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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catimes.kr

[여름 특집-안녕夏세요?] 기후 재난 최전선, 가난한 이웃에 손 내미는 사람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의 재난이 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2일 발표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쪽방촌. 이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여름’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연대 현장을 소개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 쪽방촌에서는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힘쓰는 이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대표 김영민 유스티나, 지도 이재을 요한 사도 신부) 산하 ‘서울역 해피인 공동체’다. 길벗사랑공동체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다. 음식과 생필품을 나누고, 미용·의료·청소 봉사는 물론, 방문 상담과 예비자 교리, 정기 미사 봉헌까지 함께하며 이웃과 신앙 안에서 연대하고 있다. 막막한 여름…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나라에서 설치해 준 공용 에어컨은 리모컨을 누가 가져가 쓸 수도 없어요. 선풍기도 오래돼 바람이 시원치 않아요. 벌써 이런데 한여름 7, 8월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네요.” 윤혜정 수녀(스콜라스티카·살레시오 수녀회)와 봉사자 김미정(아델라이데·성수동본당) 씨가 찾은 김수인(가명) 씨의 단칸 쪽방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다. 김 씨 부부는 몸만 누일 수 있는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없냐는 물음에 김 씨는 두터운 겨울용 이불밖에 없다며 여름용 이불을 청했다. 봉사자들은 김 씨 집 외에도 서울역 곳곳 쪽방을 돌며, 더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살폈다. 이날은 공동체가 쪽방촌 주민들과 점심을 나누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며 기온이 30도에 육박했지만, 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모여 음식을 준비했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마스크 속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 없이 웃으며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자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은 서울역 인근 쪽방촌 곳곳으로 전달됐다. 이 음식 나눔은 길벗사랑공동체 산하 노량진 해피인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매주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물가 시대,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식사와 생필품 지원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가 운영하는 ‘동행식당’, 서울역쪽방상담소의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등을 통해 일부 식사와 식료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쪽방 주민 최인길(가명) 씨는 “’동행식당’이 있어서 그나마 한 끼는 해결되지만, 나머지 끼니는 어떻게 때워야 할지 늘 고민”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밖에서 사 먹기도 어렵고, ‘온기창고’의 물품은 금세 동나버려 결국 내 돈으로 사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 공동체에서 주는 도시락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라면, 즉석밥 등 저소득층이 자주 찾는 가공식품 위주의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다. 물가 상승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기도와 사랑의 빛으로 꽉 막힌 쪽방 문 열리길 “해가 갈수록 여름 더위는 점점 더 심해지는데, 쪽방 주민들은 에어컨도 없는 좁은 방 안에만 계속 머물려고 합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온열 질환 위험이 커져 건강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재을 신부는 불볕더위 속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쪽방 주민들의 건강을 깊이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방 밖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그 말씀이 용기가 되어 문밖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요셉 형제님. 술 조금만 드시고, 이따 미사 때 꼭 오셔야 해요.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쪽방을 돌며 상담하던 윤혜정 수녀와 봉사자 김미정 씨는 기도를 마친 뒤 떠나기 전, 주민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했다. 이들은 쪽방 주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바로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언어라고 믿는다. 김 씨는 “쪽방에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빛이 깃들기를 바랄 때, 그 빛이 퍼져나가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들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주님의 기도’가 담긴 작은 간식 봉투를 전달하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이재을 신부는 월례 미사와 예비자 교리를 통해 영적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여름, 신앙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 겪는 사회 약자들 위한 봉사 문화 뿌리내려야 이재을 신부는 “본당 차원에서도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문화가 보편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가 본당 사회복지를 적극 지원하고,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용 에어컨 설치, 샤워 시설 운영 등 여름철 쪽방 주민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복지 정책 덕분에 여름나기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쪽방이라는 근본적 주거 환경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주거권 실현을 위해서는 ‘선이주-선순환’ 방식의 공공개발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1년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은 2025년이 된 지금까지도 사업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0면

유흥식 추기경, 李대통령 만나… “교황청 초청"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레오 14세 교황의 구두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유 추기경은 7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6월 21일 교황님께 ‘이재명 대통령을 로마로 초청해도 되겠습니까’ 물었고 교황님은 ‘물론’이라고 답하셨다”며 “대통령께서 보낸 친서도 교황님께 잘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전에 교황님을 알현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교황의 방한 계획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이 2027년 교황 방한 여부를 묻자, 유 추기경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당연히 오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며 “교황님께서 방한 전에 북한도 방문하시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선교사로서 50여 개국을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콘클라베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셨을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일이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2027년 교황님 방한 때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3년 수교 이래 지속돼 온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유 추기경은 “교황님이 남북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교황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기쁘고, 새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 중인 만큼 교황청의 지지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감대도 나눴다. 이 대통령이 “WYD가 세계 청년들 사이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유 추기경도 “교황청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1면

서울 석촌동본당, ‘성 요셉 광장’ 축복식

30년간 본당의 역사와 함께해 온 마당이 신앙을 고백하고, 공동체 친교를 이루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대교구 석촌동본당(주임 홍기범 바오로 신부)은 6월 29일 주일 교중미사 후 ‘성 요셉 광장’ 축복식을 개최했다. 광장은 홍기범 신부가 2022년 본당에 부임한 이후 진행한 성당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30년의 세월 동안 허물어지고 구멍이 파이며 노후화된 마당을 보수하고, 주차장·행사장 등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던 곳을 광장에 걸맞게 조성하는 차원이다. 광장의 이름은 본당 주보 성인인 성 요셉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성 요셉 광장’으로 했다. 광장 벽면에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말씀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같은 성경 구절이 하트 모양 안에 영어로 적혀 있다. 이는 1995년 성당 봉헌식 때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전한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신자들이 눈으로 보며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당은 신자들이 성전으로 들어오기 전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이 광장을 지나오도록 권고하고 있다. 홍 신부는 “전통적으로 성당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광장을 지니며, 이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여겨 왔다”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 들어오기 전 광장에서 주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자비를 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성 요셉 광장은 신자들의 자발적인 봉헌 덕분에 조성될 수 있었다”며 “그 정성을 감사히 여기며 본당 공동체를 위해 주님께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본당은 ‘소통과 만남의 광장’이라는 취지 아래, 이곳을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잔치를 여는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매년 10월 묵주기도 성월에 열리는 ‘성모님을 위한 국화 축제’와 10월 28일 본당의 날 행사도 광장에서 열 계획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5면

최광희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다”고 발표하며 새 주교 탄생을 알렸다. 새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뿐 아니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관련 제반사항 논의를 위해 방한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도 함께해 새 주교 탄생의 기쁨을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이 자리에서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광희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 자신도 맞지 않는 옷이 눈 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 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묵동·신사동본당 보좌를 거쳐 해외유학을 떠나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성 엥베르 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홍보위원회 총무를 맡아왔다. 2024년 9월부터는 서울대교구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최 주교는 1977년생으로 현재 한국 주교단 가운데 최연소 주교다. 서울대교구는 2024년 2월 이경상(바오로) 주교에 이어 1년 5개월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이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는 모두 4명의 보좌주교를 두게 됐다. < 최광희 주교 약력 >

입력일 2025-07-08

대전교구, 성 마리아 고레티 유해 전달식

대전교구는 6월 24일 교구청 총대리 주교 집무실에서 성 마리아 고레티(Maria Teresa Goretti) 유해 전달식을 열었다. 전달식에서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계룡본당(주임 배승록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과 원신흥동본당(주임 유탁준 라파엘 신부)에 성인의 유해를 전달했다. 교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성인의 순결한 신앙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이번 유해 전달식을 마련했다. 유해는 2024년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앗 리미나) 중 이탈리아 넷투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을 찾은 한정현 주교가 성인 유해를 관리하는 도미니코회로부터 받은 유해 4점 중 일부다. 교구는 나머지 성인의 유해도 청년 사목에 힘쓰는 교구 내 본당과 기관에 전할 예정이다. 마리아 고레티는 1890년 10월 16일 이탈리아 안코나 주 코리날도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자신을 겁탈하려는 알레산드로의 공격 속에서도 끝까지 정결을 지키며 생을 마쳤다. 임종 직전 그녀는 알레산드로를 용서했고, 이 용서는 알레산드로의 회개를 이끌었다. 훗날 그는 꿈속에서 백합꽃을 들고 나타난 성인을 만나고 회심했으며, 모범수로 복역을 마친 뒤 카푸친 작은 형제회에 입회해 청지기와 정원사로 지내다 1970년에 선종했다. 마리아 고레티는 1950년 6월 24일 성인품에 올랐다. 당시 시성식을 주례한 비오 12세 교황은 성인을 ‘20세기의 성녀 아녜스’라고 칭송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한일 수교 60년’…개신교-불교, ‘평화·연대’ 촉구

한일 양국 개신교·불교계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평화와 화합을 촉구하는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총간사 오시마 가오리 목사)는 6월 11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에서 제11회 한일NCC양국협의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 체제 정착과 일본 평화헌법 9조 수호를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NCC는 “동북아시아는 ‘확장억제’와 ‘억지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양국 교회는 시민사회와 연대해 한반도의 정전 체제를 끝내고,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교전권 불인정 등을 담은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전쟁 폭력을 성찰하고, 오늘날 벌어지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구조적 폭력 해결에도 힘쓸 것을 촉구했다. 불교계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민간 교류의 ‘가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회장 진우 스님)와 일한불교교류협의회(회장 후지타 류조 스님)는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범어사에서 제42차 한일불교문화교류 범어사대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양국 협의회는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지만 양국 간에는 외교만으로 풀기 어려운 감정의 벽과 인식 차이가 여전하다”며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불교계가 다양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양국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 문제 등을 담은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 뒤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3면

비혼·저출생 시대…종교계, 맞선 프로그램 운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2018년부터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를 의미하는 초저출산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는 분위기 역시 심화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2014년 6.0건에서 지난해 4.4건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비혼·저출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종교계가 미혼 남녀를 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사장 진우 스님, 이하 재단)은 2023년 11월부터 미혼 남녀를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나는 절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받아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만남 템플스테이’를 잇는 행사로, 지난 4월 열린 ‘나는 절로, 쌍계사’는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재단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7월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만 6차례 열린 ‘나는 절로’는 실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재단에 따르면, 2024년 11월 ‘나는 절로, 백양사’에 참가한 두 커플이 각각 올해 11월과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요청이 있을 경우 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이 주례를 맡을 계획이다. 다음 프로그램은 7월 19일부터 1박2일간 경기 남양주 봉선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불교(종법사 왕산 성도종)도 청년들을 위한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다붓다붓 맞선 캠프’는 올해 세 차례 열린다. 오는 8월 23일부터 이틀간 전남 영광 국제마음 훈련원, 8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봉도청소년수련원, 9월 13일부터 14일까지 부산 배내청소년수련원에서 각각 개최된다. 이 캠프는 종교와 상관없이 20·30대 미혼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참가자들의 자기 존중감 향상과 건강한 관계 형성을 돕기 위해 집단상담, 명상, 역할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개신교도 크리스천 청년 만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회장 이중지)는 6월 6일 경상북도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포항노회 청년회 연합회·포항성시화운동본부와 함께 ‘청년이여 결혼하라’ 행사를 열었다. 80여 명의 청년이 참가한 가운데 성경적 결혼관 교육, 소그룹 활동, 식탁 교제, 매칭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총 여섯 쌍이 서로 호감을 확인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들에게는 진솔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만남의 기회도 제공됐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3면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하는 2025 희망나눔콘서트 개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클래식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는 나눔의 음악회가 열린다. ‘2025 희망나눔콘서트(이하 희나콘)’가 7월 3일 춘천교구 임당동성당·강릉 갈바리의원, 7월 6일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서 각각 개최된다. 희나콘은 ‘아시아의 종달새’로 불리는 임선혜 소프라노와 신자 클래식 음악가들이 모여 사랑 안에서 재능을 나누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음악감독 정유리(마리아), 피아니스트 원재연(베드로), 바이올리니스트 조민창(바르틀로메오), 비올리스트 문정민(스테파노), 첼리스트 이호찬(요한 사도) 등이 참여한다. 공연을 기획한 임선혜 소프라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악대학 등을 거쳐 뉴욕필하모닉, 뮌헨필하모닉 등과 함께하며 26년째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 소프라노는 “희나콘을 매개로 하느님 덕분에 쌓은 성취를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삶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희나콘 개최 취지를 밝혔다. 2009년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처음 열린 희나콘은 2013년부터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둘다섯해누리, 수원교구 광남동성당, 가톨릭대학교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나눔을 실천해 왔다. 주최 측의 초대로 이뤄지는 ‘희망공연’으로 수익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사회복지기관과 지방 본당 등을 찾아가는 ‘나눔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입력일 2025-07-02

서울 정평위, 경북 성주서 ‘한반도 평화’ 위한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6월 16일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옆 천주교 상황실에서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 주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소성리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 미군 사드(THAAD) 포대 앞에서 평화 행동을 전개했다. 소성리 평화미사는 2017년 3월 처음 시작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2022년부터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소성리 주민들과의 연대를 표하고, 반대 투쟁 중 선종한 고(故) 조현철(프란치스코) 씨 등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 부위원장 김비오(비오) 신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장 박신자(여호수아) 수녀 등 10여 명이 함께해 소성리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하성용 신부는 강론에서 “하느님의 구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한 사람은 용서와 화해를 청하고,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기를 선택했을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이상적인 말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2016년 소성리가 사드 배치지로 결정된 뒤 2017년 관련 장비가 소성리에 들어섰으며, 2023년 6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됐다. 지역 주민들은 일방적인 추진 절차, 고출력 전자파에 따른 건강·환경 악영향, 소음으로 인한 일상 침해,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군 사드 포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4면

서울 에파타본당, ‘청각장애인-비장애인’ 잇는 수어 봉사자 45명 양성

수어를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될 봉사자 45명이 배출됐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여서 더욱 뜻깊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인 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주임 김현덕 요한 사도 신부)은 6월 19일 성당에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상반기 수어 교실 수료식을 열었다. 본당 수어 교실은 청각장애인이 직접 교육에 참여해 비장애인 봉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비장애인들이 교육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장애인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본당은 1980년대 초 가톨릭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시작된 수어 교실을 이어 2017년 준본당 승격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수어 교실은 기초반·고급 회화반·가톨릭 수어반으로 구성되며, 각 교육은 6개월간 이뤄진다. 총 18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기초반 21명, 고급 회화반 11명, 가톨릭 수어반 13명 등 총 4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기초반 수료자 홍미화(루치아) 씨는 “6개월 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반 친구생들과 함께 고급 과정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기회에 배운 수어를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처음 마음을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이어주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2019년 본당으로 승격된 에파타본당은 정기적으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익숙한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이해하고,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본당 수어봉사부에는 지금까지 수료한 교육생 중 약 10%에 해당하는 총 1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본당은 교구 내 다른 본당에서도 수어 통역과 자막 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자 양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봉사자들이 단순히 수어 실력뿐 아니라 교리와 신앙 교육 측면에서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각장애 신자들이 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깊은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힘쓸 방침이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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