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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인공지능, 사목에 적용하려면?’…수원교구 사제들 AI 교육 실시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교회는 AI의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토록 인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첫 공식 연설에서 “AI는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라며 “AI 시대에도 인간을 위한 복음의 원칙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수원교구가 생성형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수원교구 홍보국(국장 이철구 요셉 신부)은 7월 2일 교구청 2층 대강의실에서 사제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실시했다. AI에 대한 신앙적 접근이 아닌, 실무교육을 교구 차원에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철구 신부는 “AI가 시대적 화두이자 이용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사제들이 사목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마련했다”며 “새로운 과학 기술을 경계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폐단을 줄이고 바람직한 활용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AI 리터러시 교육 전문기업 에이블런이 주관했다. 교육에 참가한 사제들은 생성형 AI의 기업 적용 사례부터 챗지피티(ChatGPT)의 다양한 기능, AI 검색에서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도출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또한 다양한 AI 툴을 활용한 실습도 병행됐다. 이미지 생성부터 특정 문서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제작, 동영상과 배경음악 생성 등의 교육이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와 함께 챗GPT의 유료 버전 기능이 탑재된 ‘GPTs’에 대한 교육도 약 한 시간 동안 열렸다. 참가자들은 GPTs의 활용 분야와 사례를 배우고, 회의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챗봇을 직접 체험했다. 수원교구 용문본당 주임 손창현(이냐시오) 신부는 “AI는 미래에 신자들을 선교하거나 사목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에 교육에 참여했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마다 다른 신자들의 성향과 분위기를 파악한다면 사목적으로 신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최재용(바르톨로메오) 신부는 “새로운 하느님 역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종교와 과학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의 오용을 막기 위해서는 종교도 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교육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교육에는 수원교구뿐 아니라 대구대교구와 마산교구 사제들도 참석했다. 대구대교구 홍보국 차장 이재근(레오) 신부는 “직접 기술을 사용해보니 가톨릭 용어가 개신교와 혼용되거나 성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돼 교회가 AI 기업들과 협력해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점점 발전하는 AI는 성찰하는 기능이 있다는 내용도 교회가 AI시대에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면

수원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국, ‘따로 또 같이’ 프로젝트

수원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국은 청소년들이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정기 희년을 맞아, 청소년들이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희망의 순례를 함께 걸어가도록 돕기 위한 ‘따로, 또 같이(가치)’ 프로젝트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청소년국이 제안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인증사진을 제출하면, 건수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모인 기부금은 성요한의 집, 성야고보의 집, 생명의 집, 모성의 집 등에 전달됐다. 3월에는 ‘성요셉 성월’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미션들이 제시됐다. 가족과 성지순례를 다녀오거나,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발을 씻겨드리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미션을 39명이 실천했으며, 이를 통해 200만 원이 기부됐다. 5월에는 성모 성월을 기념하며 새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미션이 이어졌다. 자연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 드리기, 환경 보호 실천, 감사 편지 쓰기, 부모님과 하트 모양 만들기, 장미꽃 선물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신앙 성장을 위한 미션도 동시에 진행됐다. 평일미사 후 십자고상 앞에서 사진 찍기, 감실 앞 성체조배, 성모상 앞 묵주기도 등이다. 이 기간 총 498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500만 원이 기부됐다. 청소년국은 프로젝트 종료를 기념해 6월 22일 고등동성당에서 파견미사를 봉헌됐다. 두 달간 함께하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날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1국장 이재혁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피로하고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가 삶의 여정에서 ‘순례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홀로 그러나 함께’라는 신앙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견미사에 함께한 모든 이가 상상력 넘치는 꿈을 품고,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어떤 인생의 순례길을 걸을 것인가’를 예수님의 꿈을 통해 바라보길 바란다”며 “비록 고되고 험한 길일지라도 그 여정 안에서 ‘희망’을 꼭 발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면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장 이창원 씨

“성지 해설사는 오래전 돌아가신 순교자와 현재의 순례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지 해설을 할 때면 늘 설레고 기쁩니다.” 이창원(바오로·수원교구 지동성당)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 단장은 성지 해설을 통해 순교자들의 영성을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3년째 해설 봉사를 하고 있다. “부인 직장과 가까워 7년 전에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는 순교자 영성이 깃든 성지에 매료돼 매주 미사 참례를 왔어요. 저를 눈여겨보신 성지위원장 자매님이 독서를 권했고, 그 인연이 성지 해설까지 이어졌죠.”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유수부의 토포청(중영)이 있던 곳으로, 80여 명이 순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서울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관광하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특색도 있다. “5월 한 달 동안 1200여 명의 순례객이 수원화성순교성지에 오셨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5번 해설을 한 적도 있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빛 순례는 밤 10시에 끝나는 강행군이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순례자와 순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죠.” 순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지인 만큼 이 단장은 양질의 해설을 위해 교회사 공부에도 열심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동인회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주관 교육에 참여하며 순교사와 신앙 선조들에 관해 배우고 있다. “순교자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그 영성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례 해설을 하며 중간중간 순교자와 관련된 시나 노래를 함께 불러보기도 하죠. 고령 신자나 어린이, 예비신자 등 순례객에 맞춘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순례객들은 해설사의 입을 통해 신앙 선조의 신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장은 해설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뱉어낸다.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그가 빼놓지 않는 것은 기도다. “해설을 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제가 잘한다는 자만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신부님께 해설을 더 잘할 방법을 묻자 ‘기도하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때부터 순례 해설은 제 힘이 아닌 영성의 힘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고 순례 전 꼭 기도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성모님이 함께해주시길 청하면서요.” 순교자를 순례객들과 함께 기억하는 여정은 이창원 단장에게는 기쁨이다. 그래서 그의 매일은 신앙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우리 안에 현존하시듯 순교자들의 신앙도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객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저는 겸손하게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1) 밥상의 순환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쉐손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지구의 울부짖음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현실,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하지가 지나 감자를 캤다. 캐고 보니 알이 작다. 좀 늦게 심은 탓도 있겠지만, 퇴비 섞는 일을 게을리한 탓이다. 퇴비의 좋은 성분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렸다. 이러니 감자알이 커지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보통 작물의 크기를 키우고 생육 기간을 당기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편하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될 일인데 우리는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학비료의 원료가 석유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료를 만들 때,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요리하며 식생활 교육을 하던 나는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기후활동가가 되었다. 먹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알고 농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1년을 밭에서 매주 살았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김현숙 농부님 밭 한쪽에 작지만 내 밭이 생겼고, 공동 농사도 한다. 사계절을 지내고 밭에서 배운 것은 순환이다. 농사를 시작하며 시작된 변화는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밭 한쪽 퇴비간에 붓고 톱밥을 잘 섞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다. 식생활 교육이 있는 날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챙겨가면 모두 묻는다. ‘왜요?’라고, 당연히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이다. 쓰레기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 먹거리를 키우는 순환에 대해서. 벼농사를 하니 왕겨와 짚이 넉넉히 생겼다. 왕겨는 마늘과 양파밭에 뿌려두면 긴 겨울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고 수확 전까지 풀도 잡고, 햇빛도 가려주고 적당히 습도도 유지시키는 아주 훌륭한 ‘멀칭’(Mulching, 바닥덮기) 재료가 된다. 짚은 생강을 심고 덮어둔다. 땅에서 나온 것들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또 다른 순환은 우리 몸에서 시작된다. 우리 밭에는 생태화장실이 있다. 오줌을 따로 모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오줌은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비료다. 비료의 3대 성분인 질소와 인, 칼륨이 모두 들어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오줌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다. 미국의 비영리민간단체인 ‘풍요로운 지구연구소’는 ‘식물은 우리를 먹이고 우리는 그들을 먹인다’며 오줌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다시 땅으로 보내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농촌에서 흔하게 보던 장면이었다.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를 깊게 파 보면 식량 문제가 드러난다. 식량 수출국들이 생산량 축소로 수출을 막으면서 수입국들은 곡물 가격 폭등과 식량난, 비룟값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시리아 내전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난민·식량·비료 문제를 겪으며 석유 기반 농업의 문제를 다시 확인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땅을 살리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며 물도 절약하고 하천의 오염도 막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법이 바로 생태순환적인 유기농업이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농사짓는 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글 _ 성미선 엘리사벳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으로, 인류의 가장 심각한 위기인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기도하며 사랑하자고 당부한다. 우리 농업 기반 채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구여행자의 레시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 양평의 김현숙 농부와 함께 공동체 ‘팀화요’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6면

수원교구 ‘사제 성화의 날’…“그리스도 따르며 복음 선포 직무 훌륭히 수행하길”

수원교구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맞아 6월 27일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성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앙상블 올랑의 현악 4중주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의 강의와 성시간으로 진행됐다.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회칙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 안에서 사제직 수행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회칙은 1장에서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 주교는 심장과 속마음 모두를 의미하는 ‘Heart’를 우리말 ‘얼’, 즉 참된 마음의 속살로 해석할 것을 권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을 통해 우리 현대인들은 우리의 이성적, 기술적 측면을 과장하거나 우리의 본능적 측면을 과장하는 행동 유형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심장을 위한 자리가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한다”며 “그 원인으로 헬레니즘과 합리주의 그리고 관념주의, 물질주의를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오락,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삶은 심장의 자리가 사라진, 얼이 빠진 상태라는 게 강 주교의 설명이다. 강 주교는 “이런 시대일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과 온기를 전해 받을 수 있다면 우리 얼에 생기와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교황님은 말씀하신다”며 “그 방법으로 목요일마다 성체조배 시간을 갖는 것을 충실히 실천한다면 성체 안에서 우리는 육화된 말씀의 심장을 통해 인류를 극진히 사랑하셨던 하느님 사랑을 맛보고 흠숭하게 된다고 회칙을 통해 권고하신다”고 설명했다. 세속화된 교회에 대한 성찰도 당부했다. 강 주교는 “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사목계획을 세울 때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행사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왁자지껄하게 뭔가 바쁘게 돌아가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면 우리 본당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사업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착각”이라며 “오늘날 세상을 주름잡는 공리주의적 가치관이나 눈에 보이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교회도 중독돼 세속화되는 경향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매우 우려하며 경고하신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주교는 사제 성화의 날을 보내는 교구 사제단에게 “예수 성심께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강의에 이어 사제단은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거행된 ‘성시간’에 함께하면서 예수님의 인류를 향한 사랑과 수난 전날 밤의 고통을 기리며 성체 앞에서 깊이 묵상했다. 한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사제들이 대사제인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 선포의 직무를 더욱 훌륭히 수행하는 가운데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또한 교회의 모든 사람이 사제직의 존귀함을 깨닫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친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면

수원화성순교성지, ‘달빛순례’로 순례객 맞아…“신앙 깊이 더하는 시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水原華城)방화수류정 아래에는 아름다운 연못 용연(龍淵)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버드나무와 연꽃잎의 푸른빛은 용연을 찾는 방문객에게 자연 속 휴식을 선물한다. 해가 지면 용연의 풍경에는 운치가 더해진다. 연못에 비친 달이 떠오르는 ‘용지대월(龍池待月)’은 화성의 절경으로 꼽힌다. 어둠이 깊기에 달빛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기우제를 지냈던 용연에서 박해시기 신자들은 달을 보며 신앙의 자유를 간절히 빌었다. 어둠에 가려진 신앙이 달빛에 비쳐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랐던 기도는 2025년에 와 닿았다. 수원화성순교성지(전담 김승호 요셉 신부)의 ‘달빛순례’를 통해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기도는 신앙에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순교자와 함께 걷다 “내가 평소에는 진실되게 천주를 공경하지 못했는데, 오늘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으니, 이번에 끌려가 죽게 된다면 우리 주님과 성모님께로 가서 살겠소.” 6월 27일 오후 7시30분. 달빛순례는 수원 관아에서 순교한 하느님의 종 박원서 마르코의 신앙 고백을 들으며 시작됐다. 적색·백색·녹색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하얀색, 녹색 초를 봉헌한 22명의 순례객은 이날의 여정이 단지 순교자의 신앙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임을 마음에 새겼다. 성지를 출발해 300여m 걸어 도착한 곳은 행궁동 마을정원. 정원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이 직접 디자인해 조성했다. 순교자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도착한 이곳에서 순례객들은 녹색순교의 의미를 생각하며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순례를 이어갔다. 장안문 순교터를 지나 화홍문, 용연, 방화수류정, 형옥터, 팔달문 순교터에 이르기까지 4km가량을 걸으며 순례객들은 곳곳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마주했다. 장안문과 팔달문 순교터는 각각 하느님의 종 지 타대오, 심원경 스테파노가 순교한 장소다. 순례객들은 수원화성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곳이 왜 순교터가 됐는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당시 모습을 회상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안문과 팔달문에서는 수많은 신자가 공개 처형되어 순교했다. 천주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장소로 활용된 것이다. 달빛 머금은 용연에서 봉헌하는 ‘무명 순교자’ 위한 기도 오후 9시, 짙은 어둠 속에서 달빛이 드리운 용연은 그 아름다움만큼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복을 빌었던 이곳에서 신앙 선조들은 신앙의 자유를 빌었다. 지금처럼 밝은 조명이 없었던 당시에는 어렴풋한 달빛에 의지해 몰래 손을 모으고 한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했을 신앙 선조들. 신앙을 지키기 위한 안타까운 노력을 기억하며 순례객들은 무명 순교자를 위한 기도와 사향가를 부르며 가장 오래 이곳에 머물렀다. 9시30분을 넘은 시간, 낮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팔달문 시장은 적막하기만 하다. 시장 골목 끝에 모인 순례객들은 팔달문 밖 장터에서 모진 매질로 순교한 하느님의 종 심원경 스테파노·심봉학 부자를 기억하며 기도했다. 달빛에 의지해 화성의 성곽길을 오르고 개천을 건너는 여정은 녹록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길을 밝혀준 덕분에, 순례객들은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수원화성의 성곽길을 걷는 순례객들이 신기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말을 걸거나 함께 해설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라 순례 중이에요”라는 말은 천주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순교자’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이날 순례에 참여한 이수정(사비나·제1대리구 고색동본당) 씨는 “순교자들이 지나셨던 길을 함께 걸으면서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사형장으로 가셨을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며 “밤에 하는 순례라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감성적으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 수원화성순교성지 ‘달빛순례’는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화성의 중심에 자리한 순교성지다. 이곳은 조선 후기, 수원 유수부의 토포청이 있었던 군사적 요충지로 병인박해(1866~1873) 당시 순교기록에 남겨진 80여 명 외에도 무명의 많은 순교자가 토포청, 옥터, 성문 밖 장터 등에서 참수, 교수, 장살, 백지사, 옥사 등으로 순교했다. 2009년 9월 20일 순교성지로 공식 선포된 성지에는 조선 후기 순교자 17위와 근현대 순교자 3위 등 하느님의 종 20위의 시복시성과 무명 순교자를 위한 현양미사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봉헌되고 있다. 전국적인 박해가 시작되며 수원 유수부 관할 지역에서 붙잡힌 신자들은 수원화성에서 처형됐다. 순교자의 가족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이 되면 용연을 찾아와, 숨죽인 기도 속에 순교자를 기억하고 신앙을 기렸다. 이러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성지에서는 2008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달빛 아래 신앙의 자유를 위해 기도했던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빛순례를 이어오고 있다. 순례에 동행한 김승호 신부는 “2주 전 부임한 후 처음으로 달빛순례에 참여했는데, 순교가 단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해설사님의 말씀이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봉헌하며 스스로를 포기하는 삶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순교로 이어졌듯이, 우리 역시 일상에서 순교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오늘날의 순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4면

예수 성심을 찾아서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두 건의 취재가 있었다. 수원교구 사제 성화의 날 행사와 수원화성 성지순례. 사제 성화의 날 행사에서는 교구 사제단 300여 명과 성시간을 함께하며 마음속에 예수 성심을 되찾고자 묵상했다. 주님의 뜻을 찾는 여정은 성전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날 저녁, 수원화성순교성지 달빛순례에 참여한 22명의 순례객은 순교자가 걸었던 길을 함께 걸으며 그들이 어떻게 예수 성심을 지켜냈는지 되짚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매질을 당하고 순교를 하셨다고요?” 100여 년 전, 수많은 천주교인이 공개 처형을 당한 수원화성의 팔달문과 장안문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갔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 당하는 이들을 지켜봤을 신앙 선조들은 어떤 마음으로 신앙을 지켰을까? 그들의 마음에는 예수 성심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었을까? 순교자의 자리에 선 순례객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듯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순례를 마치고 다시 성지로 돌아오자, 막연했던 예수 성심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내 삶에서 예수님을 잊지 않는 것. 박해보다 더 혹독한 유혹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기쁨으로 가는 길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달빛순례를 마치며 수원화성순교성지 전담 김승호 신부는 “하느님이 주신 축복 가득한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주님 안에서 기쁘게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예수 성심을 찾았을까?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3면

[우리 이웃 이야기] 성우회 38년 봉사한 서한숙 씨

“저는 성우회 활동을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신부님들을 만나며 제가 받은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죠.” 6월 19일 열린 성우회 40주년 기념 미사 후 감사장을 받은 서한숙(소화데레사·71·수원교구 서둔동본당) 씨는 “38년간의 성우회 활동은 제게 큰 기쁨이었다”고 전했다. 교구 원로 사목자들을 후원하고 있는 성우회는 1985년 6월 10일 설립됐다. 당시 교구는 사제가 많지 않아 사제 양성을 돕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이후에는 원로 사목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서 씨는 1987년 무렵, 이순자 성우회장과의 인연으로 회원이 됐다. “1980년대 당시 은퇴 신부님은 네다섯 분 정도였지만, 회장님께서는 앞으로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시는 신부님이 많아지면 그분들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고민할 것도 없이 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30여 년을 활동하게 되었죠." 서 씨가 흔쾌히 성우회원이 된 것은 어린 시절 만난 신부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 때문이었다. “안동교구의 작은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했을 때 주임이셨던 나성도(아르멜) 신부님께서 늘 제 손을 잡고 딸처럼 데리고 다니셨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제게 신부님은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사랑을 주셨습니다.” 현재 교구 원로 사목자는 53명. 서 씨가 성우회에서 하는 주요한 활동은 수시로 신부들에게 안부를 묻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부님들이 저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십니다. 안부 전화를 드리면 늘 기쁜 목소리로 저희를 반겨주시고, 좋은 곳 함께 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저희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주십니다.” 성우회 활동을 하며 만난 신부들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은 서 씨가 신앙을 다잡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사목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교구민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고 있는 원로 사목자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목하실 때는 많은 신자와 활발히 교류하셨던 분들이 은퇴 후 외롭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우회 활동을 그만둘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신자가 원로 사목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성우회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우회에서 반평생 봉사하며 서 씨가 얻은 은총은 감사함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우회 활동을 했던 제 38년은 감사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면

설립 40년 수원교구 성우회…‘영원한 사제’ 돕는 일꾼들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후원회인 ‘성우회’(회장 이순자 막달레나)가 설립 40주년을 맞아 6월 19일 제1대리구 율전동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 미사에는 25명의 교구 성사 전담 사제와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우회는 매년 성사 전담 사제의 축일을 챙기고 설과 추석에 명절 선물을 보내는 등 끊임없는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병환 중에 있는 사제를 찾아가 말벗이 돼 주고 도움이 필요한 사제가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손발이 돼 주었다”며 “이러한 성우회의 그동안의 노고를 하느님께서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크신 은총으로 보답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신부님들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성우회의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미사 후 열린 기념식에서는 40년 동안 성우회를 이끌며 헌신한 이순자 회장에게 공로패가 수여됐다. 이 회장은 “성우회가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모든 활동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희년 기도 중 ‘온 인류와 우주가 떨쳐 일어나도록 아버지의 은총으로 저희가 복음의 씨를 뿌리는 성실한 일꾼이 되게 하소서’라는 말씀에 대한 응답처럼 마음 깊이 다가온다”며, “비록 작은 봉사 단체이지만, 성우회가 지난 40년의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 교구 안에서 더욱 폭넓은 사명을 이어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우회 초대 영성지도 정운택(안드레아) 신부는 기념식 축사에서 “40년 동안 일관된 활동을 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적인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시간”이라며 “변하지 않는 사랑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회장님과 후원회원들의 성실한 뚝심에 두 손 모아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성우회는 1985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을 위한 장학회로 출범했으며, 이후 교구에 장학회가 설립되자 활동 방향을 전환해 원로 사목자를 위한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성우회는 ▲공동 활동을 통해 회원 간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원로 사목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연 1회 정기 모임에서 미사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그분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을 주요 활동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성우회는 병환 중인 원로 사목자를 찾아 기도하고, 선종 사제를 위한 연도를 바치는 한편, 경로잔치와 야유회, 명절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로 사목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섬기며 정성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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