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영적인 고통을 돌보는 CPE(하)
예수님이 보여주신 영적 돌봄
복음에서 예수님의 치유는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와 그의 영적인 부분까지 읽어주고 들어줌으로써 전인적 치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루카 복음 ‘마귀들과 돼지 떼’(루카 8,26-39)에서 병자의 이웃이나 공동체는 그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의 과한 행동을 제지하려고만 하는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행한 치유의 모습을 살펴본다.
“무덤에서 살고 있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란 표현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영혼의 상태를 말하며, ‘더럽다’는 표현은 그의 영혼이 그만큼 ‘처참한’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만을 제지하려고 했지, 그의 내적 상태나 영적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육체적인 질병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의료진, 가족과 이웃 공동체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일반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무덤에서 나와 예수님에게 ‘마주 오며’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면하는 영혼과 육체가 조화된 인간관계를 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마주 온 그의 처참한 상태를 보시고 “먼저 말을 건네며 다가가신다.” 그는 자신의 영적인 상태에 갇혀 타인과의 대화나 신뢰가 어려웠다.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신 것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와 한을 들어줄 상대가 필요하다는 영적 진단을 내리시고 그의 존재를 초대하심이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환자의 외적인 병의 상태뿐만 아니라 내적인 상태와 영적인 고통을 보시고 연민의 마음으로 치유의 손길을 먼저 내밀며 다가가신다. 그리고 치유된 그에게 제일 먼저 자신의 어둠 때문에 단절되었던 가족, 이웃 공동체와 화해하라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전인치료는 몸과 함께 환자의 영적인 차원까지 치료의 범주로 인식하는 돌봄의 차원을 보여준다. 임상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돌봄의 직분을 맡고 있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의 전인적 차원의 치유적 돌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CPE이며, 이는 현대 사목에서 치유적이고 영적인 돌봄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CPE를 통한 영적 돌봄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교회: CPE는 단순히 대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사목자는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며 타인의 고통에 머무르며 동반할 힘을 키워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돌봄을 배운다. 이는 헨리 나우웬이 말한 ‘상처 입은 치유자’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이는 현대 사목에서 중요한 사목자의 자질인 경청과 영적 돌봄 동행의 모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수 사목 영역에서의 영적 돌봄의 필요성: 교회 사목은 단순히 교회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목의 분야는 점점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어 병원·교정시설·군대·학교 등 다양한 특수 사목의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목 현장의 다양화는 사목자들이 직접 고통 가운데 있는 양떼를 찾아 나서는 적극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사목자의 자질은 각 분야의 전문성과 인간적 성숙, 돌봄의 전문성일 것이다. CPE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CPE의 신학적 성찰을 통한 사목자의 내적 성장과 정체성 확립: CPE는 사목 현장에의 돌봄 경험을 CPE의 순환 반복되는 교육방법론에 따라 분석하고 신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돌봄 대상자의 영적고통에 직면하여 더 깊이 공감하며 전문적인 영적 돌봄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사목자의 정체성 성숙을 위한 통합의 여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CPE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이 신학적 성찰로 확장되기에 현대 사목에서 돌봄의 직분을 더 깊이 이해하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치유와 화해의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글 _ 최선경 가타리나 박사(동백 성루카병원 CPE & 호스피스교육 담당)