 「찬미받으소서」 통독 활동에 있어서 안동교구와 제주교구는 레지오마리애나 여성연합회와 같은 특정 단체가 통독을 했으며, 춘천교구는 70%의 본당이 찬미받으소서 분과를 신설해 자체적으로 통독했다. 부산교구는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 릴레이 통독을 실시했다. 2022년 교구장 사목지침에 따라 52주간으로 나누어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를 시작으로 52명의 교회 구성원들이 매회 3~5개항을 낭독하는 영상을 올려 접근성을 높였다. 「찬미받으소서」 정기 교육은 15개 교구가 모두 진행하고 있었다. 생태환경 부서가 없는 교구들은 정규교육과정이 없거나 유관 부서에서 「찬미받으소서」 교육을 담당, 청주교구는 교리신학원을 통해 교육했고 대구대교구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생태영성 40주간’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수도회의 경우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찬미받으소서」의 의미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는 생명교육 프라이머를, 노틀담 수녀회는 생태영성교육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영남지역 전환학교를 운영했다. 특히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대한 교육에도 집중, 찬미받으소서 주간에 생태미술전이나 친환경생활전 등과 같은 생태문화 축제를 기획했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는 회헌에 ‘생태영성’에 대한 내용을 삽입했고 올리베따노 수녀회는 ’찬미받으소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실천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 4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54회 가톨릭에코포럼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 관련 교육 실시 현황’에 대해 발표한 문점숙 수녀(마리루치아·노틀담 수녀회)는 ▲교구는 생태환경사목 담당 부서 마련과 본당 내 생태환경분과 확산 독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실재에 대한 심화교육 ▲ 하늘땅물벗에 대한 교구장들의 관심과 설립 의지 ▲세계청년대회에서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실천하는 청년의 모습이 드러나는 활동 등을 제안했다. 문 수녀는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산업문명의 노예생활에서 생태문명의 시대로 이끄는 우리 시대 생태적 모세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며 각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책임 있게 실천해야 할 때이다”라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6면

[특집] ‘기후변화’로 잿더미 된 이웃들 삶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져 모든 것을 태웠다. 산불영향구역은 서울 면적의 75%가량인 4만5157㏊(헥타르). 경상북도에 따르면, 4월 10일 현재 신고 피해액은 1조435억 원, 신고 복구액은 2조653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산불로 농축업 분야의 피해가 컸다. 10일 오전을 기준 산불 피해 현황은 농작물 3862㏊, 시설 하우스 783동, 축사 235동, 농기계 1만883대 등이다. 불길을 키운 것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산불이 잦아지고 있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됐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름에 따라 가뭄이 늘어나고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강풍과 번개가 빈번해지게 된 것. 산불피해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환경과 사회의 훼손은 특히 이 세상의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산불 ‘연중화’ 가속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발생율은 증가추세다. 산림청이 산불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 발생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은 1980년대 연평균 1112㏊에서 2020년대 연평균 8369㏊로 대폭 넓어졌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해 산불이 범국제적 재난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불 발생율 증가와 함께 두드러지는 변화는 산불의 연중화다. 산림청에 따르면,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에 집중됐던 산불이 12월과 1월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에도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산불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12월과 1월 평균 산불발생건수는 1990년대 38건에서 2000년대 57건, 2010년대 52건,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75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란 말이 있는데, 이는 나무들이 물을 머금어 수분함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정설이 무의미해졌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최근 10년 5~6월 산불발생건수가 882건으로 전체 산불 중 16.2%를 차지하였으며, 산불조심기간 외에도 산불발생 비율이 28.3%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산불조심기간 외 여름철, 겨울철에도 산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형산불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19년 6월 산불이 발생해 6개월 만에 진화되면서 산림 1억1860만㏊를 불태웠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산림이 불에 사라진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21년 7월 발생한 산불로 서울 면적의 6배가 넘는 38만9800㏊가 불탔다. ‘딕시’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산불은 발생 약 3개월 만에 진화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피해, 취악 계층에 악영향 비극 막기 위해 그리스도인 책임 있게 나서야 기후변화와 산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1979년부터 2022년까지 약 43년간 일본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온도, 상대습도, 풍속 등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더운 날씨와 건조한 기상 조건이 산불 발생을 촉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고,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발생해 산불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기온이 1.5℃ 높아지면 산불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0℃ 오르면 상승 폭이 13.5%로 커진다고 밝혔다. 온도, 습도, 강수량, 풍속 등을 토대로 산출하는 이 지수는 0부터 99까지이며 숫자가 클수록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같은 기관에서 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대형화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첫 번째로 기상조건을 꼽았다. 2024년 5월 이후 LA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했으며 이로 인해 탈 수 있는 연료가 말라 쉽게 발화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밖에 지형조건, 주민생활권 확장과 연료량 증가, 산불의 연중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과 단기적인 조건이 맞물려 산불의 규모와 강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오정학 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산불이 나는 연중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권 주변의 가연물질을 정리하고 숲을 가꿔야 산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경북·경남·울산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366만 톤CO2eq(이하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립산림과학원은 밝혔다.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의 잎과 가지가 불에 타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러한 배출량은 산불 피해 면적 및 산림의 양을 바탕으로 산정할 수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잠정 산불영향구역은 4만8239ha로, 산불 발생으로 인해 이산화탄소(CO2) 324.5만 톤, 메탄(CH4) 27.2만 톤, 아산화질소(N2O) 14.3만 톤으로, 총 366만 톤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366만 톤은 2022년 기준 산림에서 흡수한 온실가스 순흡수량 3987만 톤의 약 9.2%에 해당하며, 이는 중형차 약 3436만 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800km)할 때 배출하는 양과 동일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변하고 결국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목격한 그리스도인들은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 가난한 이들은 온난화와 관련된 현상에 특별한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생계는 자연 보호 지역과 농업과 어업과 삼림업과 같은 생태계에 관련된 일에 크게 의존합니다. … 우리의 형제자매가 관련된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모든 시민 사회의 기초인,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25항)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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