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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천주교 등 3대 종교, SPC 삼립 산재사망사고 49재 추모기도

천주교 등 3대 종교가 경기도 시흥 SPC 시화공장에서 5월 19일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50대 여성 노동자의 영원한 안식을 기리고, SPC 본사를 직접 찾아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등 종교 성직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7월 5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삼립 산재사망사고 49재 추모기도’를 개최했다. 추도식은 3대 종교 추모사와 추모 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3대 종교는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정부 당국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시몬 신부는 추모 발언에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때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죽음의 두려움에 떨면서 일하거나,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라며 사는 삶이 아니라 일에 보람을 느끼고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모여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지길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SPC 허영인 회장 사퇴와 수사기관의 책임자 엄중 처벌, 고용노동부의 수사와 송치 관련 상황 공개, SPC 삼립의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서도 “안전한 일터와 책임경영을 기업들이 실천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하는 입법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SPC 시화공장 사망사고에 대해 3대 종교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5월 27일 이후 두 번째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4면

의정부 청소년사목국 참여형 콘서트…“음악으로 마음 돌봐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청년들에게 위로와 활력을 주는 참여형 음악 콘서트가 열려 눈길을 끈다.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박재범 요한 사도 신부)은 6월 12일부터 7월 3일까지 김수연(클라우디아) 바이올리니스트가 진행하는 ‘음악으로 마음 돌보기’ 렉쳐 콘서트를 일산 에피파니아 청년센터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개최했다. 렉쳐 콘서트는 단순히 연주만 하는 공연을 넘어 관객에게 마치 강의처럼 음악에 대해 전달하는 형식의 콘서트다. 특히 이번 렉쳐 콘서트는 강의뿐 아니라 관객과 연주자가 직접 소통하고, 감상평에 곁들여 곡에 담긴 이야기나 각자의 삶 속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공연에서 청년 관객들은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연주하는 곡을 조용히 감상하기도 하고, 주제별로 선곡한 음악을 듣고 느낌을 나누며 서로의 고된 일상을 위로했다. 공연은 ▲‘음악과 친구 되기’(6월 12일) ▲‘사랑이 머무는 순간’(6월 26일) ▲‘이럴 땐 이런 음악’(7월 3일)을 주제로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몬티가 편곡한 <차르다시>(Csárdás) 등의 다양한 곡이 소개됐다.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는 “곡의 배경과 작곡가의 의도, 거기에 제 느낌까지 참석자들에게 이야기하면 공감대를 더욱 폭넓게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형식의 콘서트를 시작했다”며 “참가자들이 더욱 음악에 몰입할 수 있고, 연주자와의 감정적 교감도 그저 연주만 하는 것보다 더욱 크게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교구 청소년사목국은 청년들이 쉴만한 공간을 마련하고 이들의 영적 생활을 돕기 위해 이번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국장 김청렴(도미니코) 신부는 “현대 청년들이 특히 하느님의 선물인 감정과 정서를 잃어버린 듯해 이를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느님께 젊은이들의 뜨거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도와 찬양 프로그램, 인문학 특강 등을 앞으로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3면

이주아동 보육시설 베들레헴 어린이집, 재정난에 ‘폐원’ 위기

20년 넘게 다문화·이주 아동들과 그 가정을 돌봐온 서울 성북동 ‘베들레헴 어린이집’(시설장 이선영 보나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원 위기에 놓였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설인 탓에 후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어렵사리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7월 4일 찾은 베들레헴 어린이집에는 천사반(만 1세), 샛별반(만 2세), 베들레헴반(만 3세 이상)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베들레헴반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앞다퉈 답하고, 샛별반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해맑은 표정으로 식사 전 기도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운영난 속에, 이 소중한 하루하루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5명의 아동이 교육받는 어린이집은 24시간 운영된다. 전체 어린이 중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이주 가정의 아동들인데, 가정 형편상 부모가 밤에도 일을 나가 밤 시간대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교사 수도 일반 어린이집보다 많아 현재 두 명의 수녀 포함 총 9명의 교사가 아동들을 돌본다. 우영숙(마르타) 수녀는 “현재로서는 후원금으로 간신히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로부터 가정보육시설로 정식 인가까지 받은 이곳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을 개조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주거 용도로 건축된 집은 보육시설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고, ‘용도 변경’을 했더라도 또 다른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런 사정으로 어린이집 간판 설치 비용도 부족해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겨우 간판을 마련했다. 어떻게든 지원금을 받고자 ‘서울형 어린이집’ 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선정 여부와 시기도 장담할 수 없다. 2004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설립하고 살레시오 수녀회가 위탁 운영해 온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시설을 넘어, 이주 가정 전체를 돌보는 공동체로 기능해 왔다. 졸업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인사를 오면, 수녀들과 교사들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교회 내 다양한 창구를 통해 가족 전체에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김은주 씨는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건강이 좋지 못해 힘들 때, 어린이집 수녀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어린이집도 아이를 진심으로 돌보고, 아이 엄마도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아동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이주 가정의 입소 문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고 형편도 좋지 않은 이주가정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교회 보육시설 후원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시설장 이선영 수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적은 규모라도 정기적으로 후원이 있다면 어린이집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원 문의 및 계좌: 02-3676-7705, 국민 093401-04-245084 서울대교구 베들레헴 어린이집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5면

‘딸 없는 딸의 생일상’ 이태원 참사 故 이상은 씨 가족, 특별한 생일잔치 열어

“상은이가 이 세상에 있었다면 올해도 또래들과 즐겁게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로 하늘의 별이 된 고(故) 이상은 씨(당시 23세)를 기억하며, 그를 위한 조용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천주교 신자가 되기를 꿈꾸던 딸을 기리기 위해, 강선이(로즈마리)·이성환(요한 마르코) 부부는 매년 특별한 방식으로 딸의 생일을 기념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대현동 ‘청년밥상 문간’ 이대점. 부부는 딸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또래 청년들에게 따뜻한 김치찌개를 무료로 대접하며 생일상을 차렸다. 상은 씨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이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을 안고 있던 부부는 3년 전, 글라렛 선교 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가 청년들의 한 끼를 위해 설립한 청년밥상 문간의 이야기를 접했다. 청년밥상의 취지에 공감한 부부는 2023년부터 딸의 생일을 즈음해 청년 159명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생일잔치를 시작했다. 159명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숫자다. 2024년부터는 인원수 제한 없이 문간을 찾는 이 모두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부터 청년들과 시민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문간 입구에는 마치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한 상은 씨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걸려 손님을 반겼다. 강 씨 부부는 찾아온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오를 넘기자 식당은 이내 북적이기 시작했다. 잔칫상으로 준비된 김치찌개는 소박하지만 넉넉했다. 상은 씨의 부모뿐 아니라 다른 유가족들도 자원봉사자로 함께하며, 손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식탁을 수시로 살폈다. 식사 후에는 생일 축하식이 이어졌다. 강 씨 부부는 케이크의 촛불을 함께 불며, 딸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마음으로 축하했다. 강 씨는 “상은이가 살아 있었더라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상은이 또래의 청년들에게 든든한 밥 한 끼를 챙겨주면 그만큼 의미도 크고 딸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싶어 생일잔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조촐한 식사 자리는 상은 씨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를 넘어,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다시 떠올리고 함께 기억하는 연대의 시간이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부부의 마음에 공감하는 시민과 수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에서 활동하는 이상민 씨는 “청년 혹은 일반 시민들도 찾아와 상은 씨의 사진을 직접 보며 기억에서 잊혀가던 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가소비녀회 정 대철 베드로 수녀는 “이렇게 상은 씨를 기억하며 생일을 함께 기뻐하는 것처럼,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예요”라며 부부의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면

찬양 사도들, “현 성가 저작권 규정 개선 필요”

주교회의가 2016년부터 개정해 시행해 오고 있는 성가 관련 저작권 사용 규정이 “생활성가 작곡가 등 창작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성경 등’을 인용할 경우 일부든 전체든 관계없이 창작자가 아닌 주교회의가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며, 등록 절차 또한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는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찬양 성가 창작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주교회의가 국내 저작권법과 관련 판례를 반영해 규정을 재정비하고, 전문적인 저작권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와 개선 제안은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주최하고 가톨릭찬양사도협회가 주관한 가운데 6월 28일 열린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 포럼에서 나왔다. 포럼에서 김정식(로제) 작곡가는 “비영리 목적의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성경 구절을 가사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복잡한 가사 저작권 협의, 불분명한 정산 기준 등은 실질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며 “교회 출판물에 곡이 실릴 때 창작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심지어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구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영성지도 유상우(광헌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현재 주교회의의 규정을 종합하면 성가 창작자가 성경을 인용한 가사를 쓸 경우 저작권과 관련한 모든 복잡한 과정을 개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게다가 승인 주체를 ‘교회 권위’, 표기 기준을 ‘적절하게 표기’라고 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에서는 2023년부터 생활성가 등의 작사 저작권이 작사한 창작자에서 ‘CCK’(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변경됐으나, 이 사실이 창작자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찬양 창작자들이 성가책이나 악보집을 발행할 때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유통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기관이 현재로서는 없는 현실, 각 교구가 고육지책으로 통일성 없이 개별 성가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현실적 어려움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교회 내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규정을 적용한 결과라고 봤다. 생활성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찬양 사도직 전반에 대한 교회의 깊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강훈(바오로) 협회장은 “발제에서 다뤘듯이 찬양 사도 선배들이 대중 성가 작곡을 시작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찬양 성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아직도 다수의 개신교 성가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작곡가는 “교회가 저작권과 관련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하고, 신학적·전례적 검토는 신뢰와 애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회가 더 많은 음악적 실험과 표현의 여지를 열어주고 전례 정신 안에서 감성적 깊이와 영적 울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음악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전국 신학생들, 노동 현장 목소리 ‘경청’

한국 사회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전국 각 교구 신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과 연대하며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교육관에서 노동사목 전국 신학생 연수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도 없다’를 개최했다. 이번 연수는 노동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망하고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연수 둘째 날인 25일 신학생들은 세종호텔을 상대로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을 비롯해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노조 가입자에 대한 차별, 고용 불안 등 구체적인 현실을 증언하며 입장을 생생히 전달했다. 신학생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농성이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더 널리 연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며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만남 후, 이들은 롤링 페이퍼에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며 응원했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신학생들이 농성의 의미와 노동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기억 속에 잊히고 만다는 절박함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토크콘서트’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조합 임원들이 방문해 노동자들이 받는 비인권적 대우와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경영·구조적 실태를 알렸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로 떠오른 배달 노동자,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등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았다. 노동자들과의 만남 외에도 이번 연수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의 노동과 정의로운 전환 ▲사회교리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노동의 미래 주제 전문가 강의도 마련됐다. 올해 연수는 인천, 부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준비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인터뷰] 외과 의사에서 사제가 된 예수회 남정수 신부

“의대 재학 중 사제라는 꿈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된 건 병원 원보에 나온 고(故) 이태석(요한) 신부님 이야기였어요. 당시 부제셨는데 사제 서품을 받으면 해외 선교를 나가 봉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외과 의사의 길을 걷다 예수회에 입회해 7월 2일 사제품을 받은 남정수(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어릴 적부터 성당의 신부님을 보며 성소를 꿈꿨지만 학업에 소질이 있는 자신을 향한 부모님의 기대가 컸고, 신학교에 가더라도 사제 성소에 대해 자신이 없어 결국 의대를 택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라 지원했다”며 “혹시라도 사제 성소를 다시 꿈꾸게 되면 의대에서 배운 지식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의대생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중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 내 프로그램 ‘선택 주말’에 참가했다가 점차 성소에 대한 열망이 다시 피어올랐다. 남 신부는 “예수님이 말 그대로 ‘역사적인 예수님’일 뿐만 아니라 나의 구원을 위해서도 오셨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소에 대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대학병원 원보에 실린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였다. 남 신부는 “아프리카 수단으로 선교를 가고 싶다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접하고 크게 감명을 받아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며 “교구 사제 외에 수도 성소도 있다는 것을 신부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태석 신부가 특별히 더 깊이 마음에 남은 이유는, 그가 바로 자신의 대학교 선배였기 때문이다. 남 신부는 “내가 성소를 꿈꿔왔는데, 같은 학교의 선배가 내가 열망했던 성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예수회에 입회해 내성적이면서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수도자가 됐다. 물론 기대와는 다른 자신의 수도 생활에 실망한 적도 있었다. 남 신부는 “수도회 밖 외부 활동이 잦은 실습기 시절, 일반 신자들보다도 못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며 “몸이 고되다는 이유로 주일미사만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체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고 했다. 수도회 입회 전 대학병원에서 외과의로 근무했던 남 신부는 수도회 실습기 동안 또 다른 전문 분야인 내과를 전공했다. 외과에서 배울 수 있는 과정은 이미 마쳤고, 앞으로 사제로서 국내에서 활동할 때 내과 지식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직은 제 사제 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 능력이 언젠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쓰이길 바랍니다.” 그는 사제로서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예수회 사제로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의사라는 탤런트를 교회 안에서 활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환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점을 먼저 물어보는 그런 수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07-03 제3450호 21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선교와 희망’ 주제 토크콘서트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박용만 이사장(실바노·두산그룹 전 회장)은 6월 18일 서울대교구 세검정성당에서 ‘선교, 순례의 희망’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자신이 추진해온 ‘선교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젊은이들이 세례를 받고도 성당을 나오지 않는 현실을 접하고 난 뒤 우리가 더 쉽고 재미있게 신앙에 다가가는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해왔다"며 “그러던 중 한 사람의 신자로서 주어진 ‘선교의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선교 활동 일환으로 추진한 ‘구르마 십자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어릴 적 봤던 동대문시장의 구르마(손수레)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직접 구입한 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무 부품으로 12개의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 그는 “노동의 고됨과 인간의 존엄이 담긴 나무 십자가와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이 오가며 이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낡은 수녀복으로 만든 치유 배게와 기도 방석, DMZ 철조망을 활용한 ‘평화 기원 십자가’ 등의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했다. 박 이사장이 소개한 작품은 신자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성당에 전시됐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21면

“교회는 청년의 희망 될 수 있나”…서강대 신학연구소 학술대회 개최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이진현 라파엘 신부)는 6월 21일 교내 다산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바탕으로 상반기 학술대회 ‘희망의 희년,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는가’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특히 최근 교회 안팎에서 주목받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교회가 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제1발표자로 나선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유정원(로사)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교회는 자신의 길을 고민하고 찾아 나서는 청년들이 존재 그대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영적이고 문화적인 비옥함 속에서 희망의 순례를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대학 또한 학문적 내용만을 가르치는 ‘머리의 언어’ 교육을 넘어 ‘마음의 언어’, '손의 언어, 곧 행함의 언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칙서에 따르면 오늘날 청년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관계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시대에 서 있으며,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빅데이터 기술 속에 어느 한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칙서는 열정, 회복력, 미래에 대한 관찰 등 청년들의 긍정적인 특성들을 언급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와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동행하며 희망을 긍정하는 한국 청년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칙서가 우려하는 정치와 탈진실, 가짜뉴스들로 인해 가난한 자나 이민자들을 혐오하는 등의 청년 극우화 현상은 한국 사회 내에도 만연한 문제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유 박사는 또 “한국교회가 과거 순교자 등에 대한 시복시성이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만 몰입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그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해 청년들이 진정한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가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청년과 순례 ▲분단과 평화 ▲인권과 생태 ▲교황 프란치스코의 유산 등 네 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김용해(요셉)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요한)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홍태희(스테파노) 선임연구원, 박수현(로사리아·교회법) 박사 등 사제와 평신도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서강대 신학연구소장 이진현 신부는 개회사에서 “희망은 나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낯설고 약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공동선을 꿈꾸는 것이자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희년 선포 칙서는 우리에게 큰 통찰을 주고, 이를 토대로 희망을 탐구하는 오늘 학술대회가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 공동체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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