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사랑·인 공통 가치로 공감대 모색”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유교와 공식적인 첫 만남에 나서며 종교간 대화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종교간대화부는 8월 4일부터 5일까지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를 주최했다. 이번 학회의 주요 논의 내용을 ‘최종 공동성명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는 5일 “두 종교의 참된 만남이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모두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학회는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주최하고 주교회의, 성균관, 서강대학교가 공동 협력해 ‘이상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기여를 위한 대화: 새 하늘, 새 땅과 대동(大同)’을 주제로 열렸다. 종교간대화부는 1년 전부터 성균관, 서강대와 이번 학회를 준비해 왔다.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청 대표단과 인도네시아, 홍콩, 미국 등 12개국 신학과 철학, 종교학, 유교학 전문가들이 학회에 참가해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핵심 가치인 새 하늘과 새 땅, 대동, 그리고 사랑과 인(仁)이 지닌 공통점을 탐구했다. 또한 두 개념이 현대사회에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찾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회를 마치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참가자 일동’ 명의로 나온 최종 공동성명서 발표는 종교간대화부 차관보 폴랭 바타이르와 쿠부야 신부가 맡았다. 학회 참가자들은 최종 공동성명서 채택을 위해 이틀간 이어진 학회에서 모두 8개의 세션 발제와 그룹 토의를 이어갔다. 제1세션에서는 종교간대화부가 기획하고 그리스도교-유교 연구 그룹이 공동 프로젝트로 제작한 「그리스도교와 유교 대화 지침서」를 발표했다. 이 지침서는 아시아적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와 유교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필수적인 틀을 제공하고 있다. 최종 공동성명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교가 희망하는 새 하늘, 새 땅과 유교가 지향하는 대동 곧, 큰 조화와 큰 일치를 성찰하면서, 두 전통 모두가 정의와 연민, 평화, 모든 이를 향한 돌봄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유교와 그리스도교 전통이 서로 다른 종교적, 철학적 토대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학회를 통해 중요한 공통점을 찾게 된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급속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 “인공지능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유교의 인, 어짊의 정신과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라는 가치에 바탕을 두고, 모든 기술 발전이 인간 존엄과 윤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최종 공동성명서는 유교 고유 용어 표기에 대해 상이한 견해가 제기됨에 따라 성균관과 종교간대화부 실무자 논의를 거쳐 그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이와 관련해 “처음 시작을 잘했으니, 앞으로 바른길을 세워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회 참가자들은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유하고 최종 공동성명서 발표 후, 제2회 학회는 2028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제3회 학회는 2030년에 홍콩에서 개최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쿠바카드 추기경 등 종교간대화부 대표단은 한국 사회의 종교간 대화 촉진을 위해 2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과 원불교 원남교당, 3일에는 불교 진관사와 천도교 중앙대교당, 한국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을 방문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한 교황청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쿠바카드 추기경은 “한국은 역사와 문화, 종교가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라”라며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종교의 공통된 의무”라고 말했다.

“2027년 서울에서 만나요”… 산티아고 광장 달군 한국 청년들

한국무용·K-POP 공연 선보이고 순례 여권에 서울 WYD 도장 전 세계 순례자 300여 명 호응…“순례의 길, 서울로 이어지길”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첫 거리 공연을 성황리에 펼치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알리는 산티아고 순례길 홍보 여정을 시작했다. 홍보단은 8월 5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주교좌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한국무용과 K-POP(케이팝)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대성당 앞 광장에는 순례자와 관광객 등 약 300명이 모여 한국 청년들의 무대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홍보단의 스페인 여정 중 처음 열린 공식 무대였다. 홍보단은 8월 4일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 5일 스페인 국내선 항공편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단원들은 산티아고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국무용과 K-POP 무대를 선보이며 서울 WYD를 소개하고, 광장을 찾은 순례자들에게 서울에서 열릴 전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를 알렸다. 공연에 앞서 단원들은 오브라도이로 광장 일대에서 서울 WYD 홍보물과 굿즈를 나누며 순례자들을 만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광장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봤으며, 일부는 박수와 환호로 한국 청년들의 무대에 화답했다. 홍보단은 산티아고 순례길를 찾은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에게 “2027년 서울에서 만나자”고 초대했다. 홍보단은 공연장 한쪽에 서울 WYD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산티아고 순례자 여권(Credencial)에 서울 WYD 도장을 찍어 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순례자들은 공연을 관람한 뒤 부스를 찾아 자신의 순례 여권에 도장을 받으며 서울에서 열릴 신앙 축제와의 인연을 남겼다. 홍보단 단장 윤상현(비오) 신부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서울 WYD의 만남을 “산티아고 순례길의 순례가 서울로 이어지도록 초대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주교좌성당을 배경으로 한국무용과 K-POP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내년에 한국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보단은 8월 6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주교좌성당의 순례자 미사인 ‘보타푸메이로 미사’에 초대받아 참여하고,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선보인다. 이후 아르수아, 팔라스 데 레이, 포르토마린, 사리아 등 산티아고 순례길 주요 지역에서 공연과 거리 홍보를 이어 갈 예정이다.

입력일 2026-08-06

“세계청년대회(WYD)가 내 삶을 바꿨습니다”

“교황님의 옷자락만이라도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첫영성체를 준비하며 바친 한 소녀의 기도는 오랜 시간이 지나 세계청년대회(WYD)를 통해 이뤄졌다. 2027 WYD 부산 교구대회 청년 대표이자 봉사자로 나선 정수빈(안나·부산교구 성가정본당) 씨는 자신이 체험한 WYD의 감동을 다시 한번 세계 청년들과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신앙생활에서 멀어져 있던 한 청년은 WYD에서 자신의 삶을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발견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청년들이 한목소리로 기도하고 서로를 환대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 청년은 이제 안동교구 이민우(테오필로) 부제가 돼 사제의 길을 향해 걷고 있다. 가톨릭신문이 2027 서울 WYD를 1년 앞두고 특집 <청년을 만나다>를 유튜브에서 선보인다. 특집은 역대 WYD 참가자와 2027 서울 WYD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만나, WYD가 그들의 신앙과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듣는 8부작 시리즈다. WYD는 수많은 청년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넘어, 한 사람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신앙의 여정이다. 일상에 지쳐 신앙생활마저 쉬고 있던 청년에게는 다시 하느님을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젊은이에게는 성소를 발견하는 자리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기도가 이뤄진 순간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받은 환대와 사랑을 다른 청년에게 전하겠다고 결심한 출발점이었다. 특히 영상에는 거창한 구호보다 청년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담겼다. 신앙이 흔들렸던 순간과 하느님을 다시 만난 경험, 수많은 청년 사이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달은 기억, 그리고 2027년 한국을 찾을 세계 청년들을 맞이하는 설렘과 고민을 생생하게 전한다. 2027년 여름, 세계의 청년들이 서울에 모인다. 그러나 WYD는 대회가 열리는 날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기꺼이 맞이하려는 마음,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일상에서 신앙을 살아내려는 작은 실천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청년들의 진솔한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1년 뒤 서울에서 펼쳐질 만남의 모습을 조금 먼저 만나게 된다. 그리고 WYD를 기다리는 일이 단순히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에 찾아오시는 하느님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하는 일임을 발견하게 된다. <청년을 만나다>는 7월 29일 정수빈 씨 편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가톨릭신문 유튜브 채널(https://m.site.naver.com/2dX76)에서 공개된다. ※출연 문의: david983@naver.com

입력일 2026-08-06

종교환경회의 “홍천 양수댐 건설 즉각 백지화하라”

천주교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는 8월 3일 ‘김성환 장관은 스스로 인정한 잘못 꿰어진 첫 단추,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홍천 양수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대에 추진하는 600㎿ 규모의 발전 시설이다. 상·하부댐과 지하발전소 등을 건설해 2032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천군은 2019년 양수발전소 유치를 신청했고, 같은 해 풍천리 일대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산림 훼손과 주민 이주, 생계 기반 상실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특히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된 잣나무 군락 훼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성명에서 “극한 폭염으로 지구의 존속과 인류의 생존마저 염려해야 할 국가적 기후 비상사태”라며 “대규모 산림을 베어내고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주민들을 추방하는 것은 야만적 국가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연은 자본과 행정의 편의에 따라 착취할 이용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라며, 홍천 양수댐 건설은 명분과 경제적 실익이 없는 졸속 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앞서 종교환경회의 대표자들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사업 백지화와 풍천리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7월 4일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장관은 절차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하고, 최종 결정 전 주민 대표들과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 대표들과의 간담회는 8월 5일 열릴 예정이다. 종교환경회의는 이번 간담회를 “장관의 진정성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라고 규정하고, 절차 검토 내용과 주민 의견 수렴 결과, 향후 조치와 최종 입장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주민들이 살아온 터전은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할 성소”라며 “김 장관은 스스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라고 규정한 말에 책임을 지고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입력일 2026-08-04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공식 주제가 공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전 세계 청년들의 순례 여정에 함께할 공식 주제가가 공개됐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을 꼭 1년 앞둔 8월 3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지윤(프란치스코) 작곡가가 만든 공식 주제가 <Confidite, Ego Vici Mundum(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을 공개했다. 주제가는 합창과 관현악의 웅장한 울림을 살린 클래식 버전과 청년들이 보다 친숙하게 부를 수 있도록 편곡한 팝 버전으로 제작됐다. 주제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에 접수된 433곡 가운데 선정됐다. 국내에서 140곡, 해외에서 293곡이 출품됐으며, 조직위의 1차 심사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심사를 거쳐 김 작곡가의 작품이 최종 선택됐다. 대회 주제성구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부르고 기억할 수 있는 음악으로 풀어냈다. 노래는 “동쪽에 떠오른 빛을 따라온 너와 나, 잠들던 마음을 깨워 걸어가기 시작하네”라는 한국어 가사로 출발한다. 이어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서로의 길을 비추어라”라고 노래하며 두려움과 흔들림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걸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후렴에서는 대회 주제성구를 라틴어로 반복해 그리스도께서 이미 세상을 이기셨다는 믿음을 고백한다. 인터내셔널 버전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가 사용됐다. 한국 전통 악기와 현대적인 편곡이 어우러졌으며, 뮤직비디오는 서울의 주요 풍경과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함께 노래하고 순례하는 모습을 담아 개최지 한국의 문화와 세계 교회의 보편성을 함께 드러냈다. 가톨릭계 외신들은 주제가에 담긴 한국 교회의 역사와 오늘날 청년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특히 ‘동쪽에서 떠오른 빛’으로 시작하는 가사와 한국 전통 음악의 요소에 주목했다. 서울 WYD가 개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여러 언어와 음악을 통해 세계 청년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교황청 전교기구 피데스통신은 뮤직비디오에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와 새남터 순교성지, 가회동성당과 약현성당 등 한국교회의 순교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이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또 클래식 버전에 가야금·해금·소금이, 팝 버전에 태평소와 장구·북·징·꽹과리 등 한국 전통 악기가 사용된 점을 전하며, 주제가가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과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 청년들에게 알리는 노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가톨릭매체 알레테이아는 “잠들던 마음을 깨워 걸어가기 시작하네”라는 가사를 취업과 미래에 대한 압박, 심리적 어려움에 놓인 한국 청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초대로 해석했다. 불안과 좌절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승리를 믿고 다시 길을 나서도록 이끄는 노래라는 평가다. 바티칸뉴스는 주제가가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세계 청년들의 여정에 함께할 뿐 아니라, 대회가 끝난 뒤에도 만남과 기도, 신앙 체험을 되살리는 ‘한 세대의 기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언어와 한국적 선율이 어우러진 주제가가 국적과 문화를 넘어 세계 청년들을 하나의 신앙으로 연결하는 ‘친교의 노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르투갈 주교회의 통신사 에클레시아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주제가가 청년들의 영적 준비를 돕는 “사목 도구”라고 소개했다. 공개 직후 공식 뮤직비디오와 최초 공개 영상 댓글에는 서울 WYD를 향한 기대와 응원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세계청년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세계 청년들에게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다른 누리꾼은 “한국 청년봉사자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대회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주제가 제작자와 대회 준비 관계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기도를 보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해외 청년들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교구의 한 시청자는 “주제가에 감사한다”며 지역교회의 사랑과 인사를 전했다. 한국어와 여러 언어가 어우러진 주제가가 공개되면서 서울을 향한 세계 청년들의 순례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반응이다. 주제가 공개는 지난 3년 동안 기반 구축에 집중해 온 서울 WYD 준비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조직위는 오는 10월 순례자 등록시스템을 열고, 숙박·교통·안전·의료 체계 구축과 봉사자 양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위원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지난 시간이 대회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1년은 전 세계 청년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완성하는 시간”이라며 “세계청년대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대한민국과 서울의 따뜻한 환대와 연대를 보여주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7 서울 WYD 본대회는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가 세계 각국 순례자를 맞이하는 교구대회를 개최한다. 아시아에서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 이후 두 번째이며, 그리스도교가 다수 종교가 아닌 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다.

입력일 2026-08-04

서울 WYD 조직위, 신라스테이와 업무협약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는 7월 30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신라스테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세계청년대회 기간 중 주교단 등 주요 인사의 숙박 및 연회 운영 협력 ▲객실과 회의실, 부대시설 이용에 관한 협의 ▲행사 기간 객실 및 행사 공간 우선 검토와 잠정 확보 ▲참가자의 원활한 체류를 위한 객실 운영 및 식음 서비스 지원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방한하는 교회 지도자와 국내외 주요 인사가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체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국제행사에 걸맞은 숙박 운영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WYD에는 전 세계 수많은 청년과 성직자, 수도자, 교회 관계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특히 각국 주교단 등 주요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위 사무총장 김남균(시몬) 신부는 “서울 WYD는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청년들을 맞이하는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안정적인 숙박 환경과 세심한 환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신라스테이가 대회 준비에 적극 동참해 주신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체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오 신라에이치엠 대표는 “신라스테이는 국내외 다양한 고객을 맞이하며 축적해 온 서비스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는 청년들에게 최상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대회가 열리는 2027년까지 조직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세계청년대회가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국제적인 축제로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입력일 2026-08-03

[가톨릭 쉼터]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의 소록도 봉사 현장을 가다

한센인 강제 격리와 차별의 역사를 간직한 소록도.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는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흥군 소록도 일대에서 ‘제37차 소록도 나눔활동’을 열고 한센인들의 삶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1980년 창립한 성 다미안회는, 벨기에의 성 다미안 신부가 하와이 제도 몰로카이섬에서 실천한 사랑을 본받아 한센병 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소록도의 아픔을 함께하며 편견과 낙인을 지워가는 이들의 나눔 현장에 함께했다. 아픔의 섬에 건넨 손길 고흥반도 끝자락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에 자리한 소록도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 절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한센인들이 겪은 차별과 핍박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1916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한센병 환자 격리를 위해 자혜의원을 설치한 뒤 강제수용과 노역, 이동 제한 등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7월 24일 소록도의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는 웃으며 일하는 성 다미안회 봉사자들이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간병, 이미용, 성당과 수녀원 정비, 도배·장판 교체와 방충망 정비, 예초 작업 등으로 나뉘어 국립소록도병원 환자와 주민들을 도왔다. 성 다미안회는 1984년 소록도 나눔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태풍으로 입도하지 못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활동을 이어왔다. 누적 봉사자는 4800여 명. 올해도 150여 명이 참가했다. 동생리 최성운(요한 세례자) 이장은 “냉장고, 실외기, 에어컨 필터처럼 나이 든 주민들이 직접 청소하기 어려운 것들도 해줘서 다들 고마워하고, 덕분에 살기 좋다고 많이들 말한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이미용이다. 머리 손질뿐 아니라 파마와 염색까지 해줘 활동 장소는 늘 주민들로 북적인다. 차례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봉사자들과 안부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봉사자들은 병원 밖으로 나오기 힘든 입원 환자들을 위해 병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40년 넘게 활동에 참가해 온 여혜숙(에스텔) 씨는 “한센인들과 함께하는 일이 늘 보람차고,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주민자치회는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고자 2021년 옛 소록도 공회당에 기념비를 세웠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는 늘 기도가 함께한다. 봉사자들은 매일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삼종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단순한 봉사를 넘어 피정에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소록도를 찾는다. 성 다미안회 강승표(마르코) 회장은 “활동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의지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의 중심은 신자들이지만 제주도 내 비신자들도 봉사자로 참여한다. 함께 땀 흘리고 미사에 참여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앙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마친 뒤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봉사가 이웃을 돕는 일을 넘어 봉사자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낙인을 지우기 위해 소록도에는 현재 3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고, 주거 환경과 경제적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2007년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생활 속 불편과 사회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주민 대다수는 고령층,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빈곤이 일상화돼 있다. 수입도 자활근로 사업으로 벌 수 있는 평균 45만 원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낙인이다. 유전병이 아닌 제3종 법정 전염병인 한센병은 약으로 치료 가능하며, 전염력도 약하다. 그럼에도 과거 ‘하늘이 내린 벌’이라 불린 인식이 남아있고, 차별이란 병은 한센인 2세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한센인 2세를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도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일본은 2019년 「한센병 전 환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가족관계에 따라 1인당 130만~180만 엔(한화 약 1390만~193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 강호열(아우구스티노) 사무장은 “우리 2세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왕따당하고, 이유 없이 맞으며 온갖 차별과 혐오에 시달렸다”며 “여건이 되는 대로 청와대에 방문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은 이러한 편견을 덜어내는 데에도 힘을 보탠다.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센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치유’인 셈이다. 제주교구 사회사목국장 이건용(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예수님께서는 성경에서 한센인들의 병을 치유하실 뿐만 아니라, 다시 공동체의 생활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셨다”(마르 1,40-45 참조)며 “봉사자들이 활동을 계기로 한센인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토대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활동에 참가한 다미안회 봉사자들도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보(안토니오·제주교구 광양본당) 씨는 “사회적 노력으로 소아마비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 것처럼, 한센병에 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홍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석우(미카엘·제주교구 새서귀포본당) 씨는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1면

[AI 말고 인간!] AI가 빠르다? 그래도 인간이 먼저 도착한다

채팅창에 질문을 남기면 AI는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다. 몇 초 만에 문장이 줄줄 이어진다. 그 앞에서 사람은 이상하게 조급해진다. 나도 이만큼 빨리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메시지에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불안하고, 검색 결과가 바로 뜨지 않으면 답답하다. 물건을 살 때도, 밥을 고를 때도, 진로를 정할 때도 우리는 점점 더 빨리 정하려 한다. 빠른 것이 곧 좋은 것이라고, 우리는 어느새 믿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빠른 결정이 좋은 결정일까. 중국 칭다오대학교 심리학과 궁쥔 연구팀은 2026년 4월 이 질문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같은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돈과,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는 도박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참가자들은 한 번은 1초 안에 서둘러, 또 한 번은 시간제한 없이 여유롭게 같은 선택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참가자들의 눈이 어느 선택지를 얼마나 오래, 몇 번이나 바라보는지 정밀한 장비로 하나하나 살폈다. 결과는 뚜렷했다. 1초 안에 골라야 했던 순간, 참가자들은 두 선택지를 제대로 비교하지 못했다. 눈길이 한쪽에만 짧게, 그것도 몇 번 머물지 않고 곧바로 결정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급히 고른 답은 눈에 먼저 들어온 정보나 표현에 쉽게 흔들렸다. 특히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일수록 더 크게 흔들렸다. 정작 신중해야 할 순간에 오히려 더 성급해진 것이다. 반대로 시간이 충분했을 때는 같은 사람들이 양쪽을 여러 번 오가며 천천히 비교했고, 그만큼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도도 훨씬 적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급하게 고른 답은 그 순간엔 빨라 보이지만,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고치는 일이 잦다. 실수를 바로잡느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충분히 살피고 고른 답은 처음엔 느려 보여도 다시 손댈 일이 적다. 결국 끝까지 다시 헤매지 않고 가는 쪽은, 서두른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살핀 사람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누른 주문 버튼은 다음 날 반품으로 돌아오고, 화가 난 채로 보낸 문자는 나중에 사과할 말을 덧붙이게 만든다. 회의 중 서둘러 정한 결론은 결국 다시 모여 논의하게 만들고, 급하게 정한 진로는 몇 해 뒤 다시 갈림길 앞에 세운다. 그 순간엔 빨랐어도, 전체로 보면 시간을 두 번 쓴 셈이다. 우리가 오래 써온 ‘빨리빨리’라는 말도 사실은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무조건 서두르라는 말이 아니라, 다시 하지 않도록 한 번에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 AI는 빠르다. 하지만 그 빠름은 단 한 번의 대답일 뿐,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오늘 내린 결정을 안고 내일을 살아야 하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언젠가 되돌아가 다시 걸어야 한다. 그러니 사람에게 진짜 빠름이란,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서두르다 놓친 것은 없었는가. AI가 빠르다? 그래도 인간이 먼저 도착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6면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서] 폰테 콜롬보, 규칙서를 받은 프란치스코의 시나이산

이탈리아 리에티 지역, 수백 년 된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해발 550m의 폰테 콜롬보(Fonte Colombo)는 원래 파르파 베네딕도 대수도원의 소유지였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은수자들이 사용하던 작은 ‘마리아 막달레나 경당’이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이 경당을 중심으로 기도 생활을 이어 갔고, 오늘날에도 경당 안에서는 그가 직접 벽에 그렸다고 전해지는 ‘타우(ת)’ 십자가를 볼 수 있습니다. 탈출기 12장에 나오는 파스카 축제에 대한 이야기에서 직접적인 타우를 언급하진 않지만, 문설주와 상인방의 형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른 피의 문은 그들의 히브리어 알파벳 타우(ת) 모양과 같았고 이 표시는 ‘이집트로부터 해방’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타우는 히브리어의 마지막 알파벳이며 세상의 마지막 날을 상징하는 예언의 표시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어의 마지막 알파벳인 오메가(Ω) 또한 요한묵시록에 쓰인 것처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타우를 처음 접한 것은, 제4차 라테란공의회가 있던 1215년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이 개회식에서 언급하면서라고 합니다. 교황은 에제키엘서의 타우 표식을 인용하며, 자신도 모든 교회가 가난한 옷을 입고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인장을 이마에 찍어주길 희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미 그의 나이는 죽음까지 1년도 안 남아 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도전으로 초대하였습니다. 이 설교를 듣고 있던 많은 군중 사이에 프란치스코가 있었고 교황의 말씀은 메아리가 되어 프란치스코에게 강한 부름으로 마음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이때부터 프란치스코는 더욱 열정적으로 참회와 회개로 이끄는 설교를 하였고, 그 표시로 자신 가까이 오는 모든 사람에게 타우의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표식은 사람에게만 그친 것이 아니라, 서명처럼 자신의 편지와 자신이 기도하던 마리아 막달레나 경당에도 그려 넣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타우는 참회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었고 그리스도의 삶과 승리의 표시였습니다. 그래서 타우 십자가는 프란치스코에게 누구보다도 특별하였고 구분되는 것이었습니다. 샘물을 뜻하는 ‘폰테(fonte)’와 비둘기를 뜻하는 ‘콜롬보(colombo)’가 합쳐져 만들어진 ‘폰테 콜롬보’라는 이름은, 프란치스코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작은 비둘기들이 샘물 주위에 모여 물을 마시고 있던 모습에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샘물을 마시며 평화를 누리는 비둘기들을 보면서, 프란치스코 또한 주님의 생명의 물을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을 것입니다. 성인이 살아 있을 당시, 프란치스코회는 이미 수천 명의 형제를 거느린 공동체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선종 이전부터 형제들 가운데는 프란치스코의 규칙이 너무 금욕적이고, 개인과 공동체의 절대적 가난을 지키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또 설교를 통한 선교 생활에도 맞지 않는다며, 기존 수도원주의와 금욕주의 사이에서 중도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성인은 수도회 총봉사직을 사임하고, 1223년 폰테 콜롬보에서 40일간 단식한 뒤 완화된 규칙서를 마련해 호노리오 3세 교황에게 인준을 받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형제들 가운데에는 이 규칙서마저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해, 그것이 교황의 손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없애려 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에 프란치스코는 이 규칙서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오시어 직접 말씀하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규칙서를 지키지 않으려면 수도회를 떠나야 한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1223년 11월 29일 호노리오 3세 교황은 인준된 규칙서를 반포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폰테 콜롬보는 모세가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은 것처럼, ‘프란치스코의 시나이산’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6세기 베네딕토 성인이 건물 안에 사는 정주 수도원을 위한 보편적인 규칙서를 썼다고 한다면, 프란치스코는 수도원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건물을 허물고 세상 밖에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사는 새로운 규칙서를 쓴 것입니다. 폰테 콜롬보와 관련된 프란치스코 생애의 두 번째 중요한 순간은 선종 1년 전인 1225년에 일어났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제5차 십자군 시기에 이집트까지 가서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술탄 알카밀을 만났고, 그에게 그리스도교로의 개종과 평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심각한 눈병을 안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1224년 오상까지 입으며 실명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우골리노 추기경의 권유로 눈 수술을 받기 위해 폰테 콜롬보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리에티에는 교황이 머물고 있었고, 유능한 안과 의사들도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수술은 고문과 다름없을 만큼 끔찍했습니다. 눈으로 흐르던 고름을 막기 위해 불에 달군 쇠꼬챙이를 귀에서 눈썹까지 찔러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성인 곁에 있던 형제들은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 눈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서 달아났고, 그곳에는 성인과 의사 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쇠막대만 남았습니다. 그 순간 성인도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불의 형제’를 부르며 고통을 덜어 달라고 간청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눈 옆으로 파고들던 쇠꼬챙이의 뜨거움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돌아와 프란치스코를 본 형제들은 주님의 자비에 찬미를 드렸습니다. 비록 수술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성인은 이 체험을 통해 자신이 지은 <피조물의 찬가> 안에 불의 형제에 대한 내용을 쓰게 됩니다. “내 주님, 불 형제를 통하여 찬미받으시옵소서. 그로써 당신은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그는 아름답고 쾌활하고 씩씩하고 힘차나이다.” 성인의 형제애가 동식물을 떠나 물질에도 있었음에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글 _ 이관술 요한 마리아 비안네(성지순례 가이드)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3면

[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프란츠 리스트의 〈새들에게 강론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주변에 영적 체험을 했다고 고백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그 사이에서 늘 모종의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 기도 중 특별한 음성을 들은 적도, 소위 환시를 본 적도 없다. 다만 그 찰나에 어렴풋이 다가서 본 기억이 있다. 오래전 아시시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찾았다. 성당 한가운데 작은 경당 포르치운콜라(Porziuncola)를 품고 있는 곳. ‘작은 몫’을 뜻하는 포르치운콜라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공동체를 이룬 곳이다. 때마침 8월 2일 포르치운콜라 천사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장미정원 옆 회랑에 도착한 순간, 성 프란치스코 동상 주위로 흰 비둘기 두 마리가 보였다. 한 마리는 성인의 품에 있는 바구니에, 다른 한 마리는 벽 위에 앉았다. 이곳 비둘기들은 오랫동안 동상 곁에 머물러 왔다고 했다. 하얀 깃털 사이로 까맣고 맑은 눈이 고요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무수히 많은 말이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눈앞의 비둘기들은 오랜 전승을 떠올리게 했다. 프란치스코가 동물들에게 설교했던 행적은 토마스 첼라노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와 그의 일화를 엮은 「잔꽃송이」 등 여러 문헌으로 전해진다. 그는 비둘기와 까마귀를 비롯한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달라고 겸손히 청했고, 그들은 성인의 이야기를 기뻐하며 들었다. “나의 자매인 새들이여, 그대들은 창조주를 크게 찬미하고 언제나 그분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그대들에게 옷이 되는 깃털과 날 수 있는 날개를 주셨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들을 당신이 창조하신 존재들 가운데 고귀하게 만드셨습니다.”(토마스 첼라노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제1생애」 1부 제21장, 58항) 이 경이로운 장면을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피아노로 옮겼다. 1863년경에 쓴 「두 개의 전설(Deux Légendes)」 중 첫 곡 〈새들에게 강론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çois d'Assise: La prédication aux oiseaux)〉다. 리스트는 젊은 시절 비르투오소로서 화려한 삶을 누렸지만, 중년 이후에는 삭발례를 받고 경건한 생활을 해서 성직자 ‘아베 리스트(Abbé Liszt)’로 통했다. 최근 연구는 리스트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종교적 모범과 자신의 예술가적 정체성을 비추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곡은 새들의 지저귐으로 시작한다. 가벼운 트릴은 새소리와 날갯짓을 떠올리게 하고, 빠른 32분음표 음형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저마다 다른 울음을 그려낸다. 높은 음역에서 속삭이듯 울리던 흐름에 나지막한 선율이 들어선다. 프란치스코의 목소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866년 초판에는 말의 억양과 리듬을 살려 낭송하듯 부르는 양식 ‘레치타티보(recitativo)’라고 적혀 있다. 이는 새들이 놀라서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말을 거는 어조를 연상하게 한다. 이윽고 프란치스코의 소박한 말은 넓은 음역으로 퍼져 나간다. 낮은음에서 시작한 단선율이 건반 전체를 채우는 화음으로 확장된다. 초입에는 새와 성인의 목소리가 뚜렷이 나뉘지만, 서로 다른 음역과 리듬이 상징하던 두 존재의 대화는 하나로 합쳐진다. 새들도 일제히 창조주를 향한 찬미에 동참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말하듯, 성인에게 모든 피조물은 사랑의 유대로 하나 되는 형제요 누이였기 때문이다.(11항 참조) 리스트의 음악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상행 음형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마주했던 비둘기들은 시간이 흘러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흡사 눈으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성인이 그토록 사랑하셨던 피조물들의 눈빛. 어쩌면 신비란, 강렬한 체험보다 미소한 생명의 눈길 하나가 평생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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