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미술 선구자’ 장발 화백 개인전, 9월까지 한림대서 개최

한국 교회미술의 초석을 놓은 선구자 고(故) 장발(루도비코, 1901~2001)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선종 후 25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강원 춘천시에 자리한 한림대학교 일송기념도서관 1층 한림대학교박물관에서 9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장 화백의 아들 고(故) 장흔 신부(코넬리우스, 미국 성 베네딕도회, 1931~2022)의 뜻에 따라 마련됐다. 장 신부는 미국 성 빈센트 수도원에 보관돼 있던 부친의 작품을 한림대학교에 기증하겠다는 유지를 남겼다. 전시에서는 장 신부가 기증한 작품 가운데 그간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장 화백의 성화와 추상화를 만날 수 있다. 에덴동산을 한국의 십장생(十長生) 이미지로 치환해 표현한 <에덴의 여성>과 <에덴의 남성>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 밖에도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빛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을 담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갓과 한복 차림으로 십자가를 높이 들고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고개를 맞댄 자매가 굳건한 신앙을 다짐하는 <성녀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 강직한 신앙을 지닌 순교자의 모습을 정적으로 표현한 <성녀 유 체칠리아>, 한국교회 공동체의 역사와 평신도의 삶을 담아낸 <신부님과 세 명의 신자> 등을 볼 수 있다. 한국 전통 서예와 서양 물감을 결합한 추상화 <무제> 연작도 함께 공개된다. 1세대 서양화가인 장 화백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중요한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일본 도쿄미술학교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을 지냈다. 교육자이자 행정가로 활동하다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추상 작품 제작에 전념했다. 1984년에는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장면(요한) 총리의 동생이자, 춘천교구장을 지낸 고(故) 장익(십자가의 요한) 주교의 숙부이기도 하다. 장 화백은 한국 교회미술에도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의 제단화 <14사도>를 제작했으며, 신자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최초의 현대식 성당으로 평가되는 혜화동성당 건립에도 참여했다. 특히 1955년 ‘성미술전람회’를 열어 현대 미술가들을 성미술의 장으로 이끌며 한국 교회미술의 토착화와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조정래 한림대학교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장 화백의 깊은 신앙에서 비롯된 성화와 동서양의 조형성이 어우러진 추상화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라며 “그가 구축한 독자적인 예술 세계와 그 흐름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중,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30분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사전 예약을 통해 운영된다. 전시와 연계한 인문학 강좌 ‘시민박물관대학’도 이어진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하느님의 건축가’ 이름 뒤에 가려진 가우디 조명…「레우스 수기」,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가경자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선종 100주년인 6월 10일, 그의 평생의 역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당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레오 14세 교황이 축복하며 세계의 시선이 다시 가우디에게 향했다. 우리는 가우디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은 ‘하느님의 건축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들여다보게 한다. 가우디는 생전 많은 글을 남기지 않았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성가정 대성당 부지 안 작업실이 방화로 전소되면서 그곳에 보관돼 있던 노트와 도면 등도 함께 소실됐다. 이 때문에 그의 건축 세계는 주로 완성된 작품을 통해 해석됐다. 「레우스 수기」는 가우디가 직접 남긴 글들을 모은 책으로, 그의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기록이다. 책에 실린 열세 편의 글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가우디의 기록 가운데 사실상 전부에 가까운 사료이며,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서신과 기사글도 함께 수록됐다. 책의 전반부를 이루는 ‘레우스 수기’는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한 1873년부터 졸업 이듬해인 1879년까지 7년 동안 사용한 노트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레우스’는 가우디가 태어나고 성장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도시명이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이 글들은 건축가로 첫발을 내디딘 청년 가우디의 내면을 보여 준다. 특히 가우디는 건축을 단순한 미적 성취의 영역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구조와 경제성, 도시의 가로등과 공공건축, 인구 구성 등까지 살피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건축을 고민했다. 흔히 ‘영감의 건축가’로 소비되던 이미지와 달리, 재료의 물성과 제작 방식, 비용과 효율까지 고려한 치밀한 사유의 흔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레우스 수기」가 젊은 건축가 가우디를 비춘다면,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문헌과 교회 기록, 건축 작품을 따라가며 그의 생애와 신앙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레우스와 인접한 타라고나 출신의 사제이자 성서학자인 저자는 바르셀로나대교구장 후안 호세 오멜라 추기경의 요청에 따라 가우디의 시복 절차에 필요한 생애와 신앙 등에 대한 조사를 맡아 왔다. 이 책은 방대한 실증 자료와 동시대 기록,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가우디의 삶을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가우디를 성급히 성인처럼 그려내지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의 병약한 몸과 경제적 어려움, 작업을 둘러싼 갈등과 고독까지 한 인간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살피며, 그가 어떻게 건축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는지를 추적한다. 가우디에게 건축은 예술적 성취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연을 모방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하느님 창조 질서가 드러나는 자리로 바라봤다. 건축은 그 질서를 읽고, 재료와 구조와 빛을 통해 다시 표현하는 일이었다. 특히 성가정 대성당은 그에게 하나의 작품을 넘어, 신앙을 삶 전체로 살아내는 자리였다. 말년의 가우디는 세속적 명예와 거리를 두고 성가정 대성당 작업에 몰두했으며, 검소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끝까지 붙들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우디를 복원하는 두 권의 책은 세계적 관광 명소로서의 성가정 대성당이 아닌, 그곳을 평생의 과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 ‘가우디’ 자체를 바라보게 한다.

발행일 2026-06-21 제3496호 15면

“교회,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 들어야”⋯「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 개혁」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우리신학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저자가 교황의 말과 실천을 기록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연재했던 글을 한데 묶은 책으로, 교황이 던진 질문을 한국교회 현실 안에서 되짚은 기록에 가깝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지향했던 교황의 사목적 비전과 평신도 신학 운동의 공명을 다룬다. 이어 교회 안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충분한 설명과 성찰 없이 행정적 조치나 침묵으로 넘겨 온 관행을 돌아보며, 성직중심주의가 교회 공동체 안에 남긴 상처를 성찰한다. 저자는 성직주의를 부추기는 신학이 사제와 평신도를 질적으로 다른 존재처럼 구분하고, 그 차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저자는 교회 문화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제안하며, 교황의 2017년 교회법 제838조 개정을 그 사례로 든다. 라틴어 전례서의 자국어 번역이 교황청의 검토와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다뤄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 주교회의가 자기 언어와 문화 안에서 전례문을 식별하고 승인한 뒤 사도좌의 확인을 거쳐 출판하도록 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권위주의적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확장하려 한 교황의 개혁 방향을 본다. 아무리 원본에 가까운 번역이라도 소수의 성직자와 신학자만을 위한 것이라면, ‘하느님 백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의 신앙 감각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은 개혁을 교회 내부의 제도 변화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후반부에서는 여성, 전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평신도와 성직자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주요하게 다룬다. 평신도와 여성의 목소리, 지역교회의 경험이 배제되지 않는 교회, 세상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교회를 교황이 남긴 과제로 읽으며, 이 책의 핵심인 ‘시노드’를 강조한다. 저자는 시노드를 교회 개혁을 위한 하나의 행사나 절차가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를 바꾸는 방식으로 읽는다. 주교들만의 회의가 아니라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식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교회 역시 시노드가 행정 절차나 일부 구성원의 논의에 머물지 않고, 본당과 신자들의 삶 속에서 평등한 대화와 공동협력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의 동등한 파트너십과 공동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시노드 정신은 참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적극 동참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유언과 같다”고 밝힌다.

발행일 2026-06-21 제3496호 15면

바로크 앙상블 ‘르 콩소르’ 내한…“16세기 교회로의 초대”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클래식음악의 중요한 뿌리 가운데 하나는 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원과 성당은 신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음악가를 길러낸 교육기관이자 연주 현장이었다. 미사와 성무일도, 성가와 오르간 음악 안에서 다듬어진 선율과 화성은 훗날 궁정과 극장으로 뻗어 나갔다. 특히 16세기 종교개혁에 대응해 1545년부터 156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열린 트리엔트공의회는 교회의 신앙과 전례를 새롭게 정비한 전환점이 됐다. 공의회 이후 교회는 교리를 분명히 가르치는 한편, 신자들의 마음과 감각에 호소하는 예술을 적극 활용했다. 성당의 건축과 회화, 조각, 음악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발전했다. 바로크 예술은 이처럼 눈과 귀로 신앙을 전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꽃피었다. 오는 6월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로크 앙상블 ‘르 콩소르(Le Consort)’ 공연은 바로 그 시대의 음악을 만나는 자리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미사곡이나 모테트 같은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바로크 기악이 교회음악의 토양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들려준다. 공연에는 안토니오 비발디를 비롯해 장 필리프 라모, 장 프랑수아 당드리외,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등의 작품이 오른다. 주요 작곡가들의 삶을 따라가면 성당과 신앙, 교회 음악기관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히 비발디는 1703년 사제품을 받아 ‘붉은 신부’로 불렸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자선원이자 음악교육기관인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à)’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기악곡과 성음악을 남겼다. 프랑스 바로크를 대표하는 라모와 당드리외 역시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다. 라모는 클레르몽 대성당 등에서, 당드리외는 파리 생 메리 성당 등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다. 성당에서 익힌 화성과 선율은 훗날 건반음악과 실내악으로 확장됐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르 콩소르는 2015년 창단한 바로크 앙상블이다. 2017년 ‘발 드 루아르 국제 고음악 콩쿠르(Concours International de Musique Ancienne du Val de Loire)’에서 1위와 청중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주요 공연장과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도 잇달아 초청되며 차세대 바로크 앙상블로 자리매김했다. 섬세한 시대적 해석과 음악적 통찰로 고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아 드 스와르트와 소피 드 바르도네슈, 첼리스트 아나 살젠스탱, 하프시코디스트 쥐스탱 테일러 등 르 콩소르의 핵심 멤버들이 함께한다. 서울주보 소지자는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서울주보 지류 또는 애플리케이션의 할인 안내문을 제시하면 된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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