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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세계에 ‘조선교회’ 알린 물품들…100년 만에 공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이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 문디), 세상의 영혼들’을 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비오 11세 교황(재위 1922~1939)이 1925년을 성년으로 선포하며 개최됐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담긴 대회로, 세계 각국 교회의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대해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갖자는 취지였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기해박해,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염원하던 한국교회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당시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한 서울대목구 뮈텔 주교와 드브레드 보좌주교,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 사우어 주교는 박람회를 통해 100여 년 동안 지속된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조선의 신앙 공동체를 세계에 알리기로 했다. 박람회 개최 선포 이후 주교들은 1년여에 걸쳐 역할을 나눠 박람회를 준비했으며,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출품할 물품들을 기증했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이 담긴 1000여 개의 출품작은 바티칸으로 향했고, 한국교회는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박람회 출품 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 수도원과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유물을 대여해 ‘조선관’을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운영한 숭공학교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 드망즈 주교의 사진기와 그가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들,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 등 270여 점이 공개된다. 또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 중인 박람회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 등이 처음 공개되며, 한국 최초 남자 수도원인 서울 백동 베네딕도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 1884~1964) 신부가 지은 양봉 교육 교재 「양봉요지」 원본도 전시된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관람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식민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100년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 안에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4면

하느님 바라는 청년작가들의 ‘2027 서울 WYD’ 묵상전 개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를 앞두고 대회의 주제 성구를 함께 묵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조직위)는 7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겨자씨 닮은 용기로: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묵상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청년들의 신앙과 예술적 시선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WYD 주제 성구가 담고 있는 ‘진리’, ‘사랑’, ‘평화’의 가치를 시각예술로 표현하고자 기획됐다. 2021~2024년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인 김미소진·김민정·김용덕·김유경·김태희·김하현·김현진·박은혜·박해나·배요한·배진희·서예희·이산하·임성연·정소희·정은정·홍눈솔 작가 등 총 17명이 참여해 서양화, 한국화, 일러스트, 조형,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현대 성미술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김미소진(마리아·31·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작가는 다양한 하느님의 피조물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함께, 더 멀리!> 등에 담았다. <부르심의 흔적> 등을 작업한 박은혜(로사·41·서울대교구 용마산본당) 작가는 “예수님은 작은 겨자씨는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그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깃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처럼 작고 미약해 보이는 신앙의 응답도 하느님 안에서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7월 5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전시 기간 중에는 청년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에 관해 들을 수 있는 ‘성미술 청년작가와의 만남’, ‘나무에 용기 메시지 적기’ 등의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2027 서울 WYD 홍보 부스 운영 등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정순택 대주교는 “2027 서울 WYD는 우리가 이루려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의미,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사랑이 비그리스도교 문화 안에서도 여전히 참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거하는 기회”라며 “이번 전시는 젊은이들이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WYD의 구체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사무총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하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로마 5,5)는 말씀처럼 2027 서울 WYD의 영성적 주제인 진리, 사랑, 평화에 대한 희망은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으로 전하는 청년 17명의 고백이 온 세상에 전달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제 성구는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선택한 구절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분단 현실을 안고 있는 한국교회, 그리고 오늘날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4면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목소리’ 푸치니 <미사 글로리아>…국립합창단 7월 4일 공연

국립합창단(단장 민인기)이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종교적 감수성이 담긴 미사곡 <미사 글로리아>(Messa di Gloria)를 7월 4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민인기 단장 겸 예술감독은 “<미사 글로리아>는 푸치니가 22세 때 작곡한 초기 작품으로, 오페라 작곡가로서 푸치니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오페라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담아 ‘기도와 드라마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모차르트, 베토벤, 브루크너 등의 미사곡이 구조적 완성과 신학적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미사 글로리아>는 보다 인간적인 감정과 서사에 기반을 둔다. 전통적 미사곡 형식에 따른 장엄함과 푸치니 특유의 극적인 전개와 서정적인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하느님에게 바치는 찬양 ‘글로리아’(Gloria)와 신앙고백 ‘크레도’(Credo)는 작품의 핵심으로, 푸치니가 치밀하게 설계한 각 파트의 색채와 감정이 드러난다. 곡의 마지막 부분인 ‘아뉴스 데이’(Agnus Dei)에서는 섬세하고 고요한 영성이 극에 달하며 용서와 평화를 간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이처럼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신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고백, 환희, 그리고 평화는 청중으로 하여금 종교적 감동을 넘어 삶의 깊은 감정에 다다르게 만든다. 연주는 민 단장의 지휘 하에 국립합창단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2023년 차이콥스키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손지훈, 세계 유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 온 바리톤 사무엘 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민 단장은 “공연을 준비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음악을 통해 ‘어떤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면서 “<미사 글로리아>는 국내 무대에서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감동은 결코 다른 작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적 경외심과 기도, 찬미, 고백,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미사 글로리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이 공감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이 시점에서 이번 연주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동체성과 연대, 그리고 겸허한 고백과 감사를 나누는 ‘희망’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6월 8일자 서울주보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주보(공연 소개 지면) 소지자는 신분증과 함께 제시하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14면

‘빛을 택한 성인과 목자들’…빛으로 이끄는 얼굴들展…제주서 6월 29일까지

제주교구 역대 교구장과 성인과 목자들의 얼굴을 담은 전시가 마련됐다. 김형진(대건 안드레아)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빛으로 이끄는 얼굴들’이 제주 한라일보 1층 갤러리ED에서 6월 29일까지 열린다.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서양화 전공)를 졸업해 제주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 작가는 전시를 통해 제주교구 제1~5대 교구장 하롤드 헨리 대주교, 박정일(미카엘) 주교, 김창렬(바오로) 주교, 강우일(베드로) 주교, 문창우(비오) 주교를 비롯해 성 김대건 신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등 성인과 목자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전시 작품은 총 30점으로 초상화를 포함해 <십자가의 길 14처>, <최후의 만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자연의 숨결과 사람의 표정을 그려 온 그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통해 ‘삶의 끝’과 ‘너머’를 바라보게 됐다. 김 작가는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어둠과 빛 사이에서 사람의 얼굴에 숨어 있는 영원한 것을 찾고자 했다”며 “성인들의 초상화부터 십자가의 길 14처까지, 슬픔과 고통을 마주하며 작업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교회를 이끌어 주는 목자의 얼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빛을 택했던 이들의 얼굴이자 우리를 다시 빛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을 이끄는 얼굴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희망, 우리를 부르시는 그분의 시선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입력일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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