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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 11월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개최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오는 11월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열린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복음화위원회 주최로 11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희망의 대순례’에는 주교 7명 등 한국교회 대표단 25명이 참가한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7월 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주교회의가 7월 10일 발표한 회의 결과에 따르면,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인의 강제 연행·강제 노동', '한국의 입장·관점에서 본 히로시마 원폭 자료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진척 상황’에 관한 강의가 마련된다. 한일 주교들은 공식 일정에 앞서 17일부터 이틀간 순례 행사도 갖는다. 11월 27일부터 나흘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복음화위원회 주최 ‘희망의 대순례’에는 한국교회 대표단이 파견된다. 대표단은 주교회의 202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선정한 정신철 주교(요한 세례자·인천교구장), 손삼석 주교(요셉·부산교구장), 문창우 주교(비오·제주교구장), 김주영 주교(시몬·춘천교구장), 서상범 주교(티토·군종교구장), 김종강 주교(시몬·청주교구장), 장신호(요한 보스코·대구대교구) 주교를 비롯해 수도자 6명, 평신도 9명, 주교회의 사무처 3명 등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과 관련해 8월 5일부터 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정신철 주교, 손희송 주교(베네딕토·의정부교구장), 김주영 주교가 참석한다. 정신철 주교는 행사에서 ‘평화’를 주제로 연설한다. 한국 주교들의 행사 참석과 연설은 히로시마교구 초청으로 이뤄졌다. 나가사키 파트너십으로도 불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은 핵무기와 밀접히 연관된 세계 각국 교구들의 국제연대 증진을 목적으로 2023년 미국과 일본교회 4개 교구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상임위는 이밖에도 한국카리타스협회가 2025년 6월 3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설립 허가일 2025년 6월 26일)과 정관 허가를 통보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연 4회 발행하는 주교회의 영문 회보 「CBCK Newsletter」의 인쇄물은 2025년 겨울호까지만 내기로 했다. 내년 봄호부터는 PDF 파일 형태로 발행·제공하기로 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면

「리추얼, 하루의 리듬 」…‘멈춤’으로 내면의 평화 찾는 방법

우리는 종종 삶의 중심을 잃고 방향 없이 흔들린다. 바쁜 일상, 감정의 소모, 회복되지 않은 관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끌려다니며 하루하루를 소진해 간다. 이런 삶에서 우리는 문득 질문하게 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에 이끌려가고 있으며,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얼마나 듣고 있는가?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런 현대인의 질문에 ‘멈춤’을 강조한다.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찰나의 멈춤에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잠시 멈추어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런 과정을 ‘의식’, ‘리추얼’이라고 부른다. “의식은 우리의 일상이 순리대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며,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또 시간의 신비를 깨닫게 합니다.”(6쪽) 그가 말하는 ‘의식’은 단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아침의 샤워, 정성스러운 식사, 계절에 맞춘 산책, 잠들기 전의 묵상과 감사 같은 소박한 행위들이다. 이런 실천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현존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를 축복하며 살아가는 법을 소개하고, 계절에 따라 흐르는 삶의 흐름을 우리의 삶에 조화롭게 연결 짓는다. 또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타인과의 친교 속에서 진정한 관계를 가꾸는 방법을 다룬다. 이어서 삶과 휴식의 균형,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신비, 그리고 전례력에 따른 신앙인의 시간 사용법까지 폭넓게 알린다. 단지 삶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요령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그륀 신부는 “의식은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고, 오히려 단순한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할 때 그 안에 진정한 변화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아침 샤워를 정화 의식으로 삼고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행위로 여기는 순간, 그 평범한 행위는 영적인 실천이 된다. 또한 밤에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하느님을 만난 순간은 언제였는가?’를 묵상하는 시간은 평범한 하루를 은총의 하루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본문에는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의식들이 담겨있다. ‘성호 긋기’, ‘두 손을 하느님께로 들어올리기’, '나에게 괜찮다라고 말하기', ‘내 몸을 살피기’, '부정적인 목소리와 마주하기' 등은 바쁜 하루 중 실천하는 단 몇 분의 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하도록 한다. 저자는 실천 목록만을 나열하지 않고, 각자가 자신만의 의식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삶에 맞는 리듬, 고유한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안내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리추얼, 의식은 하루의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도구이자 하느님과의 만남을 여는 문이며, 삶의 고통이나 혼란 속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영적 실천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세요. 숨을 내쉬면서 지금 당신을 사로잡는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당신이 숨을 쉰다는 것만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내면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다.’ 이 말을 하면서 당신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95쪽)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5면

“시노드 교회 위해 함께 침묵·기도하며 ‘성령 안에서 대화’ 이뤄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이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소개되며,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강력한 도구로 권장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한국교회 안에서도 점차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6월 열린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설문 결과, 조별 ‘성령 안에서 대화’는 참가자의 78%가 만족하는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같은 달 열린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에서는 이 방식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다뤄졌고, 7월 5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전반기 연수에서도 실습이 이뤄졌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들을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시노드 이행 단계를 살아가는 여정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성령 안에서 대화’일까. 그 원리와 기원, 한국교회 안에서의 흐름을 살펴보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인 노우재(미카엘·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망을 짚어 본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교회 역사 안에서는 사도행전 15장의 사도회의 장면처럼, 교회 공동체 안의 문제를 ‘성령 안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있어 왔다. 보편 교회 차원의 공의회들과 지역 교구·관구 차원의 여러 회의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안내 또는 규칙을 따르는’ 영적 대화는 1977년 캐나다에서 이를 개발하고 보급한 ISECP(이냐시오 영성 운동)가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몇 년 뒤 벨기에의 또 다른 예수회 그룹은 ESDAC(공동 사도 식별을 위한 영신 수련)를 결성하여 ISECP와 연속적으로 공동 사도 식별을 지향하는 영적 대화의 양식을 개발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ESDAC가 써온 방식들과 더불어 최근 호주 전국 공의회(Plenary Council), 캐나다와 미국 지역 등에서 집단과 단체를 위해 사용하던 이냐시오 영신 수련 방법 등을 더욱 발전시켜 ‘성령 안에서 대화’를 대화의 방법론으로 채택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개막과 함께 전 세계 교회에 보낸 예비 문서(Preparatory document), 편람(Vademecum) 등의 추가 자료를 통해 이를 영성적 대화 방안으로 안내하고, 전 세계 지역 교회가 경청 단계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한국교회 확산 흐름 한국교회에서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자료로 제안됐으나, 아무런 경험이 없던 상태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제2회기가 전개되면서 서서히 물꼬가 트였다. 제1회기 본회의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석했던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주교단과 내용을 나눴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한 젊은이 양성 과정 등 교구 여러 단위에서 시도됐다. 제2회기를 위한 한국교회 답변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됐다. 2024년 9월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확산 계기가 됐다.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참석했던 6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 교구 사제들이 ‘성령 안에서 대화’를 깊이 있게 체험했다. 이는 군종교구와 춘천교구 등의 사제 연수와 모임 등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됐다. 이 외에도 여러 세미나와 심포지엄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원리와 방법 ‘성령 안에서 대화’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쏟아내며 이뤄지는 대화가 아니다. 일반적인 대화와 가장 다른 점은, 성령께서 내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지 듣고, 그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참석자들과 나누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경청이 중요하다. 대화의 신학적 바탕은 ‘신앙 감각’이다. 신앙 감각은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리와 실천을 파악하고 그에 동의하며, 잘못된 것을 배척하도록 해주는,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을 뜻한다. 아울러 이 대화는 나와 너에서 ‘우리’로 넘어가는 공동체 차원의 대화다. 개인적 차원을 없애지 않고, 이것을 인정하면서 공동체 차원에 포함시킨다. 대화 과정은 세 번의 나눔으로 이뤄지는데, 모임 전 참가자들은 성찰과 개인적 묵상으로 공동 식별을 준비한다. 첫 번째 나눔에서는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의견을 나눈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체험의 나눔이라 할 수 있다. 각자 발언 후에는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다. 계속해서 두 번째 나눔에서는 다른 이들의 발언 중에 무엇이 가장 깊은 울림이 있었는지 나눈다. 나눔을 마치면 다시 침묵과 기도 시간을 갖는다. 세 번째 나눔은 ‘함께 이룩하기’다. 발언들에 나타난 핵심 사항을 확인하고 공동 작업의 열매에 대한 동의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을 열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소수 의견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를 찾는 ‘식별’이 요구된다. [인터뷰]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노우재 신부 - “대화 익숙지 않은 한국문화 고려해 함께 노력해야” 2024년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참여한 노우재 신부는 전 세계에서 모인 193명의 사제와 함께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경청, 대화, 공동 식별의 체험을 나눴다. 당시 각국 사제가 정성스럽게 자신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경청과 존중은 자연스럽게 우정으로 이어졌다. 노 신부는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 신부들이 깊은 영적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령 안에서 대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단순한 대화 기법이 아니다"라고 전한 노 신부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함께 침묵하고 기도하는 데서 대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당이나 단체 안에서 함께 침묵하고 기도하며 식별하는 경험이 부족한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먼저 신앙의 근간을 키워나가야 성령 안에서 대화가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교의 원천인 성체성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노 신부는 “각 공동체의 상황에 맞는 대화 주제 설정과 ‘대화 봉사자(퍼실리테이터)’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본당 사제 모임에 참여한 신부님들이 교구와 본당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시작이니 인식이 저조하고, ‘상호 위로와 공감만으로 끝난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공동 식별을 지향하지만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화 문화가 미비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성령 하느님께서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며 우리를 인도하시고 변화시켜 주시는 분이라는 신앙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노 신부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행사나 이벤트처럼 성급히 추진할 때 오히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령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며 함께 깨어 기도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요청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1면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터전”

소공동체가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구체적 공동체이자 터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소공동체소위원회(위원장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는 6월 23부터 25일까지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언제나 주님과 함께 걷는(시노달리타스) 소공동체’ 주제로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전국모임은 소공동체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기초(뿌리) 공동체임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의와 묵상, 미사와 성체조배,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실습을 통해 소공동체가 일상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아내는 공동체이며, 하느님의 친교와 참여, 사명의 씨앗을 싹틔우는 못자리임을 재조명했다. 전국 10개 교구에서 참석한 91명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가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방법이자 영적 기초임을 확인했다”면서 “성체조배 체험을 통해 성령 안에서 대화가 단순한 인간적 의견 교환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의 영적 식별과 공동체 일치의 여정임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방식을 지속적으로 배우는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봉사자’ 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봉사자는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방식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하느님과의 친교, 사랑의 관계, 참된 경청과 대화, 식별의 씨앗을 심어주셨음을 체험한 이들로, 이번 전국모임 참석자들은 파견미사를 통해 봉사자로 파견됐다. 소공동체소위원회 총무 최윤복 신부(야고보·광주대교구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원장)는 “성체조배와 공동응답, 경청과 대화, 침묵과 식별의 과정을 통해 성령께서 우리의 식별과 결정에 함께 임하셨음을 깊이 체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면

로마에 울려펴진 ‘제주 4·3 레퀴엠’

보편 교회의 심장 로마에서 ‘제주 4·3’의 아픔이 기도와 예술, 학술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로 승화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6월 24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제주 4·3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제주 4·3을 단지 한 지역의 비극이 아닌 인류 보편의 고통으로 성찰하는 선언적 의미를 지녔다. 특히 문창우 주교가 로마 현지를 직접 찾아 미사를 주례함으로써, 교회가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방관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제주교구가 지역을 넘어 정의와 평화를 향한 보편 교회의 선교 사명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사에 이어 열린 ‘제주 4·3 평화 레퀴엠' 공연은 제주 4·3 평화 레퀴엠 추진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공동 주최로열렸다. 제주교구는 추진위원회를 후원하며 신앙인을 넘어 시민과 문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레퀴엠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했으며, 제주 여성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 바다,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장례미사 구조 안에 녹여냈다. 이탈리아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협회 회장 미카엘 마르투시엘로가 총기획을 맡았고, 제주 4·3 유족이자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오페라극장 성악가인 부종배 씨가 연출을 맡았다. 한편 문창우 주교는 6월 25일 로마 빌라 알티예리 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4·3 운동과 평화운동: 평화운동으로서 종교의 역할’ 주제로 발표한 문 주교는 희년 정신과 제주 4·3의 메시지를 연결하며, “이번 공연과 미사, 포럼은 제주 4·3을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닌 전 세계인과 공감·연대·기억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문화·외교적 도전"이라며 “오늘의 역사적 회복이 앞으로의 평화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겸 김기량 순교 기념관 관장 현요안(요한) 신부는 “미사 봉헌과 레퀴엠 공연으로 제주의 고통이 ‘교회 전체의 기도’로 승화됐다”며 “이는 신앙이 단지 영적 위안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의 치유에도 응답하는 신앙임을 드러낸 예언자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구민들에게 ‘기억을 넘어 책임으로’, ‘추모를 넘어 평화를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3면

[이달의 잡지] 2025년 7월

■ 경향잡지 이번 호 ‘경향 돋보기’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성의 사도 직무’를 주제로, ‘사도들을 위한 사도’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와 교회 역사 속 여성들을 돌아보며, 오늘 교회가 실현할 수 있는 여성의 소명과 직무를 모색한다. ‘교구의 재발견’에서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가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경청과 환대를 살아가는 광주대교구 공동체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고난의 영성’은 예수고난회 장명일(다니엘) 신부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일치하며 삶의 부조리와 고난을 헤쳐 나가는 그리스도인의 길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대구대교구 조직위원회 홍규태(안드레아) 봉사자 가족을 인터뷰했다. 제주교구에 파견된 대구대교구 김해인(바드리시오) 신부는 제주의 목초지에서 무선 조종 비행기를 띄우며 바치는 기도와 묵상 소감을 나눈다.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사비나 앤 드론즈’의 최민영(사비나) 씨는 산책 중 배운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대구대교구/2500원> ■ 생활성서 특집에서는 ‘신난다, 여름 캠프’를 주제로 지면을 통한 비대면 캠프를 마련했다. ‘OX퀴즈’ 등 다양한 퀴즈와 안준상(유스도) 교수가 얘기하는 쉼의 철학이 휴가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한다. 전경훈(하비에르) 번역가는 ‘특별 기고’를 통해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의 그간 삶을 돌아보며 레오라는 교황명에 담긴 새 교황의 의향을 통찰했다. 고정 칼럼 ‘오늘의 마리아 신학’에서는 박준양(요한 세례자) 신부가 지난 11년간 교황청 국제 신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리아론을 소개한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영성의 길’에서 이수완 교수가 북유럽의 성녀 브리지타 영성을 편지 형식을 빌려 묵상했다. 창간 4주년을 맞아 편집부에서 ‘창간 4주년 특별 인터뷰 : 바오로 사도에게 듣는다’를 실었다. ‘꿈CUM 가정 :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한가요?’에서는 최진희 작가가 ‘불꽃과 모닥불’이라는 주제로 자녀와의 소통 문제를 다뤘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길 위에서 티격태격, 그래도 우리는 한 팀’으로를 특집으로 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의 익숙함 속에 가려졌던 고마움, 다름 속에 숨어 있던 고유함을 마주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딸과 함께 여행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방송작가 겸 수필가 박지현(요세피나) 씨가 길 위에서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치유와 회복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주고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변방으로 가라!’를 주제로, 광주 엠마우스 이청우(마우리찌오) 전담 신부를 만나 이주민 사목에 관한 의견과 사목 경험을 들었다. 특집에서는 유상혁(요한 세례자) 신부 등의 글을 통해 이주민 사목의 현실과 이주민들과 동행하는 데 필요한 것 등에 관해 살폈다. ‘본당을 살리는 평신도’에서는 본당의 여러 공동체가 공동의 여정을 함께 살아가는 장소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요청되는지 알아봤다. <미래사목연구소/1만원>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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