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교회 차원의 연대 필요하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무료급식소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쟁 여파로 불거진 물가 상승, 이른바 ‘워플레이션’은 유가는 물론 식재료와 생필품 가격까지 끌어올렸고, 이는 후원과 기부 감소로까지 이어졌다. 대체로 후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그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무료급식소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결국 가난한 이웃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료급식소는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들이나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 당장 끼니를 굶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잘 알려진 곳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봉사자의 손길과 후원이 이어지며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개인의 선의와 후원에만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기 위해선 보다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료급식소들을 연결하고 조정할 일종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통해 식자재 수급 상황이나 후원, 봉사자 교육과 연결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대는 교회가 오래도록 실천해 온 방식이자, 오늘의 어려움 속에서 더욱 되살려야 할 사명이다. 교회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가 끊기지 않도록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전하자. 그것이 곧 예수님께 차려드리는 따뜻한 한 끼가 될 것이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3면

‘대화’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광주대교구

광주대교구가 10차에 걸쳐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열며, 교구민이 함께 듣고 말하는 교회의 길을 가고 있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식별하는 모습은 시노달리타스가 구호에 머물지 않고 광주대교구의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는 2021년 시작된 뒤 생태환경과 소통, 가난한 이들, 젊은이를 위한 교회 등 사목의 주요 과제를 함께 다뤄 왔다. 특히 이번 10차 대화가 ‘소통이 교회를 살린다’를 주제로 삼은 것은 의미가 크다. 교회의 쇄신은 제도나 사목활동의 변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다른 상황에 있는 형제자매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관계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교구장 옥현진 대주교가 밝힌 것처럼 사목교서가 교구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일방적 소통을 넘어, 하느님 백성이 함께 길을 찾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성직자가 앞에서 이끄는 교회가 아니라,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인식의 전환은 오늘의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과제다. 물론 대화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자리일수록 더 깊은 경청과 인내가 필요하다. 광주대교구가 사목 현장인 본당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확산하려는 계획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36만6000여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는 옥 대주교의 바람처럼, 이 여정이 광주대교구의 쇄신과 공동체성 회복을 이끄는 든든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3면

AI와 청소년, 교회가 윤리의 길잡이 돼야

인공지능(AI)은 이미 청소년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숙제와 검색, 진로 탐색은 물론 관계 맺기와 사고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AI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청소년은 스스로 묻고 판단하는 힘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이 기술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윤리적 토대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마산교구가 설립 60주년 기념해 ‘AI와 청소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시의적절하다.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비판적 사고’는 AI 시대 청소년 교육의 핵심이다. AI가 제시하는 정보가 언제나 진실은 아니며, 진실을 분별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교회는 이 사실을 신앙의 언어로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회칙 「고귀한 인류」에서 사랑의 문명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인간미 상실에 맞서는 작고 충실한 실천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AI 시대의 청소년 교육도 마찬가지다. 진리에 충실하고, 관계를 돌보며,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힘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섬기는 도구가 된다. 교회는 청소년에게 AI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야 한다. 본당과 학교, 청소년 사목 현장은 AI 윤리 교육을 더 이상 선택 과제로 미뤄서는 안 된다. 청소년이 기술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복음의 눈으로 기술을 식별하는 주체로 자라도록 돕는 일은 오늘의 교회가 나서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23면

기후위기 시대, 교회의 응답은 현장에 있다

한국교회 주교들이 의정부교구 고양 마두동성당을 찾아 생태환경 보전과 자원 순환 활동을 직접 체험한 것은 의미 있는 걸음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며, 교회의 응답도 선언에 머물 수는 없다. 주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본당 공동체의 실천을 사목적 성찰의 토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환경동아리 ‘초록더하기’를 중심으로 한 마두동본당의 활동은 생태적 회심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일회용품 줄이기, 자원 재활용, 텃밭 가꾸기 같은 실천은 공동체의 삶을 서서히 바꾸는 힘을 지닌다. 교회의 기초인 본당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뿌리내릴 때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은 신자들의 생활 안에서 살아 있는 신앙이 된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도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몇몇 교구를 중심으로 회칙을 직접 읽고 배우는 교육을 마련하고, 본당 생태환경분과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노력은 본보기다. 이제 이러한 사례가 일부 본당에 그치지 않고, 각 교구와 본당 사목 안으로 더 깊이 스며들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신자에게 기후위기 시대 교회의 사명은 낯선 주제로 남아 있다. 일부 단체의 관심사로만 여기거나, 신앙생활과 동떨어진 사회적 의제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적지 않다.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다. 피조물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기신 공동의 집을 돌보는 신앙인의 책무다. 주교 현장 체험이 더 많은 교구와 본당 그리고 신자들의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은 생활의 변화가 교회의 응답이 되고, 그 응답이 세상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23면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김종강 대주교 임명을 축하하며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가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에 임명됐다. 교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와 함께 한마음으로 축하 인사를 보낸다. 뜻밖의 임명 발표 소식이 놀랍기는 하지만, 언제나 더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깊은 뜻으로 따르며 기도의 힘을 보탠다. 사랑이 많고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김종강 대주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이들과 동행하며 그 사랑을 나누어 왔다. “기도하고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것이 기쁨”이라고 할 만큼 소탈하고 겸손한 김 대주교는 신학생 시절은 물론이고 사제 생활과 더불어 2022년 주교로 서품된 이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동행해 왔다. 김 대주교는 그동안 본당을 비롯해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교황청립 성바오로 국제선교신학원 부원장, 청주교구 청소년사목국장,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리국장 등 다양한 소임을 맡아왔다. 주교품을 받은 뒤로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와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아온 만큼 사목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기에 부교구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구대교구는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기치로 삼고, 교회 사명의 여러 측면을 재조명하며 쇄신하는 여정을 걷고 있다. 또한 젊은이사목대리구를 신설해 청년·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대주교가 그 여정에 새로운 활기와 동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드린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23면

AI 시대, 인간 존엄을 다시 묻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교황은 우리가 또 하나의 바벨탑을 세울 것인지,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머무는 도시를 세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AI는 이미 교육, 의료, 노동, 언론, 전쟁의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술은 인간을 돕고 공동선을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을 데이터와 효율, 생산성으로만 판단하게 만들 위험도 함께 지닌다. 교황이 새 회칙을 통해 강조하는 기준은 분명하다. 기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 존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양심을 대신할 수 없고, 선과 악을 식별하는 책임을 인간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 더 큰 이윤을 위해 노동을 희생시키거나, 알고리즘으로 진리를 왜곡하거나, 살상 결정을 기계에 맡기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이지, 계산 가능한 자원이나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신앙인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데 머물러서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복음과 사회교리의 눈으로 기술을 식별하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은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기준으로 제도와 윤리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학교와 가정, 교회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진실을 분별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 우리 역시 편리함의 유혹에 기대기보다 사람의 얼굴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AI 시대가 바벨탑이 아니라 사랑의 문명을 향한 길이 되도록, 교회와 신자 모두 책임 있는 선택을 시작해야 한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23면

평양교구, 기억하고 돌봐야 할 우리의 사명

평양교구가 2027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는다. 1927년 설정된 평양교구는 남북의 분단과 6·25전쟁, 북한 공산 정권의 종교 탄압의 역사 속에서 사목의 현장을 잃은 채 긴 시간을 견뎌 왔다. 하지만 평양교구는 과거의 역사로 남은 ‘잊혀진 교구’가 아니다. 서울대교구장이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으며, 평양교구 출신 신자들과 후손들, 평양교구 재건을 지향하며 양성된 사제들을 통해 그 신앙의 맥을 잇고 있다. 최근 평양교구와 인연이 있는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그래서 뜻깊다. 이번 모임은 단순한 친교 모임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북녘의 교회를 여전히 우리가 돌보고 지켜야 할 교회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그동안 평양교구 신우회는 일제 말기 어려웠던 교구의 결속을 위해 마련된 ‘평양교구 봉헌문’을 바치며 기도하고 있고, 서울대교구는 옹기장학회를 통해 북방 선교를 지향하는 신학생을 양성해 왔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교회를 위한 지속적인 우리의 기도는 평양교구가 아직 살아 있는 교회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다가올 평양교구 100주년은 기념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평양교구를 기억한다는 것은 실향민 1세대의 향수를 보존하는 일만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녘의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하고, 언젠가 다시 복음이 선포될 날을 준비하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평양교구의 역사와 순교 신앙을 잇고 교회를 재건해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할 소명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양교구는 우리가 돌봐야 할 현재의 교회이며, 한반도 화해와 복음화의 사명을 일깨우는 한국교회의 살아 있는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3면

잘못된 성모 신심, 단호한 경계가 필요하다

묵주기도와 성모 성월, 전국 곳곳의 성모 순례지와 다양한 신심 단체를 통해 성모님을 향한 사랑과 공경은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는 교회의 전통 안에서 아름답게 꽃피워 왔다. 때문에 교회의 공인을 받지 않은 발현과 메시지도 더 쉽게 신심의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다. 신심 깊은 신자일수록 '성모님'이라는 이름 앞에서 경계를 늦추기 쉽다. 베이사이드 성모 발현은 이미 교회가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안이다. 한국교회도 오래전부터 관련 유인물과 주장이 교회 인준을 받지 않았고, 성경과 교회 가르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추종자들이 성당 안팎에서 신자들을 접촉하고 외부 모임으로 유인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면, 결코 방관할 일이 아니다. 공동체의 신뢰를 이용해 파고드는 방식이기에 더욱 경계가 필요하다. 잘못된 성모 신심은 기적과 치유, 재난 예고와 종말론적 메시지에 집착하는 특징이 있다. 교회의 전례와 사목적 분별보다 특정 집단의 말을 앞세우고, 신자들을 교회 공동체에서 멀어지게 한다. 충실한 신앙이 왜곡된 확신으로 변질될 때, 그 피해는 개인과 가정 나아가 공동체 전체에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이비 종교의 사례에서 목격했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발표나 주의 공지가 아니다.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올바른 성모 신심에 관한 교육과 안내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자들이 올바른 신심과 그릇된 주장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올바른 성모 신심은 전례와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더 깊게 하는 길이어야 한다. 신심의 이름으로 신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교회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3면

사형제도 폐지, 생명 존중 사회의 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가 주최한 사형제도 폐지 기원 음악회가 5월 7일 열렸다. 본지가 후원한 이번 음악회는 우리 사회가 인간 생명의 존엄을 다시 성찰하도록 이끈 뜻깊은 자리였다.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사형제도를 둘러싼 두려움과 분노의 시선을 넘어,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존엄을 잃지 않는 존재라는 진실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흉악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결코 가볍게 말할 수 없다. 사회는 그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또 다른 죽음으로 응답하는 것이 참된 정의일 수는 없다. 교회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을 통해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복음의 시선이 여기에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3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그러나 법률상 사형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집행의 유예가 아니라 제도적 결단이다. 수형자의 회개와 교화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피해자 보호와 사회 안전, 범죄 예방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벌 제도를 바꾸어 가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믿음으로 사형제도 폐지에 더욱 분명히 힘을 모아야 한다. 분노가 정의를 대신하지 못하게 하고, 두려움이 생명의 가치를 가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형제도 폐지는 범죄를 용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인간 존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사회의 약속이다. 본지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독자들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3면

AI,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돼야

주님 승천 대축일이자 홍보 주일이다. 이에 따라 교회는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인 복음 선포, 그중에서도 특별히 홍보 매체를 통한 복음 선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복음을 그 시대에 맞는 살아있는 언어로 전하는 일이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그 중요성을 더 실감하게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뉴스와 영상은 물론이고 많은 의견과 감정들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말과 정보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 부작용 또한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그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혐오 발언을 거리낌없이 쏟아내는 챗봇,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 가짜 뉴스 등 문제는 갈수록 늘고 있다. 누군가와 늘 연결되어 있지만 인격적 관계는 단절되어 있고, 정보가 넘치지만 진실은 흐려지고 있다. 물론 이는 AI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문제이다. 레오 14세 교황도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 지키기’라는 제목의 올해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 AI가 인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디지털 기술과 AI가 제공하는 기회를 용기와 결단력을 지니고 식별하며 받아들이는 일”을 강조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포기하지 말 것도 청했다. 싫든 좋든 이미 우리는 AI 시대를 살고 있다.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제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무비판적인 수용과 의존은 인간을 알고리즘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핵심은 주체성 회복과 인격적 만남에 있다. 이를 잃지 않아야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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